낙시樂施*를 새기다
정 호 정
할아버지의 연못에는
물이 그득하였다
흘러내려
채마밭을 적시고 적시고
미나리꽝에까지 흥건하였다
노랗게 익은 살구가
미나리꽝으로 떨어질 때면
퐁당퐁당 물방울을 튕겼지만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다
그저 그러려니 그러려니
한세월을 한참이나 흘려보낸
후에야 보이기 시작했다
흐르는 물이, 물을 먹은 만물이
종백채種白菜 종청種菁
책력冊曆에 적힌 배추, 순무 씨앗이
물을 채우며 남새를 가꾸며
넉넉하여야 나눌 것이 있다는
근검한 가운데 아껴야 넉넉해진다는
깊고 거룩한 뜻을 새기는 날이다.
※낙시樂施 : 베풀기를 좋아함. 丁若鏞 牧民心書 律己6.
1998년 『문학과 창작』 등단
시집 『프로스트의 샘』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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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가을호
낙시樂施*를 새기다/정호정
원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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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1.08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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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호정 선생님!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다' 삽입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