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배사 소고
고요한(고창환)
건배(乾杯)! “건강, 행복 따위를 빌면서 서로 술잔을 들어 마음을 함께하며 술을 마시는 일.” 이 말은 내가 알고 있는 수준과 일치한다. 그러나 모임의 성격에 따라 건배사도 다양하다.
모임에 참석하기 위하여 집에서 넥타이를 매고 출발 하면서 멋진 건배사를 준비하고 외우면서 출발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감투를 쓰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높다고 생각하는 귀하신 분들, 그분들의 건배사는 약사의 평가요, 나아갈 지표의 다짐이기 때문이다.
건배사의 종류에 대하여 생각해보았다. 연말, 연시, 동창회, 동호회, 돌잔치, 회원들의 단합을 위하여 등등, 하도 많아서 제일 많은 축하연(祝賀宴)에 참석 했던 일들 중, 생일, 결혼, 승진, 내 집 마련 집들이 등이 있고, 친목, 단합, 등등 많기도 하다.
건배의 유래는 같은 병에 담긴 술을 나눠 마심으로써 독이 없음을 알리고자 하는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건배는 상대방에 대한 충성심, 즉 믿음을 보여주는 행위라는 것을 공언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우리가 사용하는 건배(중국, ‘乾,杯(盃)’; gan bei)제의는 “건(乾, 마름)과 배(盃, 잔)”, 잔을 깨끗이 비운다는 우리나라와 중국과 일본의 풍습에서 유래된 것 같으나, 몽고, 싱가폴, 베트남, 태국 등 기타 아시아 국가들에 대하여서는 우리들과 동일한지는 알 수 없다.
건배사는 유효적절하면서도 그 행사에 적절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건배 제의가 제창자의 인격, 지적수준, 나아가 그 성찬의 성격과 수준을 단적으로 말해 줄 뿐만 아니라 나머지 행사의 예고를 보여 주는 척도이기도 하다.
예, “맥주에 간을 치자!” 이 얼마나 차원 높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가! 우리가 친목이나 단합행사에서 건배는 덕담이 혼합된 건배사와 맥주와 소주를 적당히 혼합하여 잔을 가득 채워서 한잔 얼큰하게 함께 취하자는 예고다. 마음껏 마시고 소망하는 앞날을 기약하자는 제의다.
건배는 아주 작은 간단한 행사조차도 영원히 기억되는 행사로 만들 수 있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 말하자면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둘이 앉아 소주 한 병을 나누어도 건배사는 한다. 야 너 반갑다. 오래간만이다. 건강을 위하여 한잔하자! 위하여 를 외치며 진행된다. ‘일 배 일 배’가 오가고 나면 건강이고 뭐고 취해야 한다. 그래야만 그 친구하고 잊혀지지, 않는 친구가 된다.
건배사도 작은 연설이니까, 구조가 있어야 한다. 건배사에는 그날 행사의 의미, 주제, 건배를 하는 이들의 업적, 기원이나 건배의 목적들이 있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짧고 간단하며 함축적 의미가 있어야 한다.
또한 건배사가 제창되는 경우를 가정해 짧고 따라 하기 쉽게 준비해야하며 상대방을 배려와 관용이 담긴 시선으로 바라보며 정감어린 멘트로 상호 존중하는 교감을 불러일으키도록 해야 한다.
누군가 당신을 위하여 건배 제의를 제창 할 때, 스스로 잔을 들고 외치지 말고 앉아 있다가 그 말을 듣고 감사의 표시로 건배가 끝난 후 일어서서 감사의 답례를 정중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 본다.
건배는 초청자와 피 초청자와의 충성과 믿음의 일치와 감사와 축하와 축복을 교환하는 행사로써 같은 병의 술을 나누어 마심으로서, 동질성을 재확인 하고 음식을 먹어가면서 한솥밥 한마음을 염원 하는 행사가 되어야 된다고 생각해 본다.
2016년 3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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