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속살걷기

[정중심]

6/8~12 아들네 방문을 핑계로 부산 걷기. 마나님은 손주 돌보미로, 인세와 병두는 묶인 몸이라 예전부터 마음 먹었던 홀로터벅 결행.
6/8 날씨 쥑임. 여행의 여유와 맛을 느끼자고 고속철 대신 새마을호 이용 서울역~구포행.
구포는 부산의 최북쪽에 있는 개발이 덜된 내륙 지역. 마침 구포시장 장날. 서울 웬만한 시장보다 크고 흥성스러움. 혼자 낯선 객지를 걸으니 묶임없는 자유가 좋다.
시장 구석구석, 그리고 그 외곽지역 빙둘러 걷다. 서민들의 넘치는 활기가 가득하다. 구포는 국수가 유명하다니 점심으로 구포국수집 들어가 육전밀면 선택- 꽤 괜찮은 선택. 부산에 국수, 밀면집과 돼지국밥이 유명한 이유는 6.25 전쟁 피란 시절의 배고픔과 연관되어 있다. 구호물품인 밀가루를 활용하여 값싸게 양을 늘려 먹을 수 있고, 쇠고기는 언감생심 돼지 부속고기로 국밥을 말던 배고픈 시절 말이다. 지하철 환승하며 해운대구 아들집에 도착. 퇴근한 아들내외와 횟집에서 저녁 겸 한잔~ 시중에서 볼 수없는 자연산으로 한접시 회가 일품. 시작이 좋다.

6/9 1박2일은 내 혼자 밖에서 자기로 하고, 아침에 며느리와 범어사 둘러봄. 불교에 낯선 며느리에게 여러 불교 문화재 설명. 가까운 데에 이렇게 호젓하고 고요한 곳이 있는 줄 몰랐다고 자주 오고 싶다는 며느리. 인근 지하철역에 날 내려주고 감.
국립부산대학은 예전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 중 하나. 부산을 대표하는 대학이라 처음으로 방문하여 슬쩍 들러보고 서면으로. 서면에서 돼지국밥 점심 후 오늘의 메인 일정인 영도 걷기로 태종대로 이동. 태종대는 여러번 왔던 곳이라 구경 생략하고 거기서부터 영도 흰여울문화마을 행 걷기 시작. 엄청 더운 낮. 직사광선이 뜨겁다. 산을 하나 넘어 해안가에 조성한 데크길로 하염없이 걷다. 중간중간 뷰포인트도 있고, 예전 현역 시절 이사장님 사찰에서 운영한다고 하룻밤 묶었던 함박골수련원도 지나치며 보고, 드디어 흰여울문화마을에 도착. 영도 섬이지만 6.25 피난시절 벼랑을 따라 조성된 집들. 그래서 아주 작은 방한칸 마당없는 집들이 좁디좁은 골목으로 이웃하며 있는데 최근 집 외양을 흰색으로 통일하며 유명해졌단다. 영화 변호인을 비롯, 많은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며 감천마을과 함께 관광지가 되었다. 전체를 조망하면 바닷가 마을로 유명한 이태리 나폴리항같다고 한다.(나폴리를 언제 가볼꺼나)
저녁에 국제시장근처 호텔을 들어가니 1인 Only room 이라 예약은 했지만 정말 1인용 침대 말고는 아무것도 없고, 움직일 공간도 없다.(브로이스호텔) 화장과 세면은 방밖을 나가 공용 공간을 써야한다. 그래도 근처에서 삼계탕과 반주 한잔 후 쓰러지듯 단잠을 길게 잤다.

6/10 아침 8시 근처 해장국집 찾아감. 자갈치시장 골목 끄트머리에 해장국골목이 있는데 만족도 최고. 양푼에 선지 등과 밥을 조금 말아 5천원에 주는데 맛 일품. 인심 넉넉. 주인할매가 먹는 걸 보더니 더 주겠다고 하는 걸 사양.
식후 오늘 주 코스로 이동. 지하철 갈아타고 버스도 타면서 오륙도 도착. 그 유명한 오륙도를 코앞에서 보기는 처음. 크지는 않지만 스카이워크도 있고, 그곳이 우리나라 동해와 남해를 가르는 분기점이란다. 그곳에서 동쪽길은 강원도 고성에 이르는 해파랑길, 서쪽으로는 해남 땅끝까지 이어지는 남파랑길의 출발점이기도. 첫코스인 해운대까지 목표로 출발~ 대마도가 어슴푸레 보이는 망망대해 곁으로 이어지는 코스로 이기대 절벽에 데크길을 조성하여 굴곡과 높낮이는 있지만 절경 또 절경. 코스 선택을 잘한 내가 기특~ㅎ 좋다.
서너 시간 넘게 땀도 흘리고 바르고 쓰고 중무장한 얼굴도 햇볕에 벌겋게 익어갔지만 부산 명소 한곳을 찾아낸 기쁨도 있다.
부산엔 산도 많지만 臺도 많다. 해운대, 태종대, 신선대, 이기대 등등. 모두 바닷가 절경을 품고 있다.
광안리 해수욕장에 오니 벌써 젊은 무리들이 수상 레져를 즐기고 있다.
해수욕장은 젊은이들의 공간. 코로나의 영향은 전혀 없다. 주변 중국집을 들러 시원한 중국냉면으로 요기하고 발길을 재촉하여 해운대 쪽으로 이동 후 수영강을 따라 북진, 걷고 걸어 다시 아들집에 도착. 3만보를 훌쩍 넘었다.

6/11 토욜이라 아들내외와 함께하다.
스크린골프장에서 아들 내외 처음으로 골프장갑 체험~
결국 13홀만에 시간 지났다고 쫒겨남. 처음이니 모든 홀 더블파 당연~ 그래도 흥미를 느낀단다. 앞으로 입문, 연습해서 아빠에게 도전하기로~
점저로 해운대암소갈빗집으로~ 부산 사람인 며느리가 한번도 못가봤다고 해서 내가 쏘기로 하고 갔지만, 자리에 앉기까지 한시간반을 대기. 예약을 했어도 해운대 관광객 반은 모여 있는 듯~ 엄청나다. 생갈비도 품절, 양념갈비로 먹는데 비싼만큼 맛나기는 하다 - 부드럽고 담백한 맛.
어두워지며 부산 야경이 좋다는 서면 뒷산인 황령산에 올라보니 광안리 선상 불꽃놀이부터 코로나를 벗어난 화려한 시가지가 한눈에 조망~ 부산 곳곳이 한눈에 들어온다.

6/12 귀갓날 아침을 시원한 해운대대구탕 한그릇으로 해결. 8시 오픈인데 역시 구름처럼 찾아온 마니아들. 맛집으로 유명하면 전국에서 운집하니 맛보기가 만만치 않다. 아들이 부산역까지 태워주니 열차출발시간에 시간 여유가 생겨 부산역 뒷골목 반지하 허름한 이발소-60년대 흔적이 물씬 나는-에서 70 중반의 노깎사에게 이발함. 부산 걷기를 기념하기 위해~

이번 부산 여행을 마무리하며 앞으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혼자라도 거행하기로~ 대구, 광주, 창원, 울산,포항 등 큰도시를 스쳐 지나기만 했지 그 속을 본 적이 없어서~.
또 하나밖에 없는 며느리와 가까울 기회였고, 오랜만에 아들과도 酒談을 하였으니
전체 만족도 최상!
마나님 생신 챙기러 올라가자!

[오강고 유인세]

오우~ 혼자 뚜벅이로 갔어도 정말 따박따박 실속있는 탐방을 했구만~
부산의 속내를 아주 훌륭하게 섭렵했으니 부럽기도하고^^
정말 찐하게 축하하이^^^
담에 병두하고 나 데불고 한번 더가자꾸나~

[신병두]

제목이 멋지다.
부산속살걷기~~~
핸드폰 두고가서 이제 와서 보니 부산여행기가 멋지다.
이제 음미하며 읽어봐야겠다, 마음으로 따라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