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교 업그레이드 제언
위성락대사의 저서 한국 외교 업그레이드제언의 머릿말과 목차를 올립니다. 위대사가 지금 이재명 캠프에서 가장 바쁜 일을 하고 있씁니다.
한국 외교 업그레이드 제언
위성락
필자는 2015년 중반 36년간 봉직하던 외교부를 퇴직하고 야인이 되었다. 자유인이 되면 무슨 일을 할까 생각하던 끝에 대학에 가서 국제정치 분야 후학들을 가르치기로 하였다. 여기에는 나름의 배경이 있었다.
현직에서 일하는 내내, 필자는 한국 외교가 4강에 둘러싸이고 분단되어 핵을 가진 북한과 직면하고 있는 나라의 외교답지 않게 정책이나 전략과는 거리가 있는 행정적이고 행사 위주, 인기 위주 대처에 머물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북핵 문제와 4강 외교의 일익을 맡아 보던 동안에는 한국 외교를 업그레드하는데 역할을 해보려로 애썼으나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여 아쉬움과 좌절감도 가졌다.
필자의 해석으로는 한국에서 외교가 이렇게 된 배경에는 한국 특유의 외교 생태계가 있다. 한국 외교 생태계에는 외교 사안을 자기중심적이며 감정적이고, 국내 정치 위주로, 이념적 당파적 관점으로 대하는 분위기가 자리잡고 있다. 이 분위기가 외교 담론을 오염시키고 있다. 외교가 포퓰리즘과 아마추어리즘에 붙잡혀 있다는 점도 또 다른 특징이다. 생태계가 이러니 이 속에서 적응하며 운신하는 정치 엘리트, 관료, 정치인, 언론, 학계, 시민사회 단체의 행태도 선진적이기 어렵다. 생태계와 행위자의 문제가 어우러져서 한국 외교는 현 모습을 띠게 되었다.
이것은 한국 외교의 내재적 취약점이라서 보수 정권, 진보 정권 할 것 없이 모두가 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보수 세력이 50년 이상 계속 집권하는 동안 상찬할 만한 외교를 그리 보여주지 못했고, 이후 진보 세력도 이 현상을 개선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필자에게 장차 한국 외교・안보 커뮤니티에서 역할을 할 젊은 학생들과 한국 외교의 문제점과 미래의 길을 논하는 일은 각별한 의미가 있었다. 한국 외교에 대한 문제의식을 차세대와 공유하는 것이 미래의 변화를 기약하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마침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의 후의가 있어서 서울대에서 강의를 하게 되었다.
서울대에 있는 동안 필자는 한국 외교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과 북핵, 4강 외교의 업그레이드에 대해 강의를 하고, 토론하고 글 쓰는 활동을 하였다.
마침 때는 한반도의 안보 구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사태들이 질풍노도와 같이 밀려오던 시기였다. 북한에서는 김정은 체제가 자리를 잡고,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기 위한 노력에 격한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국내적으로는 박근혜 정부의 후반기 국정 혼란이 심화되다가, 급기야 대통령이 탄핵되는 일이 생겼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서 변칙적인 외교 행보를 하기 시작하였다. 얼마 후, 국내에서는 촛불 민심을 받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였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새로운 실험을 시작하였다. 이어서 한반도 비핵 평화를 향한 남・북한과 미국 정상 간의 현란한 담판 과정이 전개되었다. 이 일들이 미・중, 미・러 관계가 최악인 상황을 배경으로 두고 벌어졌다. 한반도의 모든 기존 구도가 요동칠 수 있는 사정이었다.
그런데 이처럼 중차대한 변혁의 순간에도 이에 대처하는 한국 외교는 여전히 내재적인 취약점을 노정하였다. 우려 반 기대 반의 마음에서, 필자는 계기마다 외교 현안에 대한 담론의 방향을 개선해보고자, 기고를 통하여 대안들을 제기한 바 있다.
이제 정상 차원의 비핵 평화 외교 과정은 정체 상태로 들어갔다. 그 장래는 불투명하다. 그러므로 지금은 그간의 경과를 성찰하고,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더 나았을지, 앞으로는 어찌해야 할지를 고심해야 할 때다. 그간 해오던 외교가 기로에 선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차제에 2015년 이래 대학에 있으면서 생각해 온 한국 외교의 근본 문제와 북핵과 4강 외교 현안에 대해 제기해온 정책적 대안을 결합하여, 체계화된 한 권의 책자로 정리할 마음을 먹게 되었다. 글의 내용이 지금의 시점에서 보아도 적실성이 있으므로, 기로에 선 한국 외교에 참고가 되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책의 제1장은 이 책의 문제의식 부분으로서, 한국 외교 생태계의 5대 문제점과 이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을 다룬다. 한국 외교 개혁을 위한 문제 제기이다. 제2장과 제3장에서는 제1장에서 제기된 문제의식에 따라 현안에 대해 정책적 대안을 제기한다. 제2장은 북핵을, 제3장은 4강 외교를 다루었다.
글의 일관된 의도는 한국 외교가 처한 현 상태를 분석하여 문제를 드러내고, 문제점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범사회적 외교 담론을 바꾸어 가여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그 일환으로 현안별로 냉철한 현실주의에 기초한 정책적, 전략적 대안을 제시하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건설적인 담론을 촉발하고, 더 나아가 정부의 정책 선택에 도움이 되도록 하려는 것이다.
제2장과 제3장의 글 배치는 기본적으로 쓰인 시간순이다. 그래야 글의 전후 맥락을 이해하기 쉽고, 시의성도 부각되기 때문이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위해 글이 쓰인 시점을 명시하였다.
이 책이 한국 외교 담론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끄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또 북핵과 4강 외교에 있어서 더 나은 대안을 탐구하는데 기여할 것을 기대한다. 정체 상태에 있는 한반도 비핵 평화 과정의 진전에 도움이 될 것도 소망한다.
2020년 11월 양평 하운재(霞韻齋)에서
위성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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