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차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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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茶쟁이 진제형의 보이차(普洱茶)
이야기 (1) < 1 >
몇 달째 고민이다.
내가 하고 싶은 보이차 이야기가
차를 즐기는 많은 분들에게 중요한 정보인가,
그리고 보이차를 업으로 하시는 분들에게
폐를 끼치는 부분을 없을까라는
2가지 부분에 대해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 본다.
그래, 이 세상에는 다양한 의견들이 있어야
발전을 하는 것이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거부하고는 읽는 분들에게 맡기는 것이 맞겠다.
한 번 써 보자!
보이차에 대한 신비화된 논리와 잘못 알려진 지식들과 과장된 주장들을 가능하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입장에서 언급해 보고자 한다. (근데 그 과정에서 나 또한 데이터를
제시하지 못하는 충분히 과학적이지 못한
주장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많은 자료들을 찾아보고 읽어 보았다.
그냥 대충 어디서 주워들은 것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가능하면
누군가가 꽤 오랫동안 고민하고
연구한 자료들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보이생차의 보관 중의 변화와 산화효소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찾아보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자료들이 있다.
일부러 우리나라 자료를 찾아보았는데
석사논문으로 쓰인 자료들이 꽤 많다.
나중에 참고한 자료들의 목록을 제시하겠다.
서론이 길었다. 이제 시작해 보자.
첫 번째 얘기하고 싶은 것은
보이차는 신기한 차인 건 맞지만
신비한 차는 아니라는 것이다.
보이차가 신기한 차인 건 맞는데,
또 유일하게 신기한 차는 아니다.
내가 바라보는 보이차의 신기한 점들을
살펴보고 다른 차들과도 비교해 보자.
(1) 보이생차는 지역마다 다른
특이하고도 비교적 강한 향을 가지고 있다.
밀향(蜜香), 화밀향(花蜜香), 장향(樟香),
난향(兰香) 등 뭔 말인지 알 듯 모를 듯한
표현들을 많이 사용한다.
중화권 분들의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는 듯한데, 11년이 넘게 중국 살면서
여기 사람들의 향 묘사와
실제 향을 대입시켜 가면서
내 나름대로 익혀 나가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낯선 표현들이다.
그 대신 난 내가 알기 쉬운 표현을 사용한다.
예로 임창(临沧) 지역의 차에서 느껴지는
화밀향(花蜜香)을 나는
‘한국 전통 간장(일반적으로 조선간장이라 하는)의 향’이라 묘사하는데 많은 한국 분들이
훨씬 빨리 이해하고 수긍해 주었다.
어쨌든 보이생차는 일반 녹차가
가지고 있지 않은 다양하면서도
비교적 강한 향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난 신기한 점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차들은
다양한 향을 가지지 않는가?
오로지 보이생차만이
특이한 향을 가지고 있는가?
공정이 복잡한 우롱차류나 홍차류는
잘 알듯이 정말로 다양하고
멋진 향들을 만들어 낸다.
그건 차 본연의 것이 아닌
공정의 힘으로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비교적 공정이 단순하면서도
보이생차와 공정이 비슷한
녹차와 비교해 보는 건 어떨까.
녹차를 다양하게 마시는 분들이라면
쉽게 답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벽라춘(碧螺春)의 경우 혁살인향(吓杀人香)이라는 섬뜩한 이름으로 불릴 만큼 독특한 향을 자랑하고, 용정차는 밤향(板栗香),
태평후괴는 난향(兰香)이 강하고
뚜렷한 것을 좋은 차의 품질 요건으로 삼는다.
[그림]
벽라춘과 꽃나무
(과연 꽃나무 때문에 벽라춘이 향기로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강도나 다양성 측면에서 보이생차를 따라올 수 없다고 본다.
지역마다, 또 동네마다
미묘한 차이의 향을 가지는 것은
참 특이하고도 매력적인 점이다.
개인적으로는 서상판납(西双版纳) 쪽 차들보다 임창(临沧) 지역의 차들을 선호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향의 풍부함과 강도가
대체로 임창 지역이 높기 때문이다.
(2) 수령이 높은 고차수(古茶树)가 많이 남아 있고,
또 거기에서 수확한 고수차(古树茶)가 더 맛있다.
오래된 차 나무는 중국의 다른 지역에도
많이 있다고 말하고 싶은데,
이리저리 생각해 봐도 봉황단총(凤凰单枞)의
수령이 1000년 가까이 된다는
나무 외에는 딱히 없다.
대홍포(大红袍) 모차수(母茶树)는
바이두(百度)에 보니 수령이 300년 이상이라 하는데 그것마저 약간 부풀려진 느낌이 있는 듯하고, 복건성(福建省) 안계현(安溪县) 철관음(铁观音) 모차수는 새로 심은 듯
아주 젊고, 복건성 백차 시조 나무인
녹설아(绿雪芽)도 그리 나이 들어 보이지 않는다. 절강성 안길현의 안길백차(安吉白茶)
모차수인 백차조(白茶祖)도
수령이 100년 이상 정도 밖에 안된 듯하다.
[그림]
봉황단총 대표 나무, 대홍포 모차수,
철관음 모차수, 녹설아, 백차조
봉황단총
복정백차 녹설아
안길백차 백차조
운남에는 몇백 년 묵은 고차수는 수두룩하고, 1000년 이상의 나무들도 꽤 많다.
오랜 세월을 버틴 노고를 인정받아
여러 지역에서 차왕수(茶王树)라는
이름을 부여받았는데,
훈장일지 아님 고난의 시작일 지는 모를 일이다.
[그림] 운남의 차왕수들
坝歪 茶王树
邦崴 茶王树
일반적인 나무들은 100년도 되지 않아
생애 최고점을 맞이하고
그 이후에는 번식이나 생산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시골 동네의 600년 정도 먹은
느티나무는 속이 텅텅 비어 볼폼 없이 변했고,
처가 동네의 사과나무는 100년이 되면
벌써 처분 대상에 포함될 것이며,
관목형 차 나무도 50년 정도가 되면
갈아 엎어져야 하는 운명일 가능성이 크다.
근데 왜 운남에서 생산되는
보이생차는 연로한,
그것도 200 ~ 300살도 아니고
500살도 더 넘은,
차 나무에서 딴 찻잎이 더 맛있을까?
그 이유를 추론해 본다면
- 그 오랜 시간 동안 살아남았다는 사실은
이 차 나무가 가진 생명력이
아주 강하다는 얘기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다른 차 나무나
식물과의 경쟁에서 도태되었을 것이다
- 강한 생명력을 계속 유지시켜 줄 수 있는 자연환경이 뒷받침되어 있다.
기후 환경도 좋고, 특히 토양이 비옥하다고 본다. 바위가 없으니 뿌리가 끝도 없이
내려갈 수 있을 것이고,
그 깊은 곳은 태곳적 영양분을
그대로 가지고 있을 것이다.
최소한 영양분이 부족해
기력이 쇠하게 변할 가능성은 없고
경쟁 없이 마음껏 영양분을
뽑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오롯이 차 맛으로 나올 것이다.
[그림] 운남의 홍토
(3) 보이차는 오래 두면 맛있어진다.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일정 시간까지는 맛있어지고,
시간이 너무 오래되면
맛이 덜해진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근데 이건 보이차만의 경우가 아니라
많은 다른 차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백호은침(白毫银针)은
3 ~ 5년 사이가 가장 맛있다고 얘기하고,
더 오래되면 나름 독특한 맛을 낸다.
그 해 생산된 백호은침은
하얀 자태 안에 녹색을 한껏 품고 있다.
맛도 푸른 느낌이 많이 도는 콩고물향이다
3년 정도 보관하면 자동산화에 의해
이렇게 색도 변하고, 푸른 향도 많이 가시고
콩고물향 위주로 나오게 된다.
맛은 달고 향은 정교하고도
오묘한 최상의 맛이 나오게 된다
수미(寿眉)는 20년 정도 되니
맛이 기가 막히게 변했고
더 둔다면 또 다른 느낌을 줄 것이다.
철관음(铁观音) 농향형(浓香型)도
10년 넘게 두니 아주 맛있고,
20년 이상 되어도 환상적이다.
무이암차(武夷岩茶)류도
많은 사람들이 10년, 20년이
넘게 숙성 시켰다가 즐긴다.
다만 녹차류는 신선한 맛을
즐기기에 당해 연도 차가 맛있다고 하는데,
이 또한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좀 두면 또 나름의 맛이 있다.
그 외에도 신기한 사실들이 있으리라 본다.
나중에 생각이 나거나,
다른 분들께서 지적해 주신다면
보충해서 쓰겠다.
이제 보이차를 신비화 시키는
분들의 주장을 들어 보자.
(1) 보이차는 만병통치약이다?
ㆍㆍㆍ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