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쿠비(기자 차의 애칭)의 머플러를 교환해 무미건조했던 배기음을 묵직한 중저음의 마음을 울리는 사운드로 바꾸었다. 낮은 rpm에서는 순정 머플러만큼 조용하며 자동차검사소에서 구조변경까지 마쳤다. 한데 디퍼렌셜과 엔진 터빈 호스 부근에서 오일이 새 또다시 수리를 했다. 그러고보니 한 달에 한 번 꼴로 서비스센터를 찾은 셈이다.
번쩍거리는 고품질의 스테인리스를 소재로 수제작해 완성도가 높다
듀얼 팁이 양쪽으로 나와 더욱 스포티해졌다
볼트온 방식이라 마운트에 끼우고 볼트만 조이면 바로 완성이다
직접 용접해 수제작 머플러를 만든다
머플러 팁 끝에 ‘WABBP’로고와 소음기 아래에는 ‘MADE IN KOREA’도 새겨 넣었다
엔진 터빈에서 오일팬으로 내려오는 호스 클립에서 오일이 새 서비스 센터를 찾았다
드라이브 샤프트와 디퍼렌셜이 만나는 부분에서도 누유를 발견했다
오감 중에서 소리는 사람의 감정을 자극하는 매우 큰 부분이다. 자동차 세계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중추신경을 마비시키는 F1 경주차의 사운드나 머리카락을 쭈뼛 세우는 고회전의 페라리 음색, 지축을 울리는 묵직한 람보르기니의 울부짖음, 피를 끓게 하는 수평대향 엔진의 포르쉐 노트 등 엔진과 배기음만으로도 매니아들의 가슴은 두근두근 뛴다.
현대 제네시스 쿠페 200터보를 타면서 여러 가지 불만이 있지만 그 중 하나가 무미건조한 엔진음과 배기음이다. 제네시스 쿠페 380GT만 해도 가속할 때 엔진과 배기음이 200터보보다 매력적이다. 하지만 기자의 젠쿠비는 가속할 때 “쌩~” 하는 터빈 도는 소리만 작게 들릴 뿐, 운전자를 흥분시키고 감동시키는 무언가가 부족하다.
이런 부분을 채우기 위해 젠쿠비의 머플러를 교환하기로 마음먹었다. 몇 주간 제네시스 쿠페 머플러 정보를 찾아본 뒤, 젠쿠비를 탄 지 200일째 되는 날, 경기도 용인에 있는 튜닝숍 와프(WABBP)를 찾았다.
와프는 국산차는 물론 각종 수입차와 수퍼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차종을 튜닝하며, 올드카 복원에도 나서고 있는 튜닝숍이다. 특히 매니폴드부터 머플러에 이르는 배기 시스템을 직접 제작하는 것으로 이름나 있다. 이곳에서는 3D 프로그램 설계가 가능한 컴퓨터부터 파이프를 휘고 용접하는 장비까지 갖춰 매니폴드, 머플러 등을 직접 개발, 생산, 판매하고 있다. 현재 제네시스 쿠페 380GT용은 풀 배기 시스템을 판매하고 있으나 200터보용은 개발 중인 매니폴드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만 구입할 수 있다.
거리에서 만나는 소위 ‘양카’에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등공신이 바로 “방방~”거리는 머플러다. 기자 역시 다리통만 한 머플러를 달고 엄청난 소음을 내며 달리는 튜닝카를 무척이나 혐오한다. 그래서 와프 머플러를 선택했다. 와프 머플러는 엔진회전수 3,000rpm 이하에서 천천히 다닐 때는 순정 머플러만큼 조용하면서도 4,000rpm을 넘기면 바닥부터 울리는 묵직한 중저음의 배기음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또한 액셀 페달을 천천히 부드럽게 밟으면 조용하게 반응하고 3,000rpm 이하라도 드로틀을 빨리 조작하거나 가속하면 중저음의 사운드가 퍼져 나온다. 아울러 젠쿠비의 뒷모습에서 보이던, 양쪽으로 하나씩 나온 D 형태의 순정 머플러 팁이 사라지고 듀얼 팁이 양쪽으로 자리잡아 좀 더 스포티한 뒷모습을 가지게 되었다.
와프의 제네시스 쿠페 200터보용 앤드 머플러(소음기)는 공임을 포함해 85만원이다.
녹이 슬지 않고 가벼운 스테인리스 재질로 만들고 순정보다 두껍게 만들어 내구성이 뛰어나다. 고품질의 수명이 긴 흡음재를 넣는 한편 와프만의 사운드 필터를 사용해 조용하면서도 묵직한 배기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앤드 머플러 하나만 교환했기 때문에 크게 출력 상승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한데 머플러를 바꾼 뒤 엔진의 반응 속도가 한결 빨라진 듯해 괜히 기분이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4,000rpm 이상으로 주행하거나 터널 안에서 가속할 때 들리는 배기음이 귀를 즐겁게 한다.
머플러(소음기)를 교환하면 구조변경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법구조변경으로 경찰의 단속에 걸리고 정기검사를 통과할 수 없다. 구조변경을 대행해 주는 곳에 맡기면 보통 15~20만원 들지만 앤드 머플러 같은 간단한 구조 변경은 직접 발로 뛰면 반나절이면 해결할 수 있다.
기자는 머플러를 만든 와프에서 설계도면을 받아 서류를 작성한 뒤 서울 상암동 교통안전공단 자동차검사소를 찾아가 구조변경을 했다. 구조변경 검사수수료 4만원에 기름 값과 밥값이 들었을 뿐이다.
한편 머플러를 교체하기 위해 차를 리트프에 올려놓고 하체를 살펴보던 중 앞뒤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뒷바퀴 축이 연결된 디퍼렌셜에서 검은 오일이 조금씩 묻어나오고 있었고, 엔진 쪽 터빈 아래에서 오일팬으로 연결되는 호스 클립 부근에서도 오일이 흘러나온 흔적이 엿보였다. 앞뒤 모두 뚝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살짝 묻어나오는 수준이라 그동안 달리는 데는 지장이 없었던 모양이다.
머플러를 교환하고 며칠 뒤, 회사 근처인 서울 가양동 블루핸즈 현대서비스센터를 찾아갔다. 엔진 쪽 터빈-오일팬 연결호스 클립의 누유는 사실 넉 달 전 다른 현대서비스센터에서도 발견한 문제였다. 당시 새차라 부품 수급이 오래 걸려 임시방편으로 다른 클립을 끼워놓았었는데, 이번에 호스와 클립의 부품을 새로 교환했다.
그리고 디퍼렌셜 오일 문제는 드라이브 샤프트와 디퍼렌셜이 닿는 부분의 실링(sealing) 수리로 해결했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몰딩 잡소리, 엔진오일 누유, 클러치 이상 등으로 한 달에 한 번 꼴로 서비스센터를 찾았다. 아직 보증수리 기간이라 수리비용에 대한 부담이 없지만 매달 서비스센터를 찾다보니 아예 단골이 된 기분이다. 그래도 수리를 통해 문제점이 확실히 고쳐진다면 만족하고 즐겁게 타리라고 좋은 마음을 먹어 본다. 아직 스트레스를 덜 받은 걸까?
자동차생활, 2009년 0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