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뿌리 길이 70㎝ '수퍼 산삼' 캤다는데… 山主 허락했다면 심마니 소유?
산삼 주인은 山主
국·공유림이나 사유림서 山主의 동의 없이 캐면 산림 절도 혐의로 처벌
심마니, 전국 1000여명 추산
산림 보호 활동 대가로 약초 채취 허가받아 "농어민처럼 지원 바람직"
박돈규 기자
입력 2017.09.09 03:02
심마니 홍모씨가 지난 7월 강원 화천군 용화산 자락에서 뿌리 길이만 70㎝에 이르는 산삼을 캤다.
지난 7월 강원 화천군 용화산(878m) 자락에서 뿌리 길이만 70㎝에 이르는 '수퍼 산삼'이 발견됐다. 시가 2000만~3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마니 홍모(57)씨는 채취 장소를 '영업 비밀'에 부쳤다. 심령(산삼의 나이)을 의뢰받은 강원도산림과학연구원 이성재 연구관은 "용화산은 국유림이고 밑으로 내려가면 사유림이 여러 자락 있는데, 산삼이 나온 곳은 산주(山主) 허락을 받고 들어간 사유림이라고 한다"며 "심령을 가늠하긴 어려웠지만 양분이 많은 부엽토 등 좋은 환경에서 긴 세월 생육된 보기 드문 산삼"이라고 말했다.
같은 달 강원 양구경찰서는 손모(60)씨 등 심마니 2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사유림에서 산양삼(山養蔘·재배한 산삼) 15뿌리를 캔 산림 절도 혐의였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사유림인지 몰랐고 자연산인 줄 알았다"고 발뺌하다가 결국 잘못을 시인했다. 산림 절도죄는 국·공유림이나 사유림에서 허락 없이 산삼이나 송이버섯, 약초 등을 캐는 경우 적용되며 호미를 들고 입산하는 행위만으로도 산림 절도 미수로 처벌받을 수 있다.
산림청은 해마다 봄·가을에 국·공유림과 사유림에서 산주 동의 없이 임산물을 캐는 불법행위를 집중 단속하고 있다. 적발 건수는 2012년 1103건(피해액 3000여 만원)에서 지난해 2335건(1억5000여 만원)으로 최근 5년간 가파르게 늘어났다. 최근에는 산나물·산약초 채취가 목적인 기획 관광도 성행하고 있다. 산림청 산림환경보호과는 "마대를 가지고 다니며 상습적으로 채취하는 경우 산림 절도죄로 사법처리하고 피해액이 적으면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관련법에 따라 7년 이하 징역을 살거나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내야 한다.
심마니는 산삼을 발견하면 "심봤다"를 세 번 외친다. 그 소리를 들은 동료 심마니들은 자리에 주저앉아 한동안 꼼짝하지 말아야 한다. 산삼을 찾은 심마니가 주변에 있는 다른 산삼을 찾도록 기다려주는 것이다. 심마니들 사이에선 그렇게 소유권을 인정해준다. 세상은 변했고 이제 무주공산(無主空山)은 없다. 자기 산이 아닌 곳에서 산삼을 캐면 형사처벌을 받는다.
이렇게 되물을 수도 있다. 산주는 산삼 씨를 뿌리지 않았고 아무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고. 그곳에 산삼이 있는 줄도 모르지 않았냐고. 심마니가 그런 국·공유림이나 사유림에서 산삼을 캤다면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100% 산주 차지다. 심마니들은 사실상 법을 어기며 일을 하는 셈이다. 7월 발견된 '수퍼 산삼' 역시 산주가 증거를 내밀며 소유권을 주장하면 돌려줄 수밖에 없다.
법무법인 세종 정종채 변호사는 "민법 제256조에 의해 산주가 산삼 소유권을 갖는다. 자연삼도 뿌리내린 땅에 부합하는 물건이기 때문"이라며 "함부로 채취했으니 형법상 절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절취한 임산물 가격이 1억원 이상이거나 산림을 5만㎡ 넘게 훼손했을 경우는 3년 이상 25년 이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심마니는 전국 1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조선 시대에는 입산 허가를 받고 산삼을 캤지만 광복 이후 없어졌다. 지금은 일부 산촌에서만 국·공유림에서 해당 관리소와 협약을 맺어 산불 등 산림 보호 활동을 하는 대신 약초 채취를 허가해준다. 박만구 한국심마니협회장은 "심마니는 약으로 될 것만 캐고 어린 산삼은 놓아두며 씨를 뿌리기도 한다"며 "농민과 어민이 있듯이 산민도 인정해주고, 단속하기보다 지원해주는 등록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삼이 언론에 보도되는 경우는 판매 경로가 마땅치 않거나 가격을 올리고 싶거나 둘 중 하나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