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절기에 때맞추어 한파주의보가 내리고 눈도 많이 왔으니 꼼작말고 집
에 있으라는 내자의 말을 귓등으로 듣고 집을 나선다
어름처럼 차가운 표정으로 듬성듬성 다과를 챙겨주니 맛이 있을까
집에서 전철역까지 가벼운 마음으로 15분 걸리던 이 길이 오늘 아침엔 엄
청 힘들다
발등까지 잠기는 눈 더미에 새벽 일가는 고달픈 사람이 이미 밟고간 그
자리는 텃세부리듯 미끄럽다
힘들게 왕길역에 가니 한파는 커녕 등줄기에선 땀이 흐른다
검암역에서 공항철도로 환승하고 서울역에서 4호선으로 환승 명동역 #3출
구에 가니 아직 아무도 오지 않았네 하도 먼곳에 사니 항상 출발은 이르
지만 도착이 늦는데 오늘은 일렀다 저 만치서 총무님이 두리번 거리고
오신다 약속된 10시 30분에서 30분전이니 고생이 많으시네
우리가 모여 서성거리는 곳마다 차례로 점포를 여니 우왕좌왕이다
약속된 인원도 다 모이고 어언 시간도 되어 산행을 출발한다
지하철역 밖으로 나오니 이미 눈은 다 녹고 바람만 좀 쌀쌀해 2017년 첫
산행은 정말 좋은날 잡았다고 덕담들이 만발한다
좁고 비싼 땅을 조금 오르니 중국영사관이 나오고 그 앞에서 횡단해 산
길로 들어선다
이제까지 걸은 길은 주택가와 자동차도로 이기에 눈이 다 녹았지만 산길
엔 수북히 쌓인 눈발이 어느 깊은 겨울산을 방불케 한다
우리는 모두 환호성을 지르며 인증샽을 찍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겨울산이다 자연은 우리에게 시련도 주지만 이처럼
환희도 주었다 산중턱에서 각자 갖고 온 간식을 서로 권하며 즐겼다
조금 더 가파른 언덕을 오르니 어느덧 발길은 남산타워에 이른다
이제사 종로구 숭인동이 본적인 나의 학창시절에 오르던 남산길 인것 같
다 마침 정오가되어 남산봉수대를 지키는 파수꾼의 교대를 잠시 본다
봉수대는 국가의 중요한 상황을 알리는 곳 인데 아직 아무 기척이 없네
우리는 모두 시장기가 도는지 식당으로 발길을 옮긴다 낯익은 국립극장과
신라호텔 장충단공원 장충체육관을 두리번거리며 오늘 산행을 맞쳤다
점심식사후 전립선예방과 케겔의 필요성 주장은 오늘 산행만큼이나 모든
이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돌아 오는 길에 옛 동료 사무실을 찾으니 아파트입주자회장의 노고와 경
로당노인회장의 애환을 자랑하느냐 시간반을 떠들다 돌아오니 서산엔 해
가 뉘역뉘역 져 간다
오늘하루 별탈없이 무사히 지나고 24,326보 걸음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