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嗚呼 (오호) 玆何等時而綱欲去耶 (자하등시이강욕거야) 去又何之耶 (거우하지야)
- 오호! 이 때가 어느 때인데 송나라 재상 이강(李綱)은 관직을 버리고 떠나려 하는가?
간다면 또 어디로 간단 말인가?
● 夫人臣事君 (부인신사군) 有死無貳 (유사무이)
- 무릇 남아로서 남의 신하가 되어 임금을 섬길진데 죽음만이 있을 뿐이라.
● 當是時也 (당시시야) 宗社之危 (종사지위) 僅如一髮之引千鈞 (근여일발지인천균)
玆正人臣捐軀報國之秋 (자정인신연구보국지추)
- 그 때야말로 종사가 위태롭기가 터럭 하나에 삼만근의 무게가 매달린 듯한 지극히
위태로운 형편이기에 신하된 자로서는 마땅히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할 때가
아니겠는가?
● 去之之言 (거지지언) 固不可萌諸心 (고불가맹제심) 况敢出諸口耶 (황감출제구야)
- 이러함에도 가겠다는 말은 진실로 마음속에 생각하지도 못할 말이거늘 하물며
한 나라의 재상으로서 감히 입밖으로 말할 수 있단 말인가?
● 然則爲綱計奈何 (연즉위강계나하) 毀形泣血 (훼형읍혈) 披肝瀝膽 (피간력담)
- 내가 강(綱)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몸을 헐어서라도 피 눈물로 호소하고 간과
쓸개가 찢어지는 아픔이 있다 하더라도
● 明言事勢至此 (명언사세지차) 無可和之理 (무가화지리)
- 사세가 이러하니 적과 화친할 수 없음을 밝히 말하여야 할 것이다.
● 言旣不從 (언기부종) 繼之以死 (계지이사) 又不然 (우불연) 姑從其計 (고종기계)
- 간곡히 말을 하여 그대로 되지 않는다면 짐짓 화친하려는 계책을 따라서 이어
가다가 죽던지 그렇지 않다면 잠시 계책을 따라 일을 도모하여
● 身豫其間 (신예기간) 爲之委曲彌縫 (위지위곡미봉) 死中求生 (사중구생)
- 내 몸을 던져 일을 치밀하게 꾸려 나아 간다면 죽음 속에서라도 살 길을 찾아
● 萬一或有可濟之理 (만일혹유가제지리) 綱計不出此而欲求去 (강계불출차이욕구거)
玆豈人臣委身事君之義哉 (자기인신위신사군지의재)
- 만에 하나라도 나라를 건질 도리가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강(綱)은 이런 꾀를
내지 않고 그저 떠나려고만 했으니, 어찌 신하로서 몸을 던져 임금을 섬기는 의리
라고 할 수 있으랴.
<감 상>
중국의 宋나라가 북방의 金나라의 침입을 받아 나라가 위태로운 지경에서 중책을 맡아
나라를 이끌어 가던 재상 이강(李綱)의 행적을 읽고서, 장군께서 자신의 감회를 기록한
글이다. 당시 송나라의 상황을 언급하며, 국가의 중신(重臣)으로 최선을 다 하지 않고서
일신의 안일을 구해 물러나는 것을 비판하였다.
그러면서, 자신이 강(綱)의 입장이라면 어찌 할 것인가를 술회하고 있다. 국가 사직이
위기 상황에 처하면, 신하된 자는 임금과 나라를 위해 죽기를 각오하며 대책을 강구해야
함을 역설하고 계신다. 설령, 그 계책이 실패하더라도 목숨을 나라에 바치는 것이 신하의
도리임을 강조하신다.
일생을 이러한 자세로 처신해 오신 장군의 고결한 모습이 뜨겁게 느껴지는 글이다.
또한, 명나라 수군 도독 진린이 그렇게도 간곡하게 장군을 명나라로 모셔 가려고 한 데
대해 일관된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한 것도, 이러한 장군의 기본 자세와 무관치 않음을 엿
보게 한다.
더 나아가,
마침내 노량해전에서 목숨을 걸고 최선을 다 하여 분투하시다가, 보국지추(報國之秋)를
실현하고 순국하신 장군의 진면목(眞面目)이 최후의 해전에서 그대로 발현된 것이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일희일비 하지 않으시고 묵묵히 그리고 꿋꿋이 자신의 길을 걸어 간
장군의 삶이야말로 다사다난한 우리 시대의 영원한 표상(表像)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