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이 저물어 가든 12월 1일에 나는 직장에 첫 발령을 받았다.
이 해 1월에, 공업학교 졸업을 하고 취업을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지나온 나의 꿈이 이루어
진 것이다. 일찌기 대전에 있는 공업고등학교 통신과에서 무선통신술, 무선공학, 전기통론
전파관리법, 전자실습, 통신영어 같은 과목들을 공부하였다. 아울러, 이와 관련된 국가기술
자격증을 취득하였기에, 나는 자연스럽게 방송사(KBS)의 방송기술직으로, 첫 발령을 받은
것이다.
공업고등학교에서 공부를 할 때, 나는 전공과목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해 그저 억지로
시간을 보냈기에, 적잖게 불안하고 걱정이 많았다. 더욱이 어려서부터 기계 만지는 손재주가
별로이다 보니, 나의 애로사항은 더욱 컸다. 물론, 처음에는 현실을 인정하고 적응을 해보려고
내 나름대로 애를 써보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지지부진하다 보니 결국에는 직종(職種)을 아예
바꾸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그리고, 1974년에 한국방송통신대학 전문과정에 입학하여 행정학 공부를 시작하였다.
혹시라도 회사에서 일반사무직으로 자리를 옮겨 볼 막연한 꿈을 갖고 말이다. 그렇지만 특별히
다른 사람과 의논하기도 마땅치 않다보니 혼자 가슴앓이를 하며 지냈다. 그저 내가 도움을 요청
할 분은 오로지 하나님이었다.
"하나님 아버지,
제 형편 잘 아시지요? 제가 담당하는 직무에 아직도 잘 적응을 못하고 있어서 마음이 무겁고
답답합니다. 그렇다고 현지 적응을 해보려고는 하지만 자신도 없고, 별 의욕도 없습니다. 제가
직장에서 좀 더 잘 할 수 있는 일은 아무래도 관리(管理) 업무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선 학력을 좀 키우려고 한국방송통신대학에 입학해 행정학 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저 좀 도와 주셔서 이 공부를 잘 마친 후에는 고지 근무나 라디오중계소 근무를 면하고, 본사에
가서 당당하게 근무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십시요. 저에게는 이 일이 매우 진지하고 심각하오니
저를 꼭 도와 주십시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아멘..."
나는 처음에 막연하게 이 일을 시작하였으나, 이러한 내 꿈은 1991년 5월에 회사에서 제 1회
사내(社內) 전직(轉職) 시험을 실시하여, 이에 응시하고 사무직으로 전직하면서 마침내 결실을
보게 되었다. 내가 첫 발령을 받고 근무지에 부임하는 길에서 내 마음에 처음으로 싹텄던 꿈이
무려 22년이 다 되어가면서 이루어 진 것이다.
그 동안에 직장에서 마음 고생도 많이 했고, 직/간접적인 시련도 겪었으나 언제 이루어질지도
모르는 꿈을 바라보며, 분투하였던 나에게 드디어 그 날이 찾아 온 것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1993년 7월 29일자로 본사 기획조정실 기획예산국 기획부로 발령을 받아 부임
한 것이다.
그 후로 나는 신바람나게 열심히 근무하며 회사에 좋은 기여를 하도록 노력하면서, 직장생할의
대(大) 반전(反轉)을 이루어 갔다. 돌이켜 보면, 마치 굼벵이처럼 꿈틀거리며, 한 해 두 해를 보내
면서, 목표를 향해 기어가는 듯한 나를 내려다 보시던 하나님께서 나에게 회심의 미소를 안겨주
셨다.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