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일상을 살아가던 은행에 사건이 발생했다. 주택은행은 주택복권을 판매하는 유일한 은행이었다. 주택복권 판매수익금은 주택건설과 관련된 업무에 쓰여지고 있었다. 복권은 지점 별로 배정되었으며, 지점에서 직접 판매하는것과 판매처에서 판매하는 2가지 방법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지금은 주택복권이 없어지고 로또복권 등으로 변경되었으나 그 당시는 주택복권이 유일한 복권이었다. 복권 1등 당첨금은 1억원이었다. 어느날 은행에 출근을 하니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경비업무를 하고 있는 청원경찰 형님이 다가와 물었다. "어제 복권 샀지" "예" 지점에선 복권을 창구 판매하는데 복권이 잘 팔리는 주도 있었지만 잘 안팔리는 주도 있었다. 그러면 직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복권을 구입했다. 나는 행운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복권을 원해서 사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복권이 창구에서 다 안팔리면 사기 싫어도 의무 구입했었다. 저번주엔 복권 판매량이 좋지 않아 직원들이 서너장씩 나눠 구입했고 나도 5장 복권을 구입 했었다. "복권 좀 보여줘봐" "아니, 무슨일 있어요" "잔말 말고 빨리 보여줘" 나는 책상 속에 던져 뒀던 복권을 보여드렸다. 청원경찰 형님이 복권을 보시곤 "4자리가 맞았네" 하면서 돌려 주었다. "형님 무슨일인데 그러세요?" "우리 지점에서 복권 1등 당첨이 나왔어" "예, 우리지점에서요" 나는 감짝 놀랬다. 그래서 이렇게 지점 분위기가 뒤숭숭했구나, 복권은 지점 직접판매, 지점에서 배부 받은 복권을 판매점에 판매하는 두가지 방법이있는데 지점에서 판매한 복권에서 1등 당첨이 나왔다는 것이다. 지점에서 직접 판매한 복권 번호를 알고 있기 때문에 1등 당청이 지점 판매분에서 나온것을 알았고, 또 직원들이 구입한 복권을 확인해 보니 1등 복권과 흡사한 번호가 많아 지점 판매분임을 확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직원 중 누구도 1등에 당첨된 사람은 없었다. 2명이 확인이 되지 않았는데 복권을 집에 두고온 직원과 본점에 문서 수발을 하러 다니는 서무보조원 아저씨였다. 사무보조원 아저씨는 본점에서 발송되는 문서를 받아 와야 해서 12경 지점에 도착 했다. 나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는데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내 주변에서 복권 1등 당청자가 나왔다니. 정말 복권 1등이 나오는구나, 복권 1등에 당첨되면 그 큰돈을 어디에 쓸까?" 그 당시 1억원이면 웬만은 동네 중형아파트 1채는 구입할 수 있는 돈이었다. 나는 생각했다 "가능하면 우리직원이 아니고 다른 사람이 사간 복권에서 1등이 나와라" 왠지 직원중에 누군가 1등 당첨이 된다면 너무 배가 아플것 같았다. 마침내 12시가 되고 문서 수발을 다녀오신 아저씨가 지점에 당도했다. 아저씨를 기다리던 청원경찰 형님이 득달같이 복권번호를 확인했다. 1등 당첨이었다. 당첨 확인후 아저씨와 나는 점심을 먹으로 식당으로 같다. 우리는 아무 말도 못하고 멍하니 식판만 바라보았다. 지점장이 아저씨를 호출했다. 바로 그 자리에서 일주일 휴가를 주었다. 아! 정말 축하를 해주면서도 씁씁했다. 일주일 후 휴가를 끝낸 아저씨는 강남 한식당에서 회식비를 쐈다. 그 아저씨는 정식 은행원은 아니었고 지방에 살고 있다 1년 전에 보조업무를 맡으며 서울로 이사를 했다. 그는 그때 집도 조그맣게 있었고 부자는 아니었지만 잘사는 편이었다. 그런 그에게 행운이 떨어진것이다. 그 전주 그분과 나는 숙직을 했었다. 다른 행원 한명과 우리는 고스톱을 치게 되었다. 판돈 5만원을 걸고 친 고스톱에서 우리 둘은 그분에게 싹쓸이를 당하게 되었다. 복권 1등 당첨자와 고스톱을 쳤으니 돈을 모두 털리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 후에도 나는 복권과 많은 연관이 있었다. 복권 1등에 당첨되면 당첨금을 아무곳에서나 찾을수는 없었다. 은행 본점에 복권사업부가 있었고, 복권사업부에서 1등 당첨을 확인한 후 지정된 지점에 입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내가 망원동지점에 근무할 때 지점장이 복권사업부장과 연관이 있어 1등 당청금을 망원동지점에 입금하게 해주었다. 그러면 예금 실적이 늘어 지점 영업점수에 반영이 되었다. 나는 복권사업부에 가서 1등 당첨자를 모시고 망원동지점으로 함께 온 후 예금을 가입시켰다. 차안에서 나는 당첨자들에게 혹 좋은 꿈이라도 꾸셨나고 물어보았다. 대다수 사람들이 꿈을 꾼적이 없다고 했다. 어떤 20대 젊은이는 자기가 1등에 당첨될것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자기는 길거리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반드시 동냥을 했다고 한다. 내 은덕이 하늘에닿아 복권 당첨이 됐다고 했다. 그는 1등 당첨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학교를 졸업 후 사업자금이나 유학자금으로 쓸거라고 했다. 어떤분들은 당첨금중 천만원은 바로 현금으로 달라 하셨다. 당첨되자 마자 승용차를 예약헸다고 한다. 복권 당첨자를 여러번 보니 아무 감흥이 없었다. 그저 평범한 주위의 이웃들이었고 누가 점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행운을 받은 평벙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또한번 잊을수 없는 복권과 관련한 일화가 있다. 내가 역곡지점에 근무할 때였다. 월요일 갑자기 플랭카드가 와 있었다. "경축 복권1등 당첨" 나는 복권사업부에 전화를 했다 우리지점에서 1등이 나왔나요, 맞다고했다. 나는 퍼듯 서랍을 열었다. 저번주 집사람이 전화를해서 복권을 사라고 했었다. 복권번호를 확인해보니 5등에 당첨되었다. "그러면 그렇지" 나는 퇴근 후 집사람에게 왜? 복권을 사라고 했냐고 물었다. 전날 꿈을 꿨는데 화장실에서 애 똥기저귀를 빠는데 똥을 빨아도 빨아도 기저귀에 붙허 떨어지지 않고 계속 나왔다고 한다. "그러면 당신이 복권을 사야지 나한테 사라고 하면 어떡해" 나는집사람에게 확 짜증을 내고 말았다. 그 다음날 창구에 왠 허름한 사람이 와서 안절부절 왔다갔다 했다. 나는 눈치를 채고 "무슨일로 오셨죠"하고 물었다 그 사람은 깜짝놀라 뒤돌아 나가버렸다. 잠시후 다시 창구에 그사람이 나타났다. 나는 정중히 지점장실로 그사람을 모셨다. "복권 1등에 당첨되셨죠" "아니 어떻게 아셨나요" "본점에서 1등 당첨이 우리 점포에서 나왔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나는 그 사람을 태우고 여의도 본점을 찾았다. "혹, 무슨 꿈이라도 꾸셨나요?" 아무런 꿈도 꾸지 않았다고 했다. 집사람이 그 사람 대신 꿈을 꿔준 폭이 됐다. 그 사람은 하루하루 노가다로 생개를 이어가는 사람이었다. 그나마 힘든 생활을 하는 사람이 1등 당첨이 된것에 위한을 삼았다. 지금도 간혹 좋은 꿈을 꾸면 복권을 구입한다. 혹 1등에 당첨되면 당첨금으로 할 수있는 일을 다 계획해 놓았다. 1등 당첨의 저주라고 할까, 당첨후 패가망신하고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는 경우도 메스컴을 통해 종종 들려온다. 그래서 그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 하고자 당첨금 사용 계획을 마련해둔것이다. 그러나 로또복권 5천원 한장을 사면 그중 맞는 숫자가 총 3개를 넘지 못한다. 나에게 무슨 복이 있다고 그런 행운이 찾아오겠는가, 단지 복권을 사서 1등에 당첨되면 해외여행을 1년정도 다녀야지 생각하면서 한주를 허황된 꿈에 젖어 보낸다. 나에게 행운이 돌아오지 않아도 누군가 1등에 당첨되어 자기가 해보고 싶었던것 상상을 현실에서 실현한다면 그것 또한 즐겁고 좋은일 아니겠는가, 그런 마음으로 오늘도 복권 한장 사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