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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은 늘 회상과 설렘으로
하루의 절반 이상을 보내고 있다.
그리울 땐
한껏 그리워 하고
만날 약속이 있을 땐
한껏 설렌다.
그래도
언제나 지금이 가장 좋다.
집도 그렇다.
이제 살고 있는 이 집도
며칠 후면 떠난다.
일년 반을 좀 더 살았다.
집에서 창밖으로 바라다 보이는 뷰도 좋아
짧은 시간이지만 사는 동안 제법 정도 들었다.
나름 꾸미고도 살았다.
그러나 불편한 점도 좀 있다.
충청도 태안에서 급히 부산으로 이사를 오느라
집을 이 곳 저곳 몇 곳 둘러 보지도 않고 구했다.
집을 구했을 땐 몰랐는 데
막상 살다보니 좀 언덕받이에 있어 그게
불편하다.
지하철 역에서 집까지 걸어서 10분 정도 올라와야 한다.
대신 내려갈 땐 5~6분이면 지하철 역에 도착하여
나름 편하기도 하다.
문제는
집으로 손님이 찾아 올 때다.
대부분이 차로 오긴 하지만
걸어서 오는 사람은 조금 불편하다고 한다.
부산의 집들 대부분이 고개나 언덕에 있어
다른 집들에 비하면 그다지 고개도 아니고 언덕에 위치헤 있는
집도 아니다.
그런데도 대부분 가족이나 벗들은 평지에 살고 있어
과감히 이사를 결정했다.
서둘지 않고 시간을 넉넉하게 두어
천천히 이 집 저집 둘러 보았다.
부산에 살고 있고
또 부산하면 사람들은 대부분이 오션뷰를 선호하고
또 상상을 하니까
아예 나도 바다 뷰가 좋은 곳으로 한 번 구해 보기로 했다.
마음에 꽉 차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름 용케도 오션뷰가 있는 집을 구했다.
막상 떠나려고 하니
이 집도 앞이 탁 터여 있고 거기에 17층이라
나름 뷰가 참 좋은 집이라 떠나기가 조금은
아쉽기도 하다.
엊그제는 이사 하기 일주일을 앞 두고
입주 청소를 부탁했다.
2년 전보다 평당 천원이 올랐다.
이 고물가 시대에 그다지 오른 것 같지는 않다
다행이다..ㅎ
집을 둘러 보기 전에
우선 카페에 먼저 들렀다.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하기 위해 집에서는
일부러 커피를 마시지 않고 나왔다.
내게 있어 사실 커피는 맛도 맛이지만
카페의 분위기도 한 몫 하고
카페라떼의 예쁜 아트를 보는 즐거움도 한 볷 한다.
그래서 우연히 카페에 갔다가
카페라떼의 아트가 별로이면 살짝 실망하기도 하고
그 반대면 종일 그 날은 기분이 좋다.^^
카페를 나와 새 집으로 가는 중.
튤립이 가득 피었다.
튤립이 피는 계절.
벌써 봄이 다 가고 여름의 초입에 들어 선다는 이야기다.
튤립에 빠져 있다 보니 갈 길을 잃었다.
이런 때는 갈 길을 잃어도 좋다.
이런 꽃밭에 한 시간이나 빠져 있으면 어때
싶기도 하다.
꽃밭에 멍하게 있다가 집으로 가려니
갑자기 배가 살짝 고프다.
많이 고프지는 않아 오래되고 유명한 중국집으로 가서
사천자장을 주문했다.
자장면이지만 짬뽕만큼 매운 게 사천자장이다.
마라탕에 비하면야 양반이지만.
드디어 이사 올 새 집
흠이 나거나 깨어지기 쉬운 순수 크리스탈 그릇
몇 개는 이삿짐과 별도로 미리 챙겨 왔다.
빈 몸으로 오면 뭐 하나 싶기도 하고.
역시
집에 오니 우선
오션 뷰가 마음에 든다.
남항과 자갈치 시장이 한 눈에 들어 온다.
그러나 생각했던 그런 오션뷰와는 조금 거리가 있어
그게 아쉽기도 하다.
대신 마운틴 뷰도 있고
시티뷰도 있으니 차라리
그게 더 다행스럽기도 하다.
그저 망망대해만 바라 보이는 것 보다...
집에 오는 길에 잠시
용두산 공원에 들렀더니
주말이라 작은 공연도 하고 있다.
그 사이 능수복숭아 꽃은
더 활짝 피어 있다.
공원벤치에 앉아 공연을 무심히 바라보다
문득 태안에 살던 집이이 생각난다.
집도 집이지만 이웃이 참 정다웠던 고장이다.
특히 독서회원들의 따뜻하고 친절함이 더욱 더 생각 난다.
그 사람들이 이 번 6월달에 부산에 온다고 하니
더욱 더 기다려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