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주일 오후에 림인식 원로목사님께서 모처럼 나에게 전화를 주셨다.
이 날 오전에 내가 가지고 있던 사탕 선물셋트를 사위 분 되는 장로님께
전달해 드리라고 건넸더니, 아마 이를 받으시고 전화를 하신 것이었다.
목사님께서 감사 인사와 함께 내 가족들의 안부를 물어보셨다.
나는 감사하고도 송구한 마음을 안고, 우리 가족의 일상적인 안부에 대해
말씀드렸다.
내 말을 다 들으시고 기뻐하시면서 목사님께서 말씀을 이어 가셨다.
"구장로, 일 많이 하세요."
"내가 이 나이가 되어 돌아보니 하나님 앞에 아무런 한 것이 없어 참 안타
까워요"
목사님의 말씀에 나는 당황하였다.
"목사님, 목사님께서는 지금까지 하나님과 교회를 위해 일을 많이 하셨습
니다. 참으로 노고가 많으셨지요." 이런 나의 말을 들으시고 목사님께서는
다시 말씀을 주셨다.
"아니예요. 내가 지나놓고 보니 한 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 그러니 우리
구장로는 앞으로 일 더 많이 하세요. " 하시며 거듭 당부하시는 것이었다.
목사님과의 통화를 마치고 나서 나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올해 100세가
되신 어른께서, 그것도 동분서주하시며 목회와 한국교회를 위해서 일생을
헌신해 오신 분께서 "이제 돌아보니 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라는
말씀을 들으니 참으로 송구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조금만 힘이 들면 나이 탓을 하고, 이제 은퇴자이니 운운하면서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며 살아가는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이 날 오후의 원로 목사님의
전화 한통이 나태하고 안일해 가는 내 자신을 깨워 주시는 한줄기 빛이었다.
목사님 감사합니다. 주님의 은혜속에 늘 강녕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