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자는 자신을 사랑하듯이 남을 사랑한다면 이 세상에 전쟁과 원한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남을 사랑한다는 것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남을 더 사랑해야 된다는 의미이다. 즉 자신만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사랑을 가진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랑의 마음이 있는 사람은 남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며 박애사상을 소유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타인을 사랑할 수 있는 것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모든 사람들을 평등하게 대하고 자기가 원하지 않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요구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자기를 사랑하듯이 남을 사랑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전국시대 양나라와 초나라는 서로 인접해 경계를 이루고 있었다. 두 나라는 서로 적의를 품고 있어 국경에 초소를 설치했다. 두 나라의 병사들은 각자의 경계에 수박을 심었다. 양나라 병사들은 부지런하여 자주 김을 매고 물을 주어 수박 덩굴이 무성하게 자랐지만, 초나라 병사들은 게을러 김을 매지 않고 물을 주지 않아 수박 덩굴이 약하고 엉성하여 보기가 흉했다.
초나라 병사들은 양나라 병사들이 가꾼 수박을 보고 체면이 깎였다고 생각하여 어느 날 밤, 몰래 양나라 초소로 건너가 수박 덩굴을 다 뽑아버렸다. 양나라 초소 병사들은 이튿날 이를 발견하고 화가 치밀어 올라 현령인 송취(宋就)를 찾아가 “초나라 병사들이 저희 초소에 건너와 수박 덩굴을 다 뽑아버렸습니다. 저희도 쳐들어가 앙갚음을 합시다.”라며 다그쳤다. 하지만 송취는 “초나라 초소 사람들의 이러한 행실은 물론 부당하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그릇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가 따라 한다면 그것은 너무 편협하고 속 좁은 행동이 아니겠느냐? 너의 들은 내 분부에 따르라. 오늘부터 저녁마다 그들의 수박에 물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 사람들한테 비밀로 해야 한다”고 하였다.
양나라 초소 병사들은 현령의 분부대로 실행했다. 초나라 초소 병사들은 자기네 수박 덩굴이 하루가 다르게 잘 자라자 수박 덩굴을 주의 깊게 살폈다. 그 결과 그들은 수박 덩굴에 누군가 매일 물을 주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어느 날 초나라 병사들은 마침내 양나라 병사 중에 누군가 밤마다 몰래 건너와 자기들의 수박 덩굴에 물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초나라 현령은 이 일을 보고 받은 후 한편으로 부끄럽고 한편으로는 감탄하여 이 일을 초나라 왕에게 고했다. 초나라 왕은 이웃나라인 양나라 사람들의 진심을 깨닫고 특별히 예물을 갖추어 양나라 왕에게 보냈다. 그 결과 이전까지 적대적이었던 두 나라는 우호적인 사이가 되었다.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원한을 원한으로 갚는다면 끝없이 원한 관계가 이어질 것이다. 양나라 현령인 송취의 지혜로운 행동으로 말미암아 적대적인 관계에 있던 두 나라는 사이좋은 나라로 발전하게 되었다. 상대에게 잘하는 것이 모두에게 잘하는 것이고, 상대를 사랑하는 것이 자신뿐만 아니라 모두를 사랑하는 것이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좋은 사례라 하겠다.
참고) 친위, 묵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