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산행기록 (2016/10/29) - 20회차 (한계령~미시령)

[인자요산]

o 일시: 2016년 10월 29일 (토)

o 날씨: 눈/비, 흐림

o 산행경로: 한계령 - 대청봉 - 희운각 - 공룡능선 - 마등봉 - 저항령 - 황철봉 - 황철북봉 - 미시령

o 산행거리: 25.5km

o 소요시간: 15시간 30분 (휴식 2시간)

o 산행정보: 설악산

o 지역: 강원 속초, 인제

o 일행: 좋은사람들 산악회 백두21기

▼ 등산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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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설악산에 첫눈이 내렸다고 한다. 오늘도 동해안은 비가 내리고 산간에는 제법 눈이 내릴 것이라는 일기예보에 마음이 뒤숭숭하다. 이번구간은 거리도 길고 난이도가 높은 코스인데 날씨까지 좋지 않으면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피할 수 없다면 오히려 비 보다 눈이 내렸으면 좋겠다. 일행을 실은 버스가 강원도에 접어들면서 차창으로 빗방울이 떨어진다. 한계령고개로 진입하면서 비는 약간의 진눈개비를 동반하고 있다. 비가 내리고 있는 한계령의 새벽은 쌀쌀하다. 서둘러 단단히 채비를 갖추고 등산로 입구에 선다. 약 한달만에 다시 이곳에 섰다. 한달전에는 한계령에서 서북능선을 거쳐 남교로로 하산하였다. 이번에는 대청봉과 공룡능선을 넘어 미시령으로 하산해야 한다. 같은 출발점이지만 느낌은 많이 다르다. 그때는 가을의 설악은 만나러 간다는 설레임이 많았지만, 오늘은 눈내린 설악에 대한 기대와 완주에 대한 걱정이 교차한다.

▼ 한계령 휴게소 (920m)

  

한계령에서 고도를 높일수록 비는 진눈깨비로 변해간다. 그만큼 기온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영하의 기온이지만 계속되는 오르막길에 등과 이마에서는 땀방울이 솟는다. 비와 진눈깨비에 젖은 등산로는 제법 미끄럽다. 

▼ 한계령 삼거리

한계령 삼거리에서 대청봉 방향으로 방향은 틀었다. 처음으로 공룡능선에 도전했던 재작년의 가을이 어렴풋하게 생각난다. 산을 다니기 시작한 초짜시절 멋모르고 공룡능선 도전에 나섰다가 한계령에서 대청봉으로 이어지는 너덜길(?)에서 초반부터 체력적 한계를 느꼈던 곳이다. 우여곡절 끝에 완주는 했지만 의욕만 앞세운 무모함을 절감했었다. 그때에 비하여 지금은 곳곳에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기도 하고 그간의 체력단련으로 발걸음이 가벼운 것만은 사실이다. 문제는 눈발이 세지면서 등산로에도 눈이 쌓이고 발걸음이 조심스럽고 어려워지고 있다. 

▼ 중청대피소 방향 등산로

끝청봉을 앞두고 여명이 밝아온다. 하지만 눈발과 짙은 안개 때문에 사방은 여전히 미궁속에 빠져있다. 차이가 있다면 헤드렌턴 불빛에 드러난 좁은범위의 시야가 사방 1~20m 정도로 넓어 졌다는 것이다. 눈과 안개에 잠들어 있는 중청대피소 앞에는 무박산행을 나선 몇몇 열혈 산악인들의 움직임이 새벽을 깨우고 있다.

▼ 중청대피소

중청대피소에서 눈과 추위를 피해 잠깐 휴식을 취하면서 베낭과 복장을 점검하고 대청봉 등정을 준비한다. 오색에서 출발하여 대청봉을 거쳐 내려왔다는 몇몇 산객들이 대청봉은 엄~청~ 추우니까 채비를 단단히 갖추라고 조언을 해준다. 두꺼운 안개 때문에 대청봉에서 바라보는 설악의 전경을 감상하는 것은 애당초 물건너 갔지만 그렇다고 대청봉을 패스할 수는 없다. 설악의 산머리에는 더 많은 눈이 내렸다. 대청봉으로 올라가는 등산로에 쌓인 눈이 대청봉을 훨씬 멀리 떨어뜨려 놓았다.  

▼ 대청봉 방향 등산로

이 날씨에도 설악산의 정상 대청봉에는 열혈 산꾼들이 제법 보이지만, 대청봉에 이렇게 사람들이 적은(?) 모습은 처음인 것 같다. 덕분에 조금 여유있게 인증샷을 남기고... 바람도 별로 없어 생각보다는 포근하다.

▼ 대청봉

[설악산] 강원도 속초시의 남서쪽에 위치하며 양양군 · 인제군에 걸쳐있는 산이다(고도：1,708m). 지명은 중추(中秋)부터 눈이 내려 그 이듬해 여름에야 녹으므로 설악 또는 설산 · 설화산 · 설봉산이라 한다. 『세종실록지리지』 「양양도호부」에 "명산(名山)은 설악(雪嶽)이다."는 기록이 처음 나타난다. 『신증동국여지승람』 「양양도호부」산천조에 "설악(雪岳) 부 서북쪽 50리에 있는 진산이며 매우 높고 가파르다. 8월에 눈이 내리기 시작하며 여름이 되어야 녹는 까닭으로 이렇게 이름 지었다."는 기록에서 설악이라는 지명의 유래를 짐작할 수 있다. 『여지도서』에 "이 산은 회양 금강산 남쪽 기슭에서 분기되어 용산리의 후룡(後龍)인 회전령(檜田嶺)에 이르러 다시 갈라져 고성(高城) 탄둔령(炭屯嶺)을 이룬다. 설악산에서 뻗어나온 줄기는 한계산(寒溪山)을 이루고 한계산에서 뻗어 나온 줄기는 오색령(五色嶺)을 이루며, 오색령에서 뻗어와 기린(麒麟) 박달령(朴達嶺)을 이루고 박달령에서 뻗어와 춘천 기린 방태산(方胎山)을 이루며, 방태산에서 뻗어와 인제의 안산(案山)이 되는데 이름은 남산(南山)으로 미륵천(彌勒川)에 이르러 그친다. (중략) 또 건이치에서 나뉘어 갈라져 거꾸로 30리를 뻗어가 마노역(馬奴驛)에 이르러 봉황대(鳳凰臺)를 이루고 주추(蛛湫)에 이르러 그친다."는 기록이 있다. 일명 '대청봉(大靑峰)'이라고도 하는데, 『동국명산기(東國名山記)』에는 "멀리서 보면 아득하게 푸르게 보이므로 그 봉우리를 가리켜서 청봉(靑峰)이라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대청봉은 설악산의 주봉우리로 북서쪽에 중청봉(中靑峰, 1,676m)이 있고, 중청봉 북쪽에 소청봉(小靑峰)이 있다. 『해동지도』에는 신흥사(神興寺)만 기록되어 있으나 『조선지도』이후에 만들어진 고지도에는 설악산과 신흥사가 모두 표현되어 있다. 『조선지지자료』에는 설악산이 양양군 서면 오색리(五色里)에 위치한 산으로 기록되어 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최고봉인 대청봉을 중심으로 북북서쪽의 마등령(馬等嶺) · 미시령(彌矢嶺), 서쪽의 한계령(寒溪嶺)으로 이어지는 설악산맥, 서쪽의 귀때기청 · 대승령으로 이어지는 서북능선, 북북동쪽의 화채봉 · 칠성봉으로 이어지는 화채능선 등 3개의 주능선으로 나뉘어진다. 이들 능선을 경계로 그 서쪽은 내설악, 동쪽은 외설악, 남쪽은 남설악으로 각각 불린다. (한국지명유래집)

대청봉에서 보이지 않는 사방을 둘러보며 마음속으로 서북능선과 화채능선을 그려보고, 공룡과 용아의 움직임을 느껴본다. 대청봉에서 중청대피소로 되돌아 내려가는 길이 미끄러워 엉금엄금이다.  

▼ 대청봉→중청대피소 방향 등산로

▼ 중청대피소

중청대피소를 지나 소청봉과 희운각대피소로 이어지는 등산로의 수목에는 눈꽃이 가득 피었다. 얼마전의 울긋불긋 가을 색동옷이 이제는 겨울의 새하얀 옷으로 갈아 입었다. 어제 첫눈에 이어 오늘은 제법 많은 눈이 내린 것이다. 남보다 먼저 겨울의 전령을 만난 것은 행운이리라...

▼ 소청봉 방향 등산로에 핀 눈꽃

기상상태가 매우 불순하므로 한계령 방향과 공룡능선 산행은 삼가하라는 중청대피소의 방송 때문인지 소청봉에서 봉정암 쪽으로 하산하는 산객들도 보인다. 반대로 희운각에서 대청봉으로 올라오는 산객들도 많다. 청바지 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용감하게(?) 올라오는 외국인 몇명도 보이고... 

▼ 소청봉 (1550m)

중청대피소에서 희운각대피소까지는 약 5~600m의 해발고도차를 넘어야 하는 급경사다. 올라오는 것도 극한의 인내(?)를 시험받지만 내려가는 것도 무릎관절이 닳아 없어지는 고통을 수반한다. 구름에 탄 무념무상의 발걸음만이 구원이다. 하얗게 변한 온 세상을 감상하면서 무념무상에 파고든다...

▼ 희운각대피소 방향 등산로

산 중턱을 벗어나면서 안개 터널을 빠져 나왔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상이 발아래로 펼쳐진다. 가슴속으로 그리고 있던 공룡능선이눈앞에 쫜~... 꿈인가 생시인가? 신성봉에서 저멀리 마등봉까지 안개와 구름사이로 여의주를 입에 문 용(龍)이 하늘을 오르는 모습이다. 건너편에는 머리에 흰눈을 쓴 화채봉을 필두로 멀리 권금성까지 화채능선이 여기가 별천지 임을 말해준다. 

▼ 공룡능선 조망

▼ 신선봉(좌측) 및 화채봉(우측) 방향 조망

흰눈을 뒤집어 쓴 희운각대피소의 모습이 조용한 산속의 암자를 떠올리게 한다. 

▼ 희운각대피소

[희운각(喜雲閣)] 한국산악회 소속 '제1기 에베레스트 원정대'가 희말라야 원정을 위하여 설악산 '죽음의 계곡(옛지명 반피재)'에서 등반훈련을 하던 중 1969년 2월 14일 계곡의 막영지에서 눈사태를 당하여 전원(10명)이 사망하게 된다. 이 사고 이후 희운 최태묵 선생이 이곳에 대피소를 세우면 이러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본인의 사재를 들여 지금의 이곳에 대피소를 건립한 것이다. 그런 연유로 희운 선생의 호를 따서 지금까지 이곳을 희운각이라 부르고 있다. (안내판)

희운각대피소에서 일행들을 만나 아침요기로 체력을 보충한다. 오늘같이 어려운 상황에도 따뜻한 어묵탕을 준비하신 산우님, 몸을 덥히는데 최고인 알콜을 무겁게 지고 온 산우님들께 감사드린다. 다행히 눈이 그쳤다. 대청봉에서 산중턱까지 내린 눈이 공룡능선에도 내렸다면 상당한 고난이 예상된다. 그래도 가야 할 것이다...

▼ 안개에 쌓인 대청봉

희운각대피소를 지나 전망대에서 신선봉 암릉을 감상하고, 무너지고개 갈림길에서 본격적으로 공룡능선 속으로 파고든다.

▼ 신선대 아래 전망대에서 바라본 화채봉(중간)

▼ 무너미고개 갈림길

희운각에서 마등령까지 공룡능선은 약 5.1km의 거리지만, 하늘을 나는 공룡의 등뼈를 14개씩이나 넘어야 한다. 등뼈와 등뼈 사이의거칠고 미끄러운 비늘도 감당하기 어려운 구간이다.

▼ 신선봉으로 향하는 일행들

초반의 가파른 깔딱고개를 올라서면 공룡능선이 한눈에 들어오는 신선봉이다. 흐린날씨로 채도가 좋지는 않지만 흰눈과 안개와 구름에 쌓였던 공룡은 서서히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언제나 이곳에 서면 가슴이 벅차온다. 1275봉을 중심으로 아래위로 춤을 추는 공룡능선, 하늘에 화원을 만든 천화대와 범봉의 화룡정점, 멀리 세존봉과 울산바위도 빼 놓을수 없다.

▼ 신선봉에서 바라본 공룡능선

공룡과 좌우로 대칭을 이루고 있는 용아도 간밤의 흰눈을 뒤집어쓴 하얀 이빨이 더욱 오묘하고, 그 뒤로 멀리 서북능선도 아련하다.

▼ 신선봉에서 바라본 용아장성

▼ 공룡능선(우)과 용아장성(좌)

다행히 공룡능선에는 그렇게 많은 눈이 내리지 않아 산행에 큰 무리가 없다. 하지만 등산로와 바위가 물기에 젖에 있기 때문에 비탈구간에서는 주의가 필요하다. 천화대로 가는 도중의 작은 암봉에 올라 하늘(?)에서 내려다 보는 설악의 또다른 아름다움도 만끽한다.

▼ 범봉과 울산바위(뒤)

▼ 천화대 암봉과 1275봉(우측 뒤)

▼ 뒤돌아 본 신선봉

등산로에 뜻밖에도 봄의 전령사, 진달개가 피어있다. 어서빨리 추운겨울이 지나 봄이 오기를 바라는 염원인지, 계절을 잊은 진달래의 철부지 어리광인지... 

▼ 철없는(?) 진달래

▼ 용아장성 조망

천화대 암봉들을 올려다 보면서 등산로는 공룡의 등뼈 사이를 헤집고 나간다. 이곳의 기암괴석들은 만물상을 보는 듯하다. 세상의 모든 삼라만상이 깃들어 있다. 누가 어떻게 이런 모습을 만들었을까? 자연은 바로 최고의 창조주다.

▼ 공룡능선을 넘어가고 있는 일행들

천화대 암봉지대를 지나면 눈앞으로 1275봉의 위용에 압도 당한다. 하늘을 뚫을 듯 거침없이 솟구친 통뼈, 공룡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 1275봉을 배경으로...

▼ 1275봉의 위용

▼ 뒤돌아본 천화대 암봉들

천화대 암봉지대(1220봉)를 지나 1275봉 하단까지 급격하게 하강한 후 다시 1275봉 중턱을 향해 숨이 턱에 차오르는 오르막을 올라가야 한다. 공룡능선 중에서도 신선봉 오르막과 이곳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힘든 구간인 것 같다.  

▼ 1275봉을 우회하는 일행들

1275봉을 오르면서 몇번씩이나 발걸음을 멈추고 숨을 몰아 쉰다. 뒤를 돌아본 천화대 암봉지대는 한송이 연꽃을 피우고 있다.

▼ 뒤돌아본 공룡능선

1275봉 중턱에 오르면 마등령이 멀지 않게 보인다. 희운각대피소에서 3km, 마등령삼거리까지는 2.1km의 거리다. 이곳 옆으로 솟아 있는 1275봉은 올라갈 수 없는 바벨탑이다. 몇몇 산꾼들이 바위틈 릿지를 통해 1275봉에 올라가는 모습을 본적이 있다. 1275봉에 서면 하늘을 나는 공룡의 등에 올라탄 느낌일까? 아직은 짜릿한 모험보다는 고소공포증이 더 두렵다...

▼ 1275봉 아래에서 바라본 큰새봉(좌측 두번째), 나한봉(세번째)과 마등령(우측 맨뒤)

1275봉을 지나 먼저 큰새봉을 넘어야 한다. 눈앞에 가까이 보이는 봉우리가 큰새봉이겠지 했는데 두어개의 봉우리와 업다운을 넘어야만 큰새봉을 만날수 있다. 멀리서는 큰새봉의 암봉이 우뚝한데 막상 가까이 가보면 뭉퉁하다. 그래서 좋은 것은 약간 멀리두고 봐야 하는 것인가 보다...

▼ 큰새봉으로 향하는 일행들

▼ 큰새봉 모습 (우측)

뒤돌아 보니 1275봉에서 꽤 많이 하강을 했다가 다시 올라온 모습이다. 1275봉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대칭처럼 엄청난(?) 깔딱이라는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1275봉이 공룡능선의 중심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 큰새봉 아래에서 뒤돌아본 1275봉과 암릉

큰새봉을 지나 나한봉도 쉽게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다. 나한봉 前에 큰 암봉 하나를 오르고 내려야 한다. 큰 등뼈 사이에도 작은 갈비뼈가 있기 때문이다. 가파른 바위길을 올라서 뒤돌아보면 큰새봉과 1275봉이 유독 두드러진다.

▼ 진행방향으로 바라본 나한봉과 마등령

▼ 뒤돌아본 1275봉(중간 좌)과 큰새봉(중간)

나한봉도 가까이에서는 제모습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나한봉에서 아래로 쏟아지는 바위에는 눈꽃이 피어있다. 달빛에 핀 梨花가 이런 모습일까... 나한봉에서는 세존봉과 비선대 방향의 조망이 좋다. 안개구름이 싸고 있는 흰머리의 마등봉도 제법 운치가 있다.

▼ 나한봉 절벽에 핀 눈꽃

▼ 마등봉(좌)과 세존봉(우)

마등령 삼거리는 공룡능선, 비선대, 오세암 방향의 갈림길이라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현재 오세암 방향은 산사태로 등산로가 폐쇄되어 있으며, 국공직원들이 상주하면서 산객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이것을 모르고 오세암으로 하산을 생각하고 이곳까지 올라온 산객들이 난감해 하고 있다.

▼ 마등령 삼거리

[마등령(馬登嶺)] 높이 1,220m. 태백산맥의 설악산(1,708m)과 북쪽의 마등령봉(1,327m)과의 안부(鞍部)에 위치하여, 한계령(935m)ㆍ미시령(彌矢嶺, 780m)ㆍ대관령(641m)과 더불어 설악산맥을 횡단하는 높은 고개이다. 고개가 말의 등처럼 생겼다 하여 마등령이라고 한다. 1982년 속초시에서 발간한 <설악의 뿌리>에서는 산이 험준하여 손으로 기어 올라가야 한다고 하여 마등령(馬等嶺)이라 부른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금은 등산객들만이 넘어 다니나 예전 교통이 발달하지 못한 시절에는 속초지역 행상인, 민간인들이 동서를 넘나들때 이용한 옛길 중의 하나이다.... (한국민족문화 대백과사전)

마등령 삼거리에서 작은 언덕을 올라서면 마등봉 갈림길이다. 직진하면 비선대로 이어지며, 마등봉은 좌측으로 가야 한다. 이곳에서 마등봉과 저항령 그리고 미시령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비탐구역이다. 

▼ 마등봉 갈림길

마등령 삼거리에서 얼마간 언덕을 올라가면 마등봉이다. 비탐지역이라 그런지 마등봉은 외로이 정상을 지키고 있다. 저항령은 마등봉에서 2~30m back 한 다음 우측의 너덜지대로 내려가야 한다. 

▼ 마등봉

  

멀리 황철봉이 어렴풋하게 보이고, 그앞으로 넘어야 할 암봉지대(1178봉, 1250봉등)가 아직도 갈길이 멀었음을 알려준다. 공룡능선을 넘느라 이미 체력이 많이 소진된 상태인데, 뭐가 탈이 났는지 배가 아프고, 다리에도 근육경련(쥐)이 나타나고 있다....

▼ 마등봉에서 바라본 암봉지대(중간)와 황철봉(중간 맨뒤)

▼ 울산바위 조망

마등봉에서 암봉지대 하단부 까지는 숲길이다. 이미 뿌리에 수분을 빼앗긴 단풍잎들은 말라 떨어지고 있다. 가고 오는 것은 자연의 순리, 내년 봄에는 다시 연초록의 새싹이 돋으리라... 가도 가도 끝이 없다. 저항령이 나타나기를 저항하는 모양이다...

▼ 저항령으로 향하는 일행들

암봉지대 아래를 지나는 바윗길, 너덜길이다. 한계령→대청봉의 바윗길이 비할수가 없다. 비탐지역이라 그런지 사람의 발자취도 많지 않다. 자연 그대로 널버러진 등산로는 인공에 길들어진 사람의 다리가 적응하기 쉽지 않다. 이곳에도 사람의 눈을 피해 무슨 마법이라도 펼치는 듯 진달래가 만발(?) 해 있다. 

▼ 1250봉(?)

▼ 1250봉 아래의 등산로 모습

▼ 1250봉 아래 너덜지대

저항령으로 내려가기 전에 암봉지대의 한쪽 봉우리에 올라선다. 가깝게 1250봉과 1178봉으로 이어지는 암봉지대가 작은 공룡을 연상케 하고, 건너편에는 가야 할 황철봉이 위세 좋게 무게를 잡고 있다.

▼ 암릉도 건너고...

▼ 암봉지대 (1250봉과 1178봉) 조망

▼ 진행방향으로 바라본 황철봉

이곳에서 저항령으로 내려가는 길, 황철봉과 황철북봉으로 이어지는 등산로 그리고 황철북봉을 내려서는 등산로는 너덜지대로 유명(?)한 곳이다. 경험해보지 않으면 상상 이상이다. 이제 그 첫번째 관문으로 내려간다. 귀때기청봉의 너덜길에 비하여 훨씬 불규칙하고 거칠다. 어린시절 고향의 이런 곳으로 소풍을 갔던 기억이 슬며시 파고든다. 그때는 마냥 좋았는데....  

▼ 저항령으로 내려가는 일행들

▼ 이곳에도 철없는(?) 진달래

▼ 저향령 방향 너덜지대

저향령 주변은 잠깐 수풀지역이다. 하지만 저항령을 지나 황철봉으로 올라가는 길은 피할수 없는 너덜길이다. 밧줄도 잡고, 바위를 잡기도 하고 기대기도 하고...

▼ 저향령 (1102m)

[저항령(低項嶺)] 설악산의 주능선인 북주능선에 있는 해발 1100m의 고개이다. 북주능선은 주봉인 대청봉에서 북쪽으로 마등령~저항령~황철봉~미시령~신선봉~진부령으로 이어진다. 명칭은 원래 '길게 늘어진 고개'를 뜻하는 '늘으목' 또는 '늘목'에서 유래한 '늘목령'이라 부르다가, 이를 한자로 표기한 장항령(獐項嶺)을 거쳐 지금의 저항령이 되었다고 한다. 동쪽으로는 무명용사비가 있는 정고평(丁庫坪)에 닿고, 서쪽으로는 길골[路洞]을 거쳐 백담사로 이어진다. (두산백과 등)

 

▼ 황철봉으로 향하는 일행들

황철봉을 오르면서 뒤돌아 보니 맞은편으로 암봉지대에서 저항령으로 내려오는 너덜길의 모습에 기가 질린다. 어렵게 너덜지대 고개를 하나 넘었지만 황철봉 정상이 아니다. 힘 빠지는 다리를 달래며 어느정도 숲길을 지나니 황철봉 정상이다. 정상석 대신 황철봉이라고 적힌 철판표지판이 나무에 걸려 있다. 주변은 나무에 가려 아무런 조망도 없다.

▼ 뒤돌아본 1250봉과 1178봉 암봉지대와 너덜겅

▼ 황철봉 방향 너덜지대

▼ 황철봉으로 향하는일행들

▼ 황철봉(1381m)

[황철봉(黃鐵峰)]설악산 북주능선(北主稜線)에 있는 봉우리로서 해발 1319m이다. 북주능선은 대청봉에서 북쪽으로 마등령~저항령~황철봉~미시령~신선봉~진부령까지 이어진다. 이 구간은 자철(磁鐵)이 많은 황철봉으로 인하여 나침반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규 탐방로로 지정되지 않은 곳이어서 산행할 수 없는 출입금지 지역이다. (두산백과)

황철봉을 지나 다시 숲길이 이어진다. 공룡능선과 달리 이곳에는 제법 많은 눈이 내린 모양이다. 나무사이로 저만치 보이는 작은 봉우리가 황철북봉인 것 같은데, 작은 업다운에도 다리가 흔들린다. 황철북봉은 황철봉에 비하여 마등봉과 저항령으로 이어지는 암봉지대 방향의 조망은 좋은 편이다. 눈덮힌 주목나무와 멀리 구름이 휘감고 있는 산능선이 한폭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 황철북봉 (1319m)

▼ 황철북봉에서 바라본 마등봉(중간 좌측) 방향

황철북봉을 끝으로(?) 미시령으로 내려가면 오늘코스를 완주하게 된다. 하지만 끝날때 까지 끝난 것이아니다. 황철북봉에서 곧바로 이어지는 너덜지대, 지긋지긋하다. 그렇다고 주의를 게을리 할수 없다. 아차하여 바위틈으로 넘어지면 미시령을 눈앞에 두고 헬기를불러야 할지도 모른다. 무릎관절이 삐긋거린다. 다리의 근육이 뒤틀린다...

▼ 미시령 방향 너덜지대

▼ 당겨본 울산바위

너덜지대를 내려오니 이제는 미시령까지 끝도 없이 숲길이 이어진다. 먼 거리가 아닌데 이미 15시간에 육박하는 산행으로 인해 심신이 너덜너덜해진 상태다. 벌써 어둠이 내려 앉는다. 새벽에 헤드렌턴을 켜고 시작한 산행이 저녁에 헤들렌턴을 켜고 하산하는 꼴(?)이 되어 버렸다.

▼ 미시령(767m) 표지석

[미시령(彌矢嶺)]은 강원도 고성군의 토성면과 인제군 북면 사이에 위치하며, 한계령과 함께 내설악과 외설악을 가르는 고개일 뿐 아니라 예로부터 진부령, 대간령, 대관령 등과 함께 태백산맥을 넘는 주요 교통로였다. 이 고개는 인근의 다른 고개에 비해 높고 경사가 가파른 편이라 고개를 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미시령(彌時嶺)이라는 이름이 유래된 것으로 추측된다. 기록에 따라 미시령은 미시파령(彌時坡嶺) · 연수령(延壽嶺) · 연수파령(連壽坡嶺) 등 다양한 이름으로 나타난다. 미시령에 관한 최초의 기록인 『신증동국여지승람』 간성군(杆城郡)에는 미시파령이 "고을 서남쪽 80리 쯤에 있다. 길이 있으나 예전에는 폐지하고 다니지 않았는데 성종 24년에, 양양부(襄陽府) 소동라령(所冬羅嶺)이 험하고 좁다 하여 다시 이 길을 열었다. 바다 고을 동쪽 7리에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증보문헌비고』에는 "본조성종 때 양양부 소동라령이 험하고 좁은 까닭에 다시 이 길을 열고 여수파령(麗水坡嶺)이라고 칭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한편, 『대동여지도』에는 연수파령, 『택리지』에는 연수령으로 기록되어 있다. 『여지도서』 간성군 관액조에는 미시령이 군 남쪽 팔십리에 있다고 기록되어 있고 『해동지도』에는 간성군 석파령(石破嶺) 남쪽에 미시령이 묘사되어 있다. 『조선지지자료』에는 간성군 토성면 원암리(元巖里)에 위치한 고개 지명으로 미시령이 기록되어 있으며 한글 이름으로 연슈파 또는 큰영이라 기록되어 있다. (한국지명유래집)

꼬박 15시간 이상 걸린 한계령~미시령 구간, 헤드렌턴을 켜고 시작하여 헤드렌턴을 켜고 하산한 경험도 처음이고 지리산 화대종주에 육박하는 산행시간이 오늘의 산행을 대변하는 것 같다. 그래도 첫눈 내린 설악과 함께 했다는 것은 두고 두고 기억에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