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서〕
청딱다구리 ‘서울시 보호 야생생물’ 해제에 반대한다!
서울시는 기후·서식환경 변화 등 달라진 여건과 생물종 분석을 반영하여 총 55종을 ‘서울시 보호 야생생물’로 재지정한다고 지난 19일 발표했다. 꼬마물떼새, 호랑지빠귀, 청개구리, 참개구리, 꼬리명주나비, 각시붕어 등 보호 가치 높은 14종을 신규로 지정하는 건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보호종 해제 대상 목록에 딱다구리 종류 중 청딱다구리가 포함되어 있어 안타깝고 납득하기 어렵다. 우리는 청딱다구리를 보호종에서 해제하려는 서울시의 결정에 과학적 근거가 부실하고 딱다구리의 생태적 지위와 역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우리나라에서 번식하며 살아가는 딱다구리는 쇠딱다구리, 아물쇠딱다구리, 오색딱다구리, 큰오색딱다구리, 청딱다구리, 까막딱다구리 등 6종이 있다. 서울에는 천연기념물 제242호 및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인 까막딱다구리를 제외한 5종의 딱다구리가 서식하고 있다. 2007년부터 쇠딱다구리, 오색딱다구리, 큰오색딱다구리, 청딱다구리가 ‘서울시 보호 야생생물’이었는데, 이제 청딱다구리는 보호 가치를 상실했다며 해제하려는 서울시의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
서울시가 청딱다구리를 해제하는 사유는 서울에서 지속적으로 출현하여 개체 수 감소가 유의미하지 않은 일반종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서울지역에 출현하였던 생물 종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분석한 서울연구원의 연구와 전문가 자문을 통해 결정했다고 한다. 서울연구원이 최근 수행한 ‘서울시 보호 야생생물 서식실태 조사 및 재지정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에 딱다구리류들의 출현지점이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다는 수치 해석이 전부다. 그 수치에 따르면 청딱다구리의 (누적)출현지점이 182개로 오색딱다구리(253개), 쇠딱다구리(230개)에 비해 오히려 적었다. 오색딱다구리와 청딱다구리를 서울시 전역에 많은 개체가 확인되는 흔한 일반종으로 판단하여 해제 대상종에 삼았고, 전문가 자문을 거쳐 최종 청딱다구리를 해제종 목록에 포함시켰다.
우리는 청딱다구리와 오색딱다구리가 도시숲에서 흔히 관찰된다는 이유로 일반종으로 규정하는 분석에 동의할 수 없다. 서울시는 과거 2000년 오색딱다구리를 보호야생 생물로 지정하였고, 이후 2007년에 쇠딱다구리, 큰오색딱다구리, 청딱다구리를 추가로 지정하였다. 2007년 당시 서울시는 쇠딱다구리, 오색딱다구리, 큰오색딱다구리, 청딱다구리는 모두 환경변화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종으로 산림의 자연성 정도에 의존하며 서식하는 조류라고 설명했다. 개체수가 많아졌다는 단순한 수치 비교로 딱다구리류의 생태적 지위를 일반종으로 변경시킬 수는 없다. 최적 개체군 규모를 따지지도 않았고 딱따구리의 생태적 역할도 검토되지 않았다.
딱다구리는 숲의 생물다양성을 북돋고 숲의 생태적 순환을 도와준다. 딱다구리가 만든 나무 둥지가 다람쥐, 하늘다람쥐, 청솔모, 큰소쩍새, 소쩍새, 솔부엉이, 찌르레기, 호반새, 벌 등을 키워낸다. 딱따구리의 생태적 지위와 역할을 고려할 때 여전히 청딱다구리를 보호해야 할 이유 세 가지를 들겠다. 첫째, 오색딱다구리, 큰오색딱다구리, 청딱다구리는 생태적 지위가 거의 같다. 둥지도 서로 공유할 때가 많아 한 몸과 다르지 않으며 따로 떼어내어 말할 수 없다.
둘째, 청딱다구리 둥지는 오색딱다구리와 큰오색딱다구리에 비해 입구가 조금 더 크기 때문에 오색딱다구리 둥지와 큰오색딱다구리의 둥지에 깃들지 못하는 몸집이 조금 큰 소쩍새, 올빼미, 파랑새, 호반새, 후투티 같은 종들이 번식 및 휴식의 보금자리로 활용할 수 있다. 청딱다구리가 숲의 종 다양성에 기여하는 바 더 크다.
셋째, 딱다구리보전회 김성호 공동대표가 15년 이상 관찰한 자료에 따르면, 일정 규모의 숲에서 오색딱다구리, 큰오색딱다구리, 청딱다구리의 개체수는 거의 비슷하다. 다만 청딱다구리는 소리가 다른 종에 비해 크고 둥지에 드나들 때도 소리를 내며 드나들 때가 많아 개체수가 많은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청딱다구리의 먹이는 개미류가 가장 많아 오색딱다구리나 큰오색딱다구리보다 대체로 더 오래된 숲에 서식한다. 따라서 청딱다구리를 보호종에서 해제하는 것은 비과학적이고 반생태적이고 부당한 결정이다.
또한, 이번에 해제되는 물자라나 왕잠자리 등의 종들도 서울시에서 이들의 서식처가 좋아졌다고 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오히려 이번에 해제되는 청딱다구리의 서식처인 산림을 포함하여 물자라나 왕잠자리의 서식처인 습지가 지금도 꾸준히 훼손되는 상황에서 이들 종의 해제는 결코 합리적인 결정이라 할 수 없다.
서울시는 예정된 ‘서울시 보호 야생생물’ 재지정 고시에 청딱다구리를 포함하여 해제되는 다른 종의 단순한 개체발견이 아닌 서식처 환경여건의 변화를 고려하여 전면 재검토하기 바란다.
2024년 9월 23일
딱다구리보전회, 은평민들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