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1월 중앙일보 초대시조>
위양못
김덕남
젖내 문득 그리운 날 위양못 찾아간다
물속 하늘 날아 가도 젖지 않는 백로 날개
높아서 더 깊어지는 새의 길이 보인다
신음도 진통제도 흘려보낸 못물 아래
푸드덕 깃을 치며 손 흔드는 고운 엄마
낮아서 더 넓어지는 물의 길을 읽는다
김덕남 시조시인
1950년 경주 출생. 2011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조집 『젖꽃판』 『변산바람꽃』 현대시조 100인선 『봄 탓이로다』. 시조시학 젊은시인상, 한국시조시인협회 올해의시조집상 및 신인상 수상. 현재 부산여류시조문학회장.
아라파흐 족의 인디언들이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이라고 부르는 11월은 성찰과 사색의 달이다. 시인은 반영이 아름다운 밀양의 위양못을 찾아가 ‘위양못’이란 거울을 통해 마음 심연에 자리한 어머니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을 성찰해 낸다. M. H. 아브람스는 저서 『거울과 램프』에서 거울과 램프를 문학의 가장 큰 상징으로 보고 거울이란 어떤 것을 비추어 보여주는 반영성이 강조된 것이고, 램프란 스스로 빛을 발하는 존재성이 강조된 것이라고 하였다. 이 작품에서 생생한 감각으로 구현된 거울인 ‘위양못’은 자의식의 공간이며 낯선 익명의 세계이다. 모정이 그리워 찾아간 위양못에서 시인은 ‘물속의 백로’에 ‘돌아가신 어머니’의 내적 인격을 부여하여 동화시킨다. 고려가요 『청산별곡』 의 “가던 새 가던 새 본다/ 믈아래 가던 새 본다/ 잉무든 장글란 가지고 믈아래 가던 새 본다”에서 ‘믈아래 가던 새’는 어찌해 볼 수 없는 생의 무력감을 표상하는 비극적 존재임에 비해 이 작품의 ‘물속 하늘 날아 가는 백로’는 그리운 어머니로 재해석되어 조화와 지속성을 띤 존재로 변용된다. 물속 하늘 날아 가는 ‘백로’는 ‘신음’ ‘진통제라는 고통스러운 투병으로 돌아가신 고운 엄마’가 되어 손을 흔든다. 시인은 마침내 ‘물속’이라는 거울을 통해 ‘높아서 더 깊어지는 새의 길’과 ‘낮아서 더 넓어지는 물의 길’이란 심오한 모순 진리의 초월적인 성찰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박권숙 시조시인
출처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