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9/여호와의 이름에 대한 모독으로 사형을 받은 것은 혼혈인이었기 때문인가?
이스라엘 자손 중에 그의 어머니가 이스라엘 여인이요 그의 아버지는 애굽 사람인 어떤 사람이 나가서 한 이스라엘 사람과 진영 중에서 싸우다가 그 이스라엘 여인의 아들이 여호와의 이름을 모독하며 저주하므로 무리가 끌고 모세에게로 가니라 그의 어머니의 이름은 슬로밋이요 단 지파 디브리의 딸이었더라(레 24:10~11)
한 종족이 여러 세대에 걸쳐 타향에 살면 그 지역민과 혼인의 연이 맺어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야곱의 후손이 애굽에 이주한 이후 세월이 흐르자 애굽인과 혼인이 맺어진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손이 태어난다. 혼혈인들이다. 그들 중 어떤 이들이 출애굽의 대열에 합류하였다. 본문의 주인공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그는 어머니가 단 지파의 딸로 이스라엘 사람이요 아버지가 애굽 사람이었다. 모계 혈통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현대 유대인 전통으로 보면 이 사람은 정당한 유대인이다. 그러나 그 주의는 AD 70년 로마에 의해 예루살렘이 멸망당한 이후에 흩어진 유대인들에 의해 생긴 것이다. 성경 시대의 이스라엘 민족은 분명히 부계 혈통의 사회였다. 그러니 이 사람도 애굽 사람이었다.
'나가서 진영 중에서 싸웠다는 말은 그가 규정을 어기고 이스라엘 백성들의 진영에 들어갔다는 의미이다. 즉 혼혈인의 구역을 이탈하여 순수이스라엘인이 사는 지역에 들어간 것이다. 아마도 이스라엘 사람들의 진영 내에 장막을 치려고 한 것일 수 있다. 물론, 후에 선포된 규정에 의하면 애굽인들도 3대가 지나면 이스라엘의 일원으로 간주되어 그 진영에 들어올 수가 있었다(신 23:7~8). 그러나 이때는 모든 이방민족을 배제하고 있던 때였다. 그런 상황에서 그 애굽인이 진영에 들어오는 것을 본 이스라엘 사람이 그를 제지하였고 이에 둘 사이에 싸움이 일어났다.
문제는 그런 제지를 받은 그 애굽인이 "여호와의 이름을 모독하여 저주한 것이었다. 사람들이 그를 끌고 모세에게 왔다. “그 아비나 어미를 저주하는 자는 반드시 죽일지니라"(출 21:17)는 규정은 있었다. 그러나 여호와의 이름을 모독하고 저주한 자를 처리할 규정은 없었다. 그럼에도 이는 매우 두려운 범죄임에 틀림이 없었다. 이에 모세는 "그를 가두고 여호와의 명령을 기다"(12절)렸다. 여호와께서 친히 판결을 내리셨다. "그 저주한 사람을 진영 밖으로 끌어내어 그것을 들은 모든 사람이 그들의 손을 그의 머리에 얹게 하고 온 회중이 돌로 그를 칠지니라”(레24:14). 그리고 이런 경우의 범죄를 처리하는 법이 선포되었다. “너는 이스라엘 자손에게 말하여 이르라 누구든지 그의 하나님을 저주하면 죄를 담당할 것이요 여호와의 이름을 모독하면 그를 반드시 죽일지니 온회중이 돌로 그를 칠 것이니라 거류민이든지 본토인이든지 여호와의 이름을 모독하면 그를 죽일지니라"(15~16절), 유대 전승에 의하면 그의 사형은 어머니의 지파인 단 지파에 넘겨져 집행되었다.
그 사람이 사형 판결을 받은 것은 혼혈인이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만일 그가 진영으로 들어가 다툼이 있었을 때 자기의 사정을 모세에게 가져갔더라면 결코 그런 판결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에게 사형 판결이 내려진 것은 격분에 의해 공공연하게 여호와의 이름을 저주하고 모독한 죄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판결이 너무나 가혹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또 그것으로 하나님의 성품에 의심을 품기도 한다. 그러나 "너는 네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되게 부르지 말라 여호와는 그의 이름을 망령되게 부르는 자를 죄 없다 하지 아니하리라"(출 20:7)는 셋째 계명은 이미 주어져 있었다. 이 사건은 이계명을 범하는 첫 사례가 되었다. 이 사건에 대한 처리는 이스라엘 공동체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임이 틀림없었다. 하나님의 이름에 대한 공공연한 모독은 큰 죄였다. 예수께서도 “누구든지 말로 성령을 모독하는 자는 사하심을 받지 못하리라"(눅 12:10)고 하셨다. 이 사건에 대해 엘렌 G. 화잇은 이렇게 설명한다.
“격분을 이기지 못해 한 말에 대하여 그처럼 혹독한 형벌을 가하신 일로 인하여 하나님의 사랑과 공의에 대하여 의심을 품는 자들이 있다. 그러나 하나님께 대하여 악의로 한 말들이 큰 죄라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 바로 하나님의 사랑과 공의가 요구하는 바이다. 최초의 범죄자에게 내려진 형벌은 다른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성호를 존중히 여겨야 한다는 경고가 된다. 만일 이 사람의 죄가 벌을 받지 않고 묵과되었더라면 그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타락하게 되어 그 결과로 많은 사람의 생명이 마침내 희생당했을 것이다.”(부조, 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