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벼슬자리에 있어서 잘못된 것은 비단 신의 집 명예에 아름답지 못할 뿐 아니라, 선비의 기풍에 흠이 되게 한 것이니, 신이 무슨 마음으로 감히 벼슬을 생각하여 만인이 함께 바라보는 영상의 지위에 뻔뻔스러운 얼굴로 있겠나이까. 저를 파면하시어, 문을 닫고 죽음을 기다림으로써 물의를 일으킴에 사과하는 것이 신하의 직분이라 생각하옵니다.”
위는 세종 22년(1440) 12월 21일 영의정 황희가 자기 아들이 도둑질한 것이 드러난데 대해 스스로 파면을 원하는 상소를 올린 내용입니다. 황정승의 아들 황중생은 내탕(內帑, 임금의 재물을 넣어두는 창고)의 금술잔과 광평대군(廣平大君)의 금으로 된 띠 그리고 동궁이 쓰던 이엄(耳掩, 모피로 된 방한모)들을 훔쳐 발각된 것입니다. 이에 명재상 황정승은 부끄러워하며, 만인지상 영의정 자리에서 내쳐주기를 바랐지요.
그런가 하면 세종 7년(1425) 6월 24일에는 영돈녕 유정현이 늙어서 나랏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며 사직하고자 청했습니다. 또 세종 20년(1438) 12월 25일에는 평안도 도절제사 이천이 늙은 어머니의 모심을 들어 사직을 청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임금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지요. 한번 자리에 앉으면 두고두고 자리를 차지 하려는 요즈음 정서로는 이해하기 힘든 처사지만 당시에는 자리에 연연하기 보다는 물러서고 나아감을 스스로 엄격히 지키려 한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 이번 주부터는 중국 산서성 은해외국어전문대학 한국어과 왕아남 교수가 중국문화를 재미있게 소개해 주실 것입니다. 왕아남 교수는 한국 상명대학교 대학원을 수료한 한국문화를 사랑하는 분이십니다. 이윤옥 소장님의 일본이야기에 이어 이제 한중일 세나라의 문화를 비교해 볼 수 있는 귀중한 기회가 되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열독과 격려 부탁 드립니다.
(왕아남 교수는 중국인이어서 한국어로 글쓰기가 익숙지 않아 매주 연재는 어렵지만 글이 도착하는 대로 금요일 이 자리에 글을 싣겠습니다)
중국에서는 ‘본명년’이라는 해가 있다. 본명년은 사람이 태어난 날로부터 12년 되는 해를 가리킨다. 예를 들면, 2011년은 토기해로 12살, 24살, 36살, 48살, 60살처럼 토기 띠인 사람들의 본명년이다. 통속적으로 ‘띠해’라고도 부른다. 보통 본명년은 양력 1월 1일에 시작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음력 ‘입춘’ 절기부터 시작한다.
본명년은 민간에서 재앙이 많고 길하지 않은 해로 생각한다. 그래서 한족 사람들은 본명년에 빨간 색을 입어야 재앙이 없을 것으로 믿고있다. 빨간 허리띠를 매고 빨간 팬티를 입고 빨간 양말을 신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이 물건들은 다른 사람한테 받아야만 화를 피할 수 있다.
이제 본명년은 문화로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산업화 되어 큰 시장을 형성하였다. ‘본명년’ 이라는 체인점에서 여러 가지 상품을 살 수 있다. 이곳에서는 양말 뿐만 아니라 잠옷, 속옷, 손수건, 그리고 장식품들을 많이 판다. 물론 빨간색이다. 중국 사람들이 빨간색을 좋아하는 것은 한나라 때부터 이미 있던 풍습이다. 빨간 색은 복되고 기쁜 것, 정의, 충성 같은 뜻이 있어서 지금 민간에서도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중국 산서성 은해외국어전문대학 한국어과 왕아남 교수
소장 김영조 ☎ (02) 733-5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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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