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안으로 : 낙남정맥, 발산재~한치재(24.7km, 8시간대)

[동가국산]

- Inside the forest : 2023. 12. 23

▲ 미산령 어디쯤의 풍경 (2023. 12. 23)

낙남정맥 8구간은 여항산구간이라 해도 과언 아닙니다. 여항산(770m)은 아시다시피 낙남정맥 중 지리산구간의 산들을 빼고는 제일 높은 산입니다. 함안의 주산, 낙남정맥의 한가운데 위치해 있답니다. 이 얘기는 ‘산경표’에 근거합니다.

지난 6구간 후기에서 낙남정맥은 13정맥 중 유일하게 동쪽으로 향한 산줄기임을 언급했고요. 또 하나, 동고서저(東高西低)에 대한 언급을 하면서도 경동지형(傾動地塊)이니 경동지괴(傾動地塊)에 대한 설명은 생략했었습니다.

▲ 대간과  9 정맥 개념도 속 낙남정맥 ,  빨간색 화살표 부분이 여항산구간

새삼스레 이런 부분에 대한 설명이 필요치는 않을 겁니다. 다만, 함안지역이 남고북저 지형적 특성의 지세니 하천 역류와 같은 현상들이 오늘 얘기하는 770여m의 여항산(艅航山)과 관련이 있겠다는 주장이 있어 왔다는 얘기, 하고 싶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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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북산에서 대부산으로 가는 길에 만나는 풍경, 진주만이 보임 (2023. 12. 23)

여항산을 지나면 서북산입니다. 중간에 마당바위라는 곳에서 보는 풍경 또한 일품입니다. 단체 샷, 개인 인생 샷이 필요하신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이곳뿐 아니라 여항산을 기점으로 앞과 뒤 거의 10여km가 모두 멋집니다. 능선은 너덜까지는 아니지만 암산의 풍취도 보이는 구간이 꽤 된다는..

▲ 낙남정맥  8 구간 개념도

위에 그림이 어제 다녀온 여항산구간입니다. 24km가 넘는 구간임에도 오롯이 여항산 얘기만 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풍치에 대한 얘기는 생략한 채..

산꼭대기 바위는 깎아지른 듯하고 남쪽은 낙숫물을 받는 댓돌처럼 생겼는데 그 위가 편평하여 10여 명의 사람이 앉을 수 있을 정도다. 바다를 바라보면 멀리 대마도의 여러 섬들이 뚜렷하게 보이고, 산허리에는 한낮에도 신령한 퉁소 소리가 나는 듯하며 구름이 생겼다가 사라졌다가 한다.출처 : 월간산(http://san.chosun.com)

여항산에 대한 풍치, 이걸로 퉁 칩니다. 미산령을 넘어오면서부터는 세찬바람에 손이 얼고 얼굴이 다 따끔거릴 정도로 추웠습니다. 바람은 과학이다? 늘 제가 떠들고 다녔으니, 오늘은 그에 대한 얘기는 생략합니다. 역시나 날이 밝는 시간대의 바람은 기온에 상관없이 체감온도를 떨어트렸습니다.

▲ 여항산과 서북산의 정상석 모습 (2023. 12. 23)

서북산 정상에는 전적비가 있습니다. 함안을 중심으로 여항산이 제일 높은 산, 더구나 북쪽으로는 낙동강을 끼고 있으니 군사적으로 요충지일수밖에 없습니다. 6·25 전쟁 당시 여항산 봉우리의 주인이 19차례나 바뀌었을 정도로 격렬한 전투가 있었음을 말해주는 전적비, 무수한 인명이 희생당한 비극의 장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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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산령 닿기 전의 어디쯤에서 보던 여명 (2023. 12. 23)

사실 종주산행 후기가 후기다우려면 구간별 중요 포인트들을 설명하고 난이도와 걷는데 걸린 시간대 등을 소개하는 게 맞을 겁니다. 헌데, 제 후기를 얼핏 보시면 산행에 대한 정보? 별반 없습니다. 기분 내키면 조금씩 보태는 정도라고나 할까요?

어느 땐 주구장창 옛날얘기나 하고 있고, 어느 땐 함께 산행한 사람들조차 모르는 자신만이 걸었던 느낌만 적다가 마는 경우..?

제 개인적 취향은 야간 산행을 선호합니다. 더 멀리, 빨리 가려면 야간산행을 늘리고요. 함께 오래 걷고 싶으면 주간 산행을 늘립니다. 제가 함께한 천·토·산 사람들 역시 이 방식을 응용하더군요.

▲ 미산령과 마당바위라 생각되는 곳에서 찍은 천 · 토 · 산 대원들 모습 (2023. 12. 23)

장거리 겨울산행 역시, 야간시간대를 늘렸습니다. 그러고 보면 여름 한철 더위를 피해서도 그랬고요. 그보다 더 신박한 느낌은 선두팀들이 자주 멈춘다는 겁니다. 뒤따라오는 후미들을 위한 배려? 어쩌면 천·토·산 운영진들이나 대원들 모두 ‘함께 가자’ 라는 모토(motto)라도 가지고 가는 듯 보여, 보기 좋았습니다.

이번구간의 초반은 오르내림의 연속, 설사 낮에 걸었어도 미산령을 넘어 오기까지는 이렇다 할 풍치, 별반 없었을 겁니다. 야간 산행을 길게 한 뒤끝? 없습니다. 오히려 깔끔..?

미산령을 넘으면서는 사방 트이는 곳이 많았지만 전국을 강타한 한파와 세찬바람 탓에 이 또한 즐길 여유? 엄두가 안 납니다. 이번 구간엔 없었지만 마지막 봉화산은 패스, 그보다는 미지근하나마 어묵 탕이 더 땅겼다는...

▲트랭글 기록(2023. 12. 9)  

낙남정맥 중반을 지나는 지점, 지난 6구간 때도 그렇고 오늘 8구간 또한 종주산행지로는 풍치 좋은 곳이 많았습니다. 여항산이 있는 함안 남쪽 남강유역은 대부분 해안 도시들입니다.

서에서 동으로 간 낙남정맥, 그 존재의 역할은 대단히 큽니다. 지도상으로만 놓고 봐도 낙남정맥은 해안지방과 내륙지방을 나누고 있습니다. 이는 남부 해안지방의 분계선, 해안과 내륙의 기후를 갈라 놨을 것이고 생활문화권구분 또한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나머지 산행 기록은 영상으로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낙남정맥 8구간

ps.

참고로 ‘산경표’가 아닌, ‘신산경표’ 상 낙남정맥의 제일 높은 산은 여항산(770m)이 아니라 이보다 더 높은 불모산(佛母山·801.7m)이라 합니다.

제 개인적 의견은 달지 않겠습니다.

단, ‘신산경표’가 맘에 안 드는 점 하나를 얘기하자면 낙남정맥의 시작점 역시 지리산이 아닌, 하동 옥산의 546.8m봉으로 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보리]

천토산님들의 가로로 늘어선 모습이 동가국산님이 말씀하시는 함께 가는 모습을 상징하는 듯합니다. 멀리 진주 앞바다도 눈이 시원합니다. 고생들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