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소 잘 치는 법을 목동에게 알려주다 부처님, 근기와 성향따라 설법
“어떻게 하면 소떼가 번성할 수 있겠습니까?”
목동들이 불쑥 내민 질문에 부처님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열한 가지를 잘 알면 목동들이 소떼를 잘 이끌고 잘 불릴 수 있습니다. 열한 가지란 어떤 것인가 하면,
첫째는 색(色)을 아는 것이요,
둘째는 모습을 아는 것이요,
셋째는 괄쇄(刮刷)를 아는 것이요,
넷째는 상처를 덮어줄 줄 아는 것이요,
다섯째는 연기 피울 줄 아는 것이요,
여섯째는 평탄한 길을 아는 것이요,
일곱째는 소가 뭘 원하는지 아는 것이요,
여덟째는 어떤 곳으로 건너야 잘 건널 수 있는지 아는 것이요,
아홉째는 어떻게 하면 소를 편안하게 머물게 할 수 있는지 아는 것이요,
열째는 젖을 다 짜지 않고 남겨둘 줄 아는 것이요,
열한째는 소의 우두머리를 잘 다스릴 줄 아는 것입니다.
목동이 이 열한 가지만 잘 알면 능히 소떼를 번식시킬 수 있습니다.”
목동들이 놀라서 입을 벌리고 있는 사이 부처님은 열한 가지 원리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을 붙여줍니다. 몇 가지를 들어보면,
대화하는 상대 따라 ‘맞춤법문’
푸념 않고 그 자리서 환희용약
“모습을 안다는 것은 소가 건강한 기색인지 병든 기색인지를 아는 것이고 다른 무리와 섞여 있더라도 그 모습을 보고 이내 판별하는 것이요, 괄쇄를 안다는 것은, 벌레가 붙어서 피를 빨면 부스럼 같은 상처가 커지지만 털 빗질을 잘 해주면 벌레가 없어지는 것이요, 연기 피울 줄 안다는 것은 연기를 피우면 모기나 등에가 흩어질 뿐만 아니라 소들이 연기를 보고 우사로 잘 찾아온다는 것이요, 평탄한 길을 아는 것이란, 소가 다닐 수 있는 좋은 길과 그렇지 않은 길을 잘 안다는 것이요, 소를 편안하게 머물 게 할 수 있다는 것은 맹수가 오가지 않는 곳을 잘 알아서 그곳에 소를 머물게 하는 것이요, 젖을 다 짜지 않고 남겨둘 줄 안다는 것은 송아지가 먹을 몫을 남겨두어야만 어미소도 안심하고 송아지도 목마르지 않으니 이렇게 하면 소 주인이나 목동에게도 이익이 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소의 우두머리를 잘 다스린다는 것은 우두머리 소는 소 떼를 잘 이끌기 때문에 특별히 우두머리 소를 잘 보살펴야 하니, 좋은 먹이를 주고 잘 가꾸고 특별히 표식을 해두며 틈틈이 솔로 쓸어주고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목동들은 소 잘 치는 법이 이렇게 많은 줄 새삼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들은 깊이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는데, 부처님은 목동들에게 법문을 한 것에 그치지 않고 다시 출가제자인 스님들을 향해 법문을 펼칩니다.
“목동이 열한 가지 방법으로 소떼를 잘 치듯이 비구도 그처럼 열한 가지 이치를 알면 착한 법이 자라난다. 열한 가지란 무엇인가 하면, 색을 알아야 하니, 우리 육신은 4대로 이루어졌음을 알아야 한다. 모습을 알아야 하니, 어떤 이에게서 선업과 악업의 모습을 잘 알아 지혜로운 사람인지 어리석은 사람인지를 알아야 한다. (중략)
젖을 남겨둘 줄 알아야 하니, 재가자가 공양을 올리면 절제할 줄 알고 제 알맞은 양을 알아서 시주자의 재물이 다하지 않게 하고, 보시하는 이가 기뻐하고 신심이 커지게 하는 것이다. 우두머리를 잘 다스려야 하니, 대중 가운데 위덕이 있는 사람이 공경과 공양을 받게 하는 것이다.”(대지도론 제2권)
한 번도 소를 쳐본 적이 없는 사람이 열한 가지 소 치는 법을 좌르륵 열거한다는 것은, 세상의 이치에 해박한 일체지자라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대화를 하는 상대방의 근기와 성향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요?
그러기 때문에 그 어떤 사람이라도 부처님 법문을 듣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어려워요”라고 푸념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환희용약하는 것일 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