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을 못하고, 사기 당하고 있는 줄도 모른다
<시골 농촌 라이프> 브이로그로 40만 여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유튜버 덕자가 KBS Joy 예능프로그램 <무엇이든 물어 보살>에 출연해 과거에 사기를 당한 경험을 털어놓았습니다.(2020.9)
그는 남의 말을 다 믿는 스타일이라 불쌍한 얘기를 들으면 돈을 빌려줄 수밖에 없었다면서 지난 3년 동안 유튜브 운영으로 5억여 원을 벌었으나 사기를 당해 단 한 푼도 남아 있지 않다고 고백했습니다.
“사기를 항상 당한다. 거절을 잘 못하고, 사기당하고 있는 줄도 모른다.”
사기꾼들은 돈 냄새의 달인들입니다. 똥 있는 곳에 똥파리가 꼬이듯 돈 있는 곳에 사기꾼이 꼬이기 마련입니다. 살아가면서 한두 번 사기를 당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만큼 주변에 사기꾼들이 득실거린다는 이야기입니다. 사기꾼들은 화려한 언변과 능통한 변신술로 먹잇감을 물면 결코 놓지 않습니다.
사기꾼은 먼 곳에 있지 않습니다. 당하고 보면 늘 가까운 지인이 사기꾼입니다. 지인에게 당한 충격 때문에 배신감은 더 크고, 마음의 상처는 쉽사리 아물지 않습니다.
국립 타이베이 예술대학교 쉬하오이 교수는 자신의 에세이집 <애쓰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어요>에서 사람이 성숙해지는데 필요한 세 가지의 용기를 설명했습니다. 첫째는 거절 당할 용기이며, 둘째는 상처를 받아들일 용기이고, 셋째는 남의 장점을 볼 수 있는 용기입니다.
용기란 두려움을 향한 저항입니다. 특히 ‘거절할 용기’는 ‘거절당할 용기’보다 더 큰 두려움을 극복해야 합니다. ‘거절당할 용기’는 나의 자존심이 훼손된 것만 참아내면 되지만 ‘거절할 용기’는 상대방과 더 이상 관계를 지속하지 않겠다는 결기를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단호한 거절이 모든 인간관계의 절교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용기 있는 거절은 더 큰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조선시대 때 청백리로 존경받던 청송부사 정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영의정 성희안이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정붕에게 청송의 유명 특산물인 잣과 벌꿀을 보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에 청송부사 정붕은 “잣은 높은 산 위의 잣나무 꼭대기에 있고, 벌꿀은 민가의 벌통 속에 있으니 부사(府使)로 근무하는 자가 어떻게 그것들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라면서 영의정의 부탁을 단호히 거절했습니다. 영의정은 정붕의 이 같은 청렴함에 깊이 감명을 받고는 자신의 무리한 요구가 잘못됐음을 정중히 사과했습니다.
잘 아는 사람의 부탁을 거절하기란 매우 난감합니다. 그럼에도 거절할 용기를 발휘해야 합니다. 단호한 거절은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것이자 상대를 위한 확실한 배려입니다. 단호하지 못하면 상대방의 요구를 하나 둘 둘어줄 수밖에 없고, 그러다보면 나중에는 자신은 물론 상대방도 감당할 수 없는 큰 부담감을 떠안게 돼 서로에게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누구나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해 거절하기를 망설입니다. 거절 뒤에 느낄 그 찜찜함이 너무 싫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분명해야 합니다. ‘거절’은 상대방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상대방의 ‘요구’만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입니다. 상대방을 배신하는 일이 아니란 말입니다. 용기를 내 ‘안 돼’, ‘싫어’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NO’가 필요할 때 ‘NO’라고 못하면,
상대의 노예가 되는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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