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영동 출신의 유진택 시인(50)이 시집 '환한 꽃의 상처'(시와 에세이)를 펴냈다. 자연을 노래하며 생태주의를 표방한 시들은 생명의 신비와 존재의 숭고함에 주목하며 쓸쓸하고 적막한 농촌 풍경을 비춘다.
시인은 땅에서 자라는 곡식과 그것을 가꾸는 농부들을 시의 소재로 선택함으로써 자연과 인간 공동체의 신음 소리를 전한다. 위태로운 생명 파괴 속에는 이들에 대한 사랑과 함께 그것에 가해지는 폭력을 향한 분노가 공존한다.
시 '콩들의 분노'에서는 '아버지는 도리깨로 퍽퍽 콩을 털었다/ 여름 한철 햇살에 들볶이고/ 잡풀에 치였던 분통이 터지듯/ 콩들은 탁탁 뱃가죽을 터뜨렸다'고 했는가 하면 '파를 썰면서'에서는 '살아서 살집을 불리는 일보다/ 욕심을 비우는 일에 일생을 바쳤으니/ 저 고단한 파의 일생도 쓰리고 매웠으리'라고 표현한다.
구수하거나 달콤하지 않은 시들은 차라리 맵고 또 쓰리다.
잘 다듬어 고운 것만 솎은 시어들이 아니다. 거칠고 투박하지만 현실 그대로의 모습을 옮겨 놓은 듯 생생하게 살아 꿈틀대는 현실고발이 자리하고 있다.
김용택 시인은 "유진택 시인이 택한 많은 시의 소재들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살리는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또한 자기를 지킬 수 없는 것들"이라며 "시인은 시를 통해 인간다운 삶과 그것을 지탱하는 아름다운 인류 공동체에 가하는 폭력을 고발한다"고 평했다.
현재 대전에서 살고 있는 시인은 경성대 불문학과를 졸업했으며 지난 1993년 '문학세계'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는 '텅 빈 겨울 숲으로 갔다'와 '아직도 낯선 길가에 서성이다' '날다람쥐가 찾는 달빛'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