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도, 흑산도 여행기
흐린 잿빛 하늘이 낮게 드리운 6월 13일 아침, 소풍 전야의 설레임으로 간밤을 설치고 6시 정각 부산을 출발한다. 물건 값이야 원가 계산 후 이윤이면 정가가 되지만 감성이 계제된 여행은 어떤 마음과 눈으로 여행지를 둘러보느냐에 따라 만족한 여행이든 후회스러운 여행도 될 것이다.
이 강산 산천을 다 둘러보지도 못하고 가는 인생 평소 가슴에 품었던 홍도, 흑산도로 향한 남해안 고속도로를 달려 8:20 남강 휴게소에서 차는 멈춘다. 산천은 온통 시들기 시작하는 밤꽃들이 짙은 향기로 지천이다. 차안에서 아침과 해장술도 마시며 일로 서해안을 탄다. 리무진은 40명의 회원을 싣고 하동포구를 돌아 부족한 논배미에 이종 끝난 모들이 푸르게 뿌리를 내리는 중이다.
섬진강 휴게소에서 한 번 더 쉬고 목포 대교가 웅장한 북항에 갯내음이 새롭다. 목포항 관광 안내표지판에 목포 5미의 문구도 눈에 띈다. 세발 낙지, 홍탁삼합, 꽃게 찜 탕, 민어회, 갈치조림... 11;30 여객 터미널 건너 남해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청어구이, 꼴뚜기 젓, 새우 볶음, 파래 무침. ..12가지 시골 밥상 닮은 어설픈 식사를 마치고 13시 정각 잘 빠진 뉴 골드스타 선상에 오른다. 멀어지는 유달산과 항구, 점점이 다도해 지나 너울성 파도에 흔들리며 살같이 지난다. 갑판 출입을 통제하니 2차에 잠깐씩 선미에서 바다를 보고 점점이 섬들을 향해 셧터를 누르다 14시 홍도에 도착한다. 작은 부두 홍도의 이미지를 찍고 바로 유람선이다.
흑산면에 속한 흑산면에 속한 섬으로 2009년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이자 다도해새상 국립공원 홍도는 삼척동자도 알 것이다. 각양각색의 형상을 한 기암과 홍갈색 규암질 바위섬 홍도! 우리는 선미의 부서지는 포말을 뒤로 창밖 홍도 10경을 바라본다.
해설사의 유창한 해설이 도움이 됐으나 각 섬의 세부 해설은 아쉽다. 1경 남문바위부터 부부탑, 깃대봉 돌아 기암 괴석 사연 담은 바위들이 천연 조각품으로 닥아오고 2시간 만에 여객선 터미날 바라보는 언덕의 숙소로 들었다. 일부는 부둣가 낚시를 한다. 우럭이 주종이고 제법 회 몇점과 메운탕거리 남겨두고 해삼, 멍개, 소주잔 기울이며 홍도야 울지마라. 흑산도 아가씨 되받아 메들리로 선술집이 유쾌하다.
익일 아침 5시에 일어나 해무 짙어 인적 드문 산책로 일몰 전망대로 향했다. 안개는 구름처럼 흐르고 멀리 홍도 앞바다도 고요하다. 전망대 지나 촉촉히 젖은 종백 군락, 배롱나무, 맹감나무, 이름모를 상록수, 침엽수가 돌산을 감싸고 산새가 반기듯 노래한다.
홍도
이승 근심 날아간다 보물섬 하늘로
줄레길 둘러보니 동백 풍란도 푸르고
농 짙은 수묵화 해무도 속삭이고
돌 하나 풀 한 포기 홍도 10경 반기는데
가기 싫어 보고 싶어 눌러살까 하노라
호텔에서 운영하는 식당에서 부실하고 불친절한 조식을 먹고 한방 종료들과 생태 전시관, 자생란 실의 군자같은 자태와 석부작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뒷편 동백 군락지 수백년 묵은 고목의 위용에 압도된다. 고풍스런 당산 사당과 동백나무가 반긴다.
10;40 파라다이스 선상에서 멀어지는 홍도를 뒤로 점점이 다도해의 섬 사이를 헤치고 흑산도로 향한다.
한 시간여 달려 흑산도 중식도 역시 부실하고 한결같다. 작은 서대 한마리 갈치 속젓, 뜸북이, 나물, 미역국... 12;50 일주 관광버스는 상사봉 열 두고개를 구불구불 오르고 내리며 달리고 유쾌하고 재미난 해설을 겸한 기사가 통쾌하다. 가끔 흑산도 아가씨 노래며 멉추고 달리는 중에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 아래 모여 사진도 찍고 또 달린다. 너무 짙은 안개 너머 바다는 대충 지난다.
남 몰래 서러운 세월은 가고
물결은 천번 만번 밀려 드는데
못견디게 그리운 아득한 저 육지를
바라보다 검개 타버린 검게 타버린
흑산도 아가씨...
1967년의 그 노래가 새롭고 자산어보의 유적지, 면암 선생의 지정암을 둘러보고 집집마다 파란 물통, 젓갈 통을 갖춘 총천리 어촌 마을을 지나 14시 다시 유람선으로 갈아타고 해상 관광이 시작된다. 옛시 랑랑한 목소리에 유창한 해설가도 인상 깊고 안개와 해풍과 기암 바위섬이 마치 금강산이 바다에 있는 듯 하다. 고래와 공룡석, 쌍용동굴, 어머니 바위, 촛대바위 등등... 아쉽게도 일정상 영산도, 비금도 못 둘러보고 옆목 동굴 종유석 천장에 메아리만 남긴채 오후 4시 목포행 파라다이스호에 몸을 싣는다.
그렇다. 여행이란 수박 겉핧기가 아닌 꼼꼼하고 장시간 역사와 유래 비경에 감탄하며 해야 하고, 눈도 입도 마음도 즐거워야 하는데 그 유명한 바코드 붙인 흑산 홍어 한점도 못 먹고 건어물 한 보따리씩 안고 귀경길에 오른다. 그래도 오길 잘했다 생각들고 집행부 회장, 총무, 운영위원들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