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배가 만난 문인들 23
청다 이유식 평론가
김송배
내가 청다(靑多) 이유식(李洧植) 평론가를 처음 만난 것은 1989년, 그가 한국문인협회 평론분과회장 시절이었다. 그는 1995년까지 연임하고 부이사장을 역임하고 평이사로 재임하면서 문협 심포지엄에서 주제를 발표하고 각종 심사장에서 자주 만나게 되었다.
당시 내가 예총에 근무할 때이니까 그가 문협의 회의나 다른 용무로 대학로에 나오는 날에는 지하다방 쿠오레에서 차를 마시면서 다른 회원들과 함께 환담을 나누곤 했다.
그는 1983년부터 2004년까지 배화여자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문학세미나에서 주제를 발표하거나 각종 문학상을 심사하고 각종 잡지에 월평을 집필하여 우리 문학의 발전 방향이나 문제점을 지적하여 우리 후학들에게 가르침을 주어서 해박한 그의 지식에 대한 칭송이 자자하였다.
그는 경남 산청군 신안면 청현리에서 태어나서 잠시 진주에서 유년을 보내고 하동군 옥종면 양구리에서 성장하였다. 진주 중고와 부산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 대학원과 세종대 박사과정을 수료하여 대학에서나 문단에서 그의 문학이론은 항상 주목을 받고 있었다.
그는 본관이 합천 이씨(陜川李氏)다. 내 고향이 합천이라서 그런지 정감이 남다르게 다가온다. 그도 나에게 상당한 호감으로 대하면서 인생과 문학의 대선배로서의 감응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1961년, 『현대문학』에 평론 「현대적 시인형」이 초회 추천되고「프로메테우스적 인간상」으로 조연현 선생에게 추천이 완료되어 등단하였지만, 수필과 시, 소설 등 장르에 구애하지 않고 담담한 필치로 평론을 발표하면서 때로는 평론부문 신인 발굴을 위한 심사도 많이 하였다.
또한 그는 항상 솔직담백한 성격으로 정의감과 과단성 그리고 호기(豪氣)도 있으며 그 성품은 외강내유이며 서로의 친화도 소중히 여기는 덕목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그의 문학활동은 모든 장르의 비평에 관해서 그의 능력을 읽을 수 있다.
수필이 사회나 인생에 대한 성찰이나 사색 내지 명상의 글이라는 그 속성을 생각해 본다면 수필가들은 인간존중, 인간애, 인간의 우위성, 인간의 가치, 인간의 자발성, 인간의 능동성, 인간의 개성중시라는 인본주의적 접근을 통한 인간우위의 문화를 꽃 피우는데 이바지해야 되리라고 본다.
이처럼「정보화 사회와 수필가의 역할」이라는 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수필이론과 비평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의 저서에서도 알 수 있듯이 평론집「한국소설의 위상」외에 여섯 권을 비롯해서 수필집「벌거벗은 교수님」「노래」「그대 떠난 빈자리의 슬픔」「찻잔 너머의 여자」「한내 마지막 노을빛 사랑」과 편저인 「도스토예프스키의 생애와 문학」「알베르 카뮈의 문학과 인생」등을 발간하여 현대문학상, 한국문학평론가협회상, 예총 예술문화대상, 남명문학상, 한국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그는 배화여자대학교를 정년퇴임하면서 그와 인간적, 문학적으로 교류한 인사 65명이 그를 칭송하면서 교감했던 이야기를 묶은 인물에세이「꿈을 좇는 로맨티시스트-이유식과 나」(문효치 편-푸른사상사)라는 문집은 그의 인생과 문학이 적나라하게 기록되어 있다.
문효치 펜클럽 전 이사장은 이 책 발간사에서 ‘내가 아는 청다 이유식 선생은 문필력이 뛰어나고 일도 사랑할 줄 알며, 눈물도 있고 정도 많으며 생활의 멋은 물론 때론 파격의 멋도 부릴 줄 알고 풍류도 즐기며 여자도 사랑할 줄 알면서 때론 꿈을 좇기도 하는 로맨티시스트다’고 그를 평가하고 있다.
그는 문학 심포지움 장르에서도 다양하게 그의 지식을 풀어내고 있으나 수필문학에 대해서 많은 이론을 주제로 발표하고 때로는 문학지에 게재해서 수필가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기도 했다.
1988년 11월호 『수필문학』에 수록된 그의 글 「수필과 시」에는 다음과 같이 시와 수필의 관계를 의미 깊게 설파하고 있다.(이 글은 1994년 교음사에서 발행한 이유식 문학평론집『우리 문학의 높이와 넓이』에 수록되었음)
우리는 ‘서정 수필’만이 수필과 시의 행복한 결합이라고 못박을 필요는 없다. 시와 수필이 정녕 최선의 상태에서 최고의 행복한 결합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곧 수필적 인생시, 수필적 생활시, 수필적 자연철리(自然哲理)의 명상시가 될 수도 있다 하겠다. 수필이 이런 경지에 도달하려면 다음과 같은 구비조건을 갖추어야 함은 자명하다.
첫째, 인생과 자연을 보는 고도한 시인적 직관력이 있어야 한다.
둘째, 시의 관조(觀照) 미학을 최대한 수용해야 한다.
셋째, 문장에는 시에서처럼 정서적 환기력과 함축미가 있어야 한다.
넷째, 시의 이미지, 상징, 비유 등도 최대한 이용한다.
이러하듯이 그는 수필이론의 정립뿐만 아니라, 직접 수필을 쓰기도 했다는 것은 그의 지론대로 ‘더우기 학리적 수필이 아닌 생활 수필인 경우라면 불문가지다. 시적 직관이 번뜩거려야 하고 시정(詩情)이 넘쳐흘러야 하며 정서적으로 감흥이 우러나는 수필이 좋은 수필이 됨을 우리는 여기서 반성적으로 생각해 봐야겠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문학평론가협회 창립회원이며 한국문학비평가협회 창립회장, 강남문인협회 창립회장, 강남문화원 창립이사 등 많은 단체에 창립멤버로 활동하였다. 문협과 펜클럽에서도 이사로 재임하면서 우리 한국문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
그는 하동 출신인 고 정공채 시인과 강석호 수필가와 교감이 남다라다고 문단에 소문이 자자했다. 그래서 하동문학작가회를 창립하고 고문직을 수락했던 것도 고향이나 다름없는 성장지에 대한 정감이 심연에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까지 발표한 작품의 수를 살펴보면 일반평론 90여편, 시미나 주제발표문 30여편, 시집-수필집 평설 70여편, 월평 90여편, 수필 및 칼럼 250여편이 있으며 저서로는 평론집 7권, 수필집 5권, 편저 2권 등이 있다.
그를 언젠가『동방문학』복간기념식 자리에서, 그리고 어느 결혼식장에서 만나 소주를 나눈 적이 있다. 모처럼 전화가 통화되었다. ‘김회장, 문협 임기가 올해로 끝나는데 김회장이 이사장 하마평에 오르고 있더라고. 어찌 잘되고 있는지 궁금하구만’ ‘선생님, 염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은.......’ ‘하아모 하모...’ 그의 특유의 화법이 정겹게 들려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