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

[정슬]

레프리콘의 두 아들  ㅎ

전생의 기억들   (Past Lives)

다음 날  아침  ,     나는 식사를 마친 뒤 소파에 앉아 두 번째 차를 마시고 있었다.

내 친구 레프리콘을 위해 끓여 놓은 차가 점점 식어가고 있었다.

30 분 전부터  ,  나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다.

여름은 지나가고 있었고 ,  아직 깨달음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시간을 현명하게 쓰고 있는 것일까  ?

아니면 시간을 낭비 하고 있는 것일까  ?

나는 남은 시간 동안 명상 , 단식 , 묵언을 하면서 나 자신을 계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계획들을 떠올려 보았을 때 ,  그다지 설레는 마음이 들지는 않았지만 ,

리트릿을 마무리 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침대에서 일어나 생각했던 계획을 행동으로 옮기려는 마음이 잘 서지 않았다.

그래서 다양한 명상과 단식 기법들로 좀 더 세밀한 계획을 세우면서

나 자신을 바쁘게 만들었다.

어쩌면 이런 다양한 방법들이 나를 움직이는 동기가 되어 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아직 하루를 시작할 준비가 되지 않은 나는 천천히 방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갑자기 침실 문 쪽에서 수상쩍은 세 개의 머리가 불쑥 나타나 있는 것이 아닌가.

살아 있는 헌팅 트로피 같은 모습의 레프리콘과 그의 두 아들은 서로의 머리로 층을 쌓고 있었다.

그들은 입이 귀에 걸린 채 웃고 있었다.

나는 웃음이 터졌고 ,   불안했던 마음이 사르르 녹아버렸다.

내 친구 레프리콘이 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     그래 ,  웃으니 훨씬 낫소.   

당신은 깨달음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었소.      ”

레프리콘과 그 아이들의 얼굴이 침실 문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내 친구 레프리콘만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아란 스웨터를 입은 그는 소파 끝에 다리를 달랑거리며 앉아 있었다.

그는 자신의 옷을 내려다 보며 물었다.

“     이 옷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오  ?     ”

그의 말이 끝나자 마자 ,   볼록한 배 위로 초록색 클로버 무늬가 나타났다.

(클로버는 아일랜드의 국화)

“    좀 촌스러워 보이는데요.    ”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    그렇다면 ,   이것은 어떻소   ?     ”

그는 가슴 쪽에 큰 클로버 하나가 그려져 있는 스웨터로 바꿔 입은 뒤 다시 물었다.

처음 것보다 ,  낫긴 했지만 여전히 촌스러워 보였다.

“   나는 니트 본래의 패턴이 더 좋아요.   그것만으로도 옷이 충분히 정교해 보이거든요.   ”

나는 내 의견을 말했다.

그는 내 의견에 심통이 난 듯 했다.

그의 스웨터에 있던 클로버는 사라지고 , 

어느새  7 센티미터짜리 브로치가 그의 왼쪽 가슴에 달려 있었다.

인간들이 옷을 입을 때 ,   흔히 핀을 꽂는 자리였다.

“   재미없구먼  ~   !    ”

그는 인간의 구어체를 흉내 내며 ,  소리친 다음 ,  웃기 시작했다.

“    그런데  ,  이런 것이 명상 보다 더 재미있지 않소   ?    ”

레프리콘이 한층 진지하게 말했다.

“  그런 것 같네요.    ”

나는 그의 말에 동의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    하지만 이 곳에서 지내는 진짜 목적에 집중하지 않은 채 시간을 낭비하게 될까 봐 걱정스러워요.   ”

“     인간다운 생각이군.   그렇지 않소  ?    ”

그가 큰 소리로 말했다.

“  재미 보다는 엄숙하고 진지한 목적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 말이오  !    ”

“      나 역시 재미와 기쁨 ,    그리고 아름다움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해요     ”

나는 그의 말에 수긍하였다.

“   하지만 우리의 현 지점 뿐 아니라  ,  미래에 대해서도 집중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    ”

“    오  ,   물론이오.     ”

내 친구 레프리콘이 동의했다.

“    바로 그것이 인간의 특출난 능력이고 , 

이번 여름 동안 당신이 나에게 가르쳐 주고 있는 일들 가운데 하나 라오. 

인간은 엘리멘탈에게 집중하는 법과 방향을 설정하는 법을 가르쳐 줄 수 있소.

당신도 알다시피 ,  당시과 나는 시간을 다르게 인식하고 있소.     ”

나는 조용히 자리에 앉아  ,  차를 마시면서  그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었다.

“   인간은 시작 ,    중간   ,   끝이 있다고 생각하지.    ”

그는 학자스러운 태도로 돌아가 말을 이어나갔다.

“    인간들은 과거 ,  현재 ,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 

이런 순간들을 작은 상자 속에 담긴 것으로 보고 있소.

하지만 그것은 엘리멘탈이 시간을 생각하는 방식과는 매우 다르다오.

 우리 엘리멘탈들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보고 고를 수 있기 때문에 하나의 가능성에만 매여 있는 법이 없소.

인간은 오직 하나의 과거만 있으며 ,   오직 하나의 미래만 있다고 생각하지

그리고 그 미래를 미리 알 수 없다고도 생각하오.

하지만 나는 당신을 보면 이번 생과 그 전생들을 포함해서

당신이 지나온 모든 선택적 시나리오를 다 알 수 있다오.

당신이 당신의 삶이었다고 믿는 한 줄기의 전생들 뿐만 아니라  , 

다른 줄기의 모든 시나리오까지 보인다는 말이오.        ”

[해바라기]

🧘‍♂️

[정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