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 초에 주문한 토마호크 롱보우가 얼마 전에 도착했습니다.
1월 13일 입금하고 3월 17일 제 손에 들어왔으니 딱 2개월 만이네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릅니다.
구매를 대행해 주신 둥이아빠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활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장궁류, 특히 삼각형에 가까운
리플렉스 디플렉스(일명 하이브리드 롱보우)를 처음 봤을 때 드는 느낌은 이거였습니다.
“저런 멋대가리 없는 활을 누가 쏘지?”
그런데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그 활이 제 손에 들려있네요.
도대체 롱보우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백형들은 왜 그렇게 롱보우를 좋아하는 걸까요?
1. 제품명: 토마호크 다이아몬드 SS 롱보우
2. 길이 : 64“
3. 장력 : 58#
4. 드로우 랭스: 28“
5. 형태: 리플렉스 디플렉스
롱보우는 역시 클래식한 가죽퀴버나 가죽벨트와 잘 어울립니다.
누벅가죽을 감은 손잡이, 두툼한 것이 그립감 꽤 괜찮습니다.
보통 다이아몬드 코인이 박혀 있던데 이건 30주년 기념이라고 새겨진 코인이네요.
made in usa라고 씌어 있습니다.
통킹만산 대나무를 백킹 재료로 썼는데, 염색을 했는지 푸르죽죽한 문양이 있습니다.
위장색같은 느낌도 들고, 실제로 보면 독특하고 멋집니다.
보통의 활이 4중(코어를 추가하면 5중) 접합인 것에 비해 토마호크는 7중(카본코어 포함) 접합입니다.
접합순서는 바깥 백킹쪽부터 유리섬유, 대나무, 메이플, 카본코어, 메이플, 주목, 유리섬유의 순입니다.
고급 수종의 하드우드가 잔뜩 들어갔습니다.
이렇게 라미네이트 되는 층이 많으면 장력이 비약적으로 증가하는 한편
오랜 세월이 흘러도 탄성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합니다.
대신 공정이 복잡해 지고 가격도 그만큼 상승하겠죠.
다른 베어보우들과 단면비교.
외쪽부터 pse 고스트, pse블랙호크, 토마호크, 제가 자작한 보우(물푸레+탄화죽편+대나무)입니다.
확연하게 비교가 되시나요?
총평.
1. 디자인
하이브리드 롱보우는 잘빠진 리커브보우에 비해 조형미가 다소 떨어지는 게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역설은 바로 여기서 발생합니다.
이 투박하고 원시적인 디자인의 활이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순간이 오더군요.
그때의 중독성은 리커브 못지 않았습니다. 저의 경우엔 그랬습니다.
2. 발시감
묵직하고 깔끔하게 쏘아주는 맛이 일품입니다.
발등으로 축구공을 찼는데 정통으로 딱 맞는 순간의 느낌,
배트로 야구공을 쳤는데 힘의 분실 없이 모두 공에 집중되는 느낌.
정말 시원하게 쭉쭉 날려줍니다.
3. 소음과 진동
소음은 거의 없습니다.
하드우드와 글라스를 압축한 림이 울리면서 나는 특유의 울림음이 조금 있는데,
개인적인 취향인지 몰라도 저는 맑고 묵직한 울림음이 정말 좋았습니다.
화살이 발사되고 난 후 손목으로 전해져 오는 충격은 좀 있습니다.
제게는 진동이라기보다 힘이 한 곳에 집중되면서 오는
기분 좋은 반탄력 정도로 느껴졌습니다.
이 정도 소음에 이 정도의 반탄력도 없다면 오히려 밋밋할 거 같아요.
슈팅게임을 하는데 총소리가 안 난다고 생각해 보세요.
4. 드로잉
드로잉감은 처음부터 일정하게 짱짱한 것 같습니다.
리커브된 고자부분이 없으니 시작과 끝의 편차가 균일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다른 각도로 보자면 마지막까지 화살을 힘차게 날려 보내준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5. 속도
두말할 것 없이 엄청 빠릅니다.
같은 파운드의 리커브에 비해 약간 느리다고 하던데, 전혀 모르겠습니다.
쏘아 보내는 힘이 강해서인지 오히려 체감하기에는 더 빠른 것 같습니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라는 말은 20세기 건축계의 오랜 명제였다고 합니다.
미는 기능의 순수함에서 기인하고 미학적 고려는 기능적 고려 다음이어야 한다는 뜻이라네요.
토마호크 롱보우를 보면서 이 말이 생각났습니다.
서두의 질문에 대한 제가 찾은 답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첫댓글 활도멋있고 역시 직업이작가라 글솜씨가 너무좋은데형 다음롱보우는 블랙위도우로~
위도우 카달로그 보여줄께
토요일 습사장으로 갖고와~
@숲으로 카달로그만~
스리리버 창립자의 글을 보았는데 활 컨셉 자체가 사냥에 초점을 두더군요
정확히 표현은 안되지만 다른 장궁들과는 분명히 틀립니다 멋진글
잘잃고 갑니다.
사냥용이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 집니다.
정말 마음에 드는 활입니다. ^^
제가 느끼기에도 같은 파운드로 롱보우가 더 속도가 빠릅니다. 역시 말씀대로 리커브보단 진동이 더 있구요. 전 왼손에 느껴지는 진동이 싫어서 리커브만 쏩니다.
역시 사람의 취향은 다양한것 같습니다.^^
멋진 활이네요~
감사합니다~
우와~리뷰는 이렇게 써야한다! 라는 느낌이 팍오게 만드는 후기입니다~~
전 앞뒤 두서도 없고 산만한데 숲으로님 글은 깔끔하고 요점정리가 완벽한 리뷰네요~~
멋진 리뷰입니다. 제 경우엔 66년산 코디악과 코다악 테익다운에 이어 짧고 빠르면서 잘맞는 그러면서 좀 싼? 활이라는 좀 모순된 활을 만들고자 다스보우사의 17인치 달라 라이져를 이종길사장님을 통해 구입하고 림은 트래드택 oem 삼익 리커브림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활길이가 58인치라 좀 예민한 감이 있지만 쿠션플런져와 경기용 레스트를 달아 58인치치고는 제법 잘 맞습니다. 다만 60파운드가 넘어가는 셋팅이라 50대 좀 넘어가면 슬슬 산발이 나네요. 나중에 림만 보더아쳐리의 롱보우림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싶네요.
건아처리 까페에 가끔 출몰하던 그 코디악 레어템의 주인이 진형이닷님이셨군요.
제가 그거 보면서 침 좀 흘렸습니다.
66년 산이면 3대는 이어져 왔을텐데,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깃들어 있을지..
그 퓨전(?)활 쏜 사진 봤습니다.
이미 집탄이 장난아니던데 롱보우림으로 교체하면 어떨지 기대됩니다.
@숲으로 아 그활 주인분이 80 가까운 할아버지셨죠. 나이드셔서 이제 힘드시다고.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3.31 23:06
속썩인 자식이 효도한다더니...
제가 그 놈때문에 얼마나 힐링하려고 이러는 지 모르겠습니다.ㅎㅎ
막판에 백형이 그리 양보를 해주니 다행이네요.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8"에 놓고 쏴보세요
그리고 토마 실제로빠릅니다
점점 좋아하시게될겁니다 ㅎㅎ
좋은활 소장 축하드립니다
8"에 놓고 쏘면 또 다른 느낌인가요?
마침 토욜 습사하러가는데, 꼭 그렇게 해보겠습니다.
감시힙니다. ㅎ
@숲으로 즐겁고 안전한 습사하세요 ㅎㅎ
@웃음잃지마라 감사합니다. 웃음님도 늘 안전습사하세요ㅎ
@숲으로 감사합니다 ㅎㅎ
리뷰를 읽는 동안 마치 제가 활을 쏘아본 느낌이네요. 왠지 글만 읽고도 그느낌을 느낄 수 있는듯...
또한 숲으로님에게서 고수의 체취가...
시작한지 얼마 안된 초보입니다.
그래서 리뷰에 집탄성같은 직접적인 성능에 대한 얘기가 없어요.
그건 제 깜냥으로 판단할 수 있는게 아니어서..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