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23)
● 제1장 형제 23회
“어머나”
금련은 비명을 지르며 무송의 무릎에서 미끄러져내려 보기 좋게 방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무송은 우두커니 서서 금련을 내려다보다가 그만,
“헛헛헛허”
기분 좋다는 듯이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금련은 어이가 없고 분하기도 해서 그대로 방바닥에 퍼져 앉은 채 매서운 눈초리로 무송을 쳐다본다.
“아니, 뭣이 좋아서 웃는거야? 사람을 뭐로 아는거지?”
“짐승보다도 못한 인간이라는 것을 알았지”
무송은 히죽 코웃음을 친다.
“뭐 저런 맹추가 다 있는지 모르겠어.
사내라는 것이 덩치만 덜렁 커가지고 뭘 모르니 말이야. 아마도 고자인 모양이지?”
“뭐 고자라고? 내가?”
“그래, 고자가 아니면 사내가 그럴 수가 있어? 여자를 이렇게 무안을 줄 수가 있느냐 말이야”
“짐승보다도 못한 여자는 무안을 당해도 싸다구.
남편이 있는 여자가 더구나 시동생한테 수작을 걸다니 ... 그게 사람이야?”
“아이 분해. 남편도 남편 같아야 말이지. 난쟁이인데다가 얼굴 생김새라고는 ... ”
“아가리 닥쳐!”
무송은 냅다 호통을 친다. 시커멓게 치솟은 눈썹이 더욱 쭈삣하게 솟구치고, 두 눈도 험악하게 찢어져 올라간다.
금련은 겁에 질려 그만 찔끔 목이 움츠러든다.
“한 번 더 우리 형님을 욕해봐, 용서하지 않을테니까. 미우나 고우나 결혼을 했으면 남편은 남편인 것이지, 무슨 그따위 소리가 있어. 그렇다고 남도 아닌 시동생한테 수작을 거는건가?”
어찌나 호통 소리가 쩌렁쩌렁 울리는지 금련은 뭐라고 한마디 대꾸도 못하고 그만 분을 못 이겨 울음을 터뜨려 버린다.
형수가 우니까, 무송은 좀 너무하지 않았나 싶어진다. 슬금슬금 창가로 가서 창문을 열고 바깥을 내다본다. 첫눈이 함박눈이 되어 푸덕푸덕 내리고 있다.
겨울밤의 찬 공기가 방안으로 쏟아져 들어오자, 금련은 으스스 몸을 떨며 울음을 그친다.
그리고 발딱 일어나 잽싸게 도망치듯 계단을 내려가다가 우뚝 멈추어 서서 돌아보며 사납게 내뱉는다.
“나가! 시동생이고 지랄이고 한집에 살기 싫단 말이야. 당장 나가라구!”
무송은 입이 삐딱하게 이지러지는 그런 웃음을 떠올리며 대꾸한다.
“나가겠어. 그러나 당장은 안되겠고, 내일 나갈거야. 나도 너 따위 형수하고는 같이 살기 싫다구”
“흥! 저런 게 다 사내라구 ... ”
금련은 경멸하듯 눈을 흘기고는 얼른 아래층으로 사라져 버린다.
다음회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