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아침이 왔어요. 태양 등장
어김없이 아침이 왔다. 새소리가 평소보다 더 다채롭게 들려왔다. 봄이 기지개를 켜는 것 같았다.
그녀는 회색 소파에 누운 채 잠들어있었다. 그가 덮어준 갈색 담요를 덮은 채. 남자는 휠체어를 타고 창밖을 바라보다가 그녀에게로 시선을 주었다. 무슨 사연인지는 몰라도 어쩐지 그녀가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 아무런 이유나 논리는 없었다. 잠든 그녀의 얼굴이 몹시 슬퍼보였을 뿐.
-삐삐삐삐삐
벨소리도 없이 현관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가 휠체어 신세를 지고부터 개인 사생활은 없어졌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있어도 복지사가 들어왔고, 태양이 들어왔다. 어떨 때는 경비아저씨도 들어왔다. 다리가 불편하고 자살시도가 있으니 자주 들러 들여다 봐 달라고 복지사가 동네방네 떠들어댄 것이었다.
-계란이이 왔써요오~계란이 왔써어요오~
태양이었다. 태양이는 주로 아침에 찐 계란을 들고 나타났다. 제자가 스승을 챙겨야한다면 아침저녁으로 자기 집처럼 드나들었다.
-어! 샘~!
태양이가 소파에 있는 그녀를 발견하고 눈이 동그래졌다.
-샘~! 죄송합니다!
태양이 얼굴이 붉어져 들고 온 찐 계란을 두 손으로 안은 채 돌아섰다.
-야! 조태양! 인마! 계란은 두고 가야지.
태양이 급히 주방 식탁에 계란을 두고 나가려 한다. 그가 다급히 말했다.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다.
태양이 돌아보며 되묻는다.
-제가 생각하는 그런 게 뭐 어떤 건데요?
이번엔 그가 얼굴을 붉힌다.
-하여튼 그런 거 아니라고. 그게 뭐든.
태양이 씩 웃고, 달려 나가며 외친다.
-얼레리 꼴레리~ 얼레리 꼴레리~선생님은 여자하고 동침했대요. 동침했대요오~얼레리 꼴레리~
-야! 너 이리 와~
고함쳐보지만 이내 포기하고 그녀를 쳐다본다. 시끄러운 소리에 잠이 깬 그녀가 부스스 일어나 화장실로 걸어갔다. 그는 식탁으로 가 찐 계란을 깐다. 그녀가 나오자 그가 묻는다.
-잘 잤어요? 불편했을 텐데.
그녀는 아무 답도 하지 않고 다시 소파에 누웠다. 그는 그런 그녀를 한참 쳐다보다 큰소리로 혼잣말을 했다.
-소금아, 어디에 있니? 여기 있네! 반갑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어른어른 아침 햇살이 그녀의 눈언저리를 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