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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역대기는 선지자의 관점보다 제사장의 관점을 보여줍니다. 에스라 자신이 제사장이었기 때문에 기별보다 신학을 더 중시하는 관점에서 쓰고 있습니다. 제사장과 레위인은 자주 언급되는 반면에 위대한 선지자들인 엘리야와 엘리사의 사역은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앞 책에서는 그들이 맹활약했지만 역대기에 오면 그걸 축소하고 다시 반복하지 않습니다. 보좌보다는 성전이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책이 역대기입니다. 보좌는 왕이 다스리는 곳이지만 성전은 하나님이 계시는 곳입니다. 앞 책들은 이와 다르게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B. 역대기는 온 이스라엘보다 유다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유다는 왕의 지파잖아요. 북방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언급된 것이 거의 없습니다. 역대기는 남방 유다 왕조 위주로만 말하고 있습니다. 다윗 왕의 계통만 이야기하고 이스라엘의 왕들은 도외시되었습니다.
C. 역대기의 기본 구성은 정치적 또는 군사적이라기보다 교회적인 것입니다. 교회라는 것은 하나님의 백성을 모아놓은 것입니다. 정치적, 군사적이라기보다 교회적이라는 말은 하나님의 백성 위주로 이루어가는 역사를 담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 에스라는 군사 정복에 대한 관심은 없고, 다른 나라 사람들과 어떻게 싸웠다는 이야기는 제외하고 오직 개혁에만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하나님께 돌아오라, 하나님을 올바로 섬기라, 순종하라, 우상을 척결하라는 목적을 씁니다. 다윗의 최대 관심사도 성전을 건축하기 위한 준비에 있는 것처럼 써놓았습니다. 군사 활동이나 전쟁의 승리는 언제나 여호와께 대한 순종과 헌신에 달려 있음을 강조하며, 하나님께 순종하고 개혁할 때 비로소 안전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D. 역대기의 형태는 전기적이라기보다 통계적이고 연대기적입니다. 누가 누굴 낳고 어떻게 살았는지 다루는 일대기 형태보다, 하나님의 백성이 어떻게 이어졌는지 계보와 숫자를 제시합니다. 다윗은 기나긴 족보의 통계에서 나오는 것처럼 제시하는 반면, 그가 목자였거나 조정의 신하였던 배경에 대해서는 거의 기록하지 않고 족보와 숫자에 집중합니다. 이로써 이스라엘이 순종하기만 한다면 위대한 민족으로 회복된다는 영적인 사실을 백성들에게 알리고자 합니다.
E. 역대기가 강조하는 문제는 우상숭배 자체보다 백성이 영적으로 무관심해진 원인에 있습니다. 열왕기에서 수없이 언급된 여로보암의 송아지 숭배가 역대기에서는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습니다. 하나님을 떠난 백성에게는 송아지라는 우상보다 마음이 변한 것이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솔로몬의 치명적인 죄악인 우상숭배도 그냥 지나칩니다. 솔로몬이 수많은 처첩을 거느리며 산당을 지어준 죄를 상세히 다루지 않고, 그가 여호와를 경외할 때 성공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춥니다. BC 586년에 바빌론 포로로 망한 사건을 기술하면서도 그 이유를 우상숭배 자체보다 여호와께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마음이 하나님을 떠났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영적인 원인을 짚어내는 것이 에스라의 역사관입니다. 군사력이 강할 때 이기고 하는 게 역사가 아니라, 하나님을 떠나는 그 자체가 문제라는 관점에서 역대기가 엮어진 것입니다.
세 번째는 족보가 아주 큰 특징입니다. 성경에서 가장 길고 온전한 족보가 역대상 1장부터 9장까지 쭉 나옵니다. 역대상 1장 1절은 "아담, 셋, 에노스" 이름 세 개가 1절입니다. 이름만으로 이루어진 절이 많아요. 여기서는 유다와 다윗을 중심으로 한 족보가 두드러지고, 그다음으로는 레위와 아론을 위주로 한 족보가 눈에 띕니다. 유다는 하나님이 택하신 남방 유다 왕권의 지파이고, 레위와 아론은 제사장 지파입니다. 이것은 왕권과 제사장직이 유다 지파와 레위 지파에게 있음을 확실하게 말해 주는 것입니다. 이 두 지파가 아주 강하게 클로즈업되어 있는 책이 역대기입니다. 아담으로부터 스룹바벨까지 53세대의 명단이 귀중하게 열거되어 있으며, 아론으로부터 야두아까지 대제사장의 이름이 일목요연하고 질서 정연하게 잘 나타나 있습니다. 느헤미야에 나오는 야두아는 요세푸스의 기록에 알렉산더 대왕 시대의 대제사장으로 기록되어 있기도 합니다.
네 번째, 이 역대기가 정곡을 찌르며 다루는 특징적인 점은 '번역이 가져오는 위험', 즉 '번역(Prosperity)'이 아니라 '번영이 가져오는 위험'입니다. 사람이 번영하기를 바라지만 번영이 다 좋은 건 아닙니다. 역대기는 번영하고 강성할 때 여호와를 저버리는 일의 위험을 강조합니다. 솔로몬이 그랬고 다른 왕들이 그랬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르호보암, 아사, 여호사밧, 여호람, 아마샤, 우시아, 히스기야 등의 경우에서 나타납니다. 번영할 때, 강성할 때 교만해지고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게 되는 위험입니다. 이 왕들은 다 훌륭하고 좋은 왕들인데 번영할 때 실수했습니다. 번영과 강성함은 분명 여호와의 축복이지만, 그로 인하여 쉽게 여호와로부터 독립하려는 정신으로 기울어지고 마침내는 하나님을 떠나는 위험으로 이어집니다. 그것을 아주 여러 번 강조하고 있는 책이 역대기이기에 영적 교훈이 참 큽니다.
다섯 번째, 여호사밧의 '순회 성경 컨퍼런스'가 다른 데는 없는데 역대기에 특별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역대하 17장 7절에서 12절에 보면 여호사밧이 지도자 그룹을 모아서 각 지방 도시를 쭉 순회하면서 바이블 컨퍼런스를 연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여호사밧은 순회하는 성경 컨퍼런스를 개최한 것으로 유명하고 또 특별합니다. 그는 유다의 여러 성읍으로 방백들과 제사장들과 레위인들을 한 그룹으로 보내어 율법을 가르치게 했고, 그것의 직접적인 결과로 주변 국가들과 평화롭고 선한 관계를 갖게 되었으며 하나님의 보호를 받아 국가적 번영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성경 대회나 바이블 컨퍼런스를 여는 것과 같습니다. 제가 얼마 전 파키스탄에 바이블 컨퍼런스 강사로 다녀왔는데, 목사님들과 성도님들에게 집중적으로 성경 내용을 강조해서 가르쳤더니 엄청난 감화를 받고 많은 사람이 침례를 받았습니다. 바이블 컨퍼런스는 참 좋은 것입니다. 성경의 내용을 강조해서 가르치는 이 사역은 신앙생활에 큰 변화와 감동을 가져다줍니다.
여섯 번째는 역대기에 나타난 그리스도의 표상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다윗과 솔로몬은 역대기에 등장하는 가장 뚜렷한 그리스도의 표상들입니다. 이들은 왕으로서 이스라엘의 왕 되시는 그리스도를 가장 직접적으로 예표하며, 특히 역대상 1~9장에 수록된 족보는 단순히 한 가문의 명단이 아니라 그들의 후손으로 오실 메시아를 대망하게 하는 구속사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족보입니다. 이 이름들이 쓸데없이 지면만 차지하는 게 아니라 메시아의 혈통이 정확하며 약속대로 오신 사실을 증명하는 가장 훌륭한 증거물입니다. 다윗은 왕국의 기초를 튼튼하게 놓은 왕으로서 영원한 왕국을 다스리실 그리스도를 표상하며, 솔로몬은 성전을 건축한 왕으로서 성전의 실체가 되시고 하늘 성전의 주인이 되시는 그리스도를 예표합니다. 이것은 사무엘하 7장에 나타난 다윗의 언약을 성취하는 것입니다. "내가 네 몸에서 날 네 씨를 네 뒤에 세워 그의 나라를 견고하게 하리라 그는 내 이름을 위하여 집을 건축할 것이요 나는 그의 나라 왕위를 영원히 견고하게 하리라" 하신 언약이 궁극적으로는 다윗의 후손으로 와서 영원히 다스리실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성취되는 것입니다.
또한 역대기에는 야베스의 기도를 포함해 총 11개의 기도가 강조되어 기록되어 있습니다. 역대상 4장 10절의 야베스의 기도는 영적인 번영을 위한 유명한 기도입니다. 그 외에도 다윗의 기도 4개, 솔로몬의 기도 3개, 아사의 기도, 여호사밧의 기도, 므낫세의 기도가 쭉 있습니다. 하나님께 붙어있기 위한 노력인 기도를 빼놓지 않고 다 기록한 것이 참 특별합니다.
역대기에 있는 또 하나의 가장 큰 특징은 '음악의 강조'입니다. 앞선 열왕기나 사무엘서에는 음악에 대한 강조가 거의 없습니다. 참 이상하게도 역대기에 오면 음악에 대한 강조가 대단히 많습니다.
레위 자손들이 성전 음악을 담당하는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다윗이 합창단과 관현악단을 조직했습니다(역대상 15장).
악기로 찬송하는 자가 4,000명이나 된다고 기록합니다(역대상 23장).
신령한 노래를 부르는 찬양대 대원이 288명이라고 명시합니다(역대상 25장).
제금, 비파, 수금, 나팔 등으로 하나님을 찬양하는 장면이 생생합니다.
솔로몬의 성전 낙성식에서 찬양대가 대대적으로 활약합니다(역대하 7장).
여호사밧이 경배할 때 레위 사람들이 큰 소리로 여호와를 찬송했고, 전쟁터에서도 군악대가 앞장서서 노래를 불렀습니다(역대하 20장).
악한 여왕 아달야를 축출하는 혁명을 거행할 때도 나팔을 불고 찬양하는 합창단이 지원했습니다.
히스기야의 예배 개혁 때도 제금과 비파와 수금을 연주하며 시와 노래와 나팔 소리와 함께 경배했습니다. 음악이 예배의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요시아 왕 때도 음악에 익숙한 레위인들이 성전 음악을 연주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역대하 34장).
이처럼 성전 음악과 음악가들에 관한 세밀한 기록은 성경의 역사서들 중에서 오직 역대기에만 집중적으로 나타납니다.
제가 역대하 주석을 집필하면서 고대 이스라엘 역사의 재형성을 다룬 사라 야페트의 방대한 주석서와 레이먼드 딜러드의 주석, 그리고 성전 음악의 비범한 시각을 보여준 클라인(Klein)의 『여호와의 노래(Songs of the Lord)』 등에서 깊은 영감을 얻고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역대기는 가장 적게 읽히고 소홀히 다루어지기 쉬운 책이지만, 따지고 보면 구약 역사의 진수와 영적 빵이 가득한 소중한 책입니다.
역대기를 읽으실 때 오늘 말씀드린 신정적 관점이 기준이 되기를 바라며, 예레미야와 에스라에게 임하셨던 성령의 감동하심이 여러분에게도 함께하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강의를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에스라 연구로 찾아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핵심 요약정리
표제와 성경적 구성의 특징:
히브리어 표제는 '디브레이 하야밈(날들의 일지)'이며 원래 상하권 분리가 없는 한 권의 책입니다.
열왕기가 왕들의 외적 사건을 다루었다면, 역대기는 역사적 사건 이면의 영적 원인과 하나님의 섭리를 다루는 '비하인드 스토리'이자 신학적 역사서입니다.
개요의 흐름과 왕조의 단련:
전반부(1~9장)는 지혜와 부귀로 성전을 건축하고 봉헌한 솔로몬의 치세를 다루고, 후반부(10~36장)는 분열 왕국 이후 르호보암부터 마지막 시드기야까지 남방 유다 20명 왕조의 개혁과 부흥, 그리고 최종 몰락(BC 586년)의 내력을 다룹니다. 맨 마지막 구절은 고레스 왕의 조서로 유배가 끝나고 회복되는 소망의 메시지로 구약을 닫습니다.
열왕기서와의 결정적인 대조점:
선지자보다 제사장의 관점(성전과 예배 중심)에서 기술하여 엘리야·엘리사의 기적 서사나 왕들의 부끄러운 범죄, 군사적 전쟁 기사를 대거 생략했습니다.
북방 이스라엘 왕조는 도외시하고 오직 메시아의 혈통이 흐르는 남방 유다와 다윗 가문에만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우상숭배라는 외적 현상보다 하나님께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백성들의 영적 무관심과 마음의 배도'를 몰락의 본질적인 원인으로 지적합니다.
역대기만의 독특한 신학적 기여:
아담부터 스룹바벨까지의 53세대 인류 구속사 족보와 아론부터 야두아까지의 대제사장 명단을 완벽하게 보존하여 구약 성경 전체의 완벽한 요약본 역할을 담당합니다.
왕들이 번영하고 강성할 때 쉽게 하나님을 떠나고 교만해지는 '번영의 위험성'을 강력히 경고합니다.
여호사밧의 '순회 성경 컨퍼런스'를 포함해 11개의 기도를 강조했으며, 특히 다른 역사서에는 없는 성전 합창단과 관현악단 조직(4,000명의 레위인 찬양대) 등 예배 음악의 절대적 중요성을 대대적으로 부각한 음악의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