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강이 빚은 충칭에서 나라의 소중함을 생각하다
주산 김영화
2026년 10월 12일부터 13일까지 1박 2일 동안 성도에서 충칭으로 고속열차를 타고 이동했다. 이번 여행은 중국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나는 시간이자, 오늘의 나를 돌아보는 기회이기도 했다.
충칭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은 뒤 모노레일을 타고 도시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철로와 건물, 강이 어우러진 풍경은 다른 도시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충칭만의 멋이었다. 산과 산이 이어지고, 그 사이로 건물들이 들어서며, 강물 위로 도시의 풍경이 펼쳐졌다. 산과 강과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이 서로 어우러져 하나의 큰 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특히 모노레일이 건물 사이를 지나가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산이 많은 지형을 그대로 활용하면서도 교통과 도시를 조화롭게 발전시킨 모습에서 중국의 발전상을 엿볼 수 있었다. 자연의 조건을 극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조건을 도시의 특징으로 만들어 낸 지혜가 돋보였다.
밤이 되자 충칭은 또 다른 얼굴을 보여 주었다. 산과 강을 따라 불빛이 켜지고, 높은 건물과 골목마다 빛이 가득했다. 밤하늘에 비친 도시의 아름다움은 온 세상을 황홀하게 만들었다. 골목골목 이어진 상가에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고, 저마다의 삶이 어우러져 활기찬 풍경을 만들어 냈다.
나는 그 밤거리를 걸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도시를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높은 건물과 화려한 조명만이 아닐 것이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과 서로 맺고 있는 인연이 도시의 참모습을 이루는 것이 아닐까.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한곳에서 살아가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그 속에서 또 다른 삶의 가능성을 열어 가고 있었다.
그 풍경은 나에게 새로운 삶의 거울이 되었다. 나 역시 지금까지 많은 사람과 인연을 맺으며 살아왔다. 그 인연 속에서 기쁨도 얻고 어려움도 겪었지만, 돌이켜 보면 모든 만남이 오늘의 나를 이루는 바탕이 되었다. 도시의 골목마다 사람들의 삶이 깃들어 있듯, 내 삶에도 수많은 인연의 흔적이 남아 있다.
밤거리를 걷던 그 순간은 나를 새롭게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더 높은 곳에 오르는 것만이 삶의 발전은 아닐 것이다. 내가 만나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아가는 것 또한 중요한 발전이다. 나도 좋고 너도 좋은 삶, 서로의 행복을 함께 키워 가는 자리이타의 정신이 그곳에서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충칭의 장강을 바라보면서는 또 다른 생각에 잠겼다. 강물은 쉼 없이 흐르고 있었다. 지금 내 눈앞을 흐르는 물은 어제의 물이 아니었다. 어제 흘러간 물은 돌아오지 않고, 오늘의 물이 새로운 모습으로 내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강은 어제와 오늘이 달라져도 강으로서의 흐름을 이어 간다. 나의 삶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오늘의 순간도 곧 과거가 된다. 그렇지만 그 변화 속에서도 내가 지켜야 할 마음의 자리는 있다.
나는 장강의 흐름을 바라보며 나의 본래 마음을 생각했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사람의 마음도 환경과 만남에 따라 흔들린다. 기쁜 일이 생기면 기뻐하고, 어려운 일을 만나면 걱정하며, 때로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마음을 잃기도 한다. 그러나 그럴수록 자신의 마음을 살피고 본래 자리로 돌아가는 공부가 필요하다.
강물은 지나간 물을 붙잡지 않는다. 나 역시 지나간 일에 얽매이지 않고 오늘의 삶을 충실하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면서도 내 마음이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도 본래의 성품을 잃지 않고, 은혜에 감사하며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내가 지켜야 할 삶의 길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충칭 여행에서 특별히 의미 있게 다가온 곳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관련된 역사였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상하이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독립운동을 이어 갔으며, 일제 말기에는 충칭에 자리 잡았다. 나는 이번에 세 번째로 그곳을 방문했다.
그곳에 서니 나라를 되찾기 위해 헌신했던 선열들의 삶이 떠올랐다. 김구 선생을 비롯한 독립운동가들은 나라를 잃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독립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낯선 땅에서 온갖 어려움을 견디며 조국의 광복을 위해 힘을 모았다. 마침내 1945년 광복을 맞이하기까지 그분들이 감당해야 했던 고통과 희생은 얼마나 컸을까.
오늘 우리가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결코 저절로 이루어진 일이 아니다. 나라를 되찾기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치고, 희망을 놓지 않았던 수많은 선열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나는 그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렸다. 그리고 나라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다시금 느꼈다. 우리는 때로 일상에 익숙해져 나라의 존재를 당연하게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타국에 와서 우리 역사의 흔적을 마주하니, 오늘의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희생과 노력 위에 놓여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나라가 있어야 국민이 자신의 삶을 가꾸고, 가족을 지키며, 다음 세대에 희망을 전할 수 있다. 나라를 사랑한다는 것은 단지 말로 외치는 데 그치지 않을 것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일을 성실히 하고, 이웃을 배려하며, 서로의 삶을 존중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선열들이 조국의 미래를 위해 헌신했듯, 오늘을 사는 우리도 후손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번 중국 여행을 통해 나는 중국의 발전 가능성도 새롭게 생각하게 되었다. 성도와 충칭을 둘러보면서 넓은 국토와 다양한 문화뿐 아니라, 도시를 발전시키는 규모와 방식, 사람들의 활기찬 생활을 직접 볼 수 있었다. 특히 산과 강이 많은 충칭의 지형을 활용한 교통과 도시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중국이 세계적으로 더욱 중요한 나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느낄 수 있었던 것도 이번 여행의 큰 수확이었다. 물론 한두 도시의 모습만으로 한 나라 전체를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성도와 충칭에서 직접 보고 느낀 경험은 중국을 이해하는 나의 시야를 넓혀 주었다. 발전하는 도시의 모습 속에서 미래를 향한 의지와 가능성을 읽을 수 있었다.
돌이켜 보면 이번 여행은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을 구경하는 시간이 아니었다. 성도에서 충칭으로 이어진 여정은 중국의 오늘을 살펴보는 시간이었고, 장강의 흐름은 내 마음을 돌아보게 한 시간이었으며,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역사는 나라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시간이었다.
산은 그 자리에 서 있고, 강물은 끊임없이 흐른다. 도시는 변화하고 사람들의 삶도 달라지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가치는 여전히 남아 있다. 자신의 본래 마음을 지키는 일, 서로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일, 그리고 오늘의 삶에 감사하며 다음 세대를 위해 힘쓰는 일이다.
나는 충칭의 밤하늘과 장강의 물결을 마음에 담고 돌아선다. 화려한 도시의 불빛은 언젠가 사라지겠지만, 그곳에서 얻은 생각과 깨달음은 내 삶의 한 페이지로 남을 것이다.
강물은 오늘도 흐른다. 나 역시 그 흐름 속에서 오늘의 나를 살피며 살아가고 싶다. 지나간 일에 매이지 않고 다가올 일만을 바라며 조급해하지도 않으면서, 지금 이 순간의 은혜를 알고 감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
그리고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나와 이웃이 함께 행복할 수 있도록 작은 정성을 다하고 싶다. 그것이 충칭의 산과 강이 내게 전해 준 가르침이며, 오늘도 내가 돌아가 지키고 싶은 나의 본래 자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