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 하느님의 아들인 환웅은 땅 위 세상에 내려가 사람들과 더불어 살고 싶었습니다. 아들의 소망이 간절하다는 것을 알게 된 하느님은 허락을 하고, 환웅은 바람신, 비신, 구름신과 삼천 명의 무리를 거느리고 태백산 신단수 아래로 내려옵니다. 환웅은 신시를 만들고, 농사 짓는 법, 병 고치는 법 등을 가르치며 사람들을 돕습니다. 살기가 좋아지자 사람들이 점점 몰려듭니다. 어느 날 곰과 호랑이가 환웅에게 찾아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하고, 환웅은 둘에게 쑥 한줌과 마늘 스무 개를 주며, 백일 동안 햇빛을 보지 말라고 합니다. 성질이 급한 호랑이는 며칠 견디지 못하고 동굴을 뛰쳐나가고, 곰은 스무하루 만에 예쁜 여자로 변합니다. 환웅은 사람이 된 웅녀와 혼인하여 단군을 낳고, 단군은 조선이라는 나라를 세우고 임금이 되어 1,500년 동안 조선을 다스립니다.
단군신화를 현대에 알맞게 새로 해석하고 그린 작품으로 단군신화에 대한 이해와 민족 정체성을 갖도록 도와줍니다. 단군신화에 담긴 역사적 의미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선사시대의 수렵 생활과 신석기시대인 단군 시대의 농경 생활 들을 전문가의 고증을 받아 사실적인 그림으로 재현했습니다. 곰과 호랑이에 담긴 의미, 당시 생활상을 통해 겨레의 뿌리를 알려 주는 책입니다. |
글 : 이형구
충남 서천에서 태어나 홍익대를 졸업하고 국립대만사범대에서 고고인류학과 역사학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대만 고궁박물원과 중앙연구원 역사어언연구소 객원연구원,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자료조사실장을 지냈습니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와 문화관광부 문화재 전문위원, 북경대 객원교수, 동양고고학연구소 대표로 일했고, 지금은 선문대 대학원 역사학과 교수로 있습니다. 어린이 책《단군신화》의 글을 썼으며 《광개토대왕 능비 신연구》, 《강화도》, 《단군과 단군조선》, 《단군과 고조선》 등, 우리 고대 문화와 역사에 대한 책을 많이 썼습니다.
홍성찬 서울에서 태어나 혼자 미술을 공부했습니다. 월간지 《희망》에 일러스트레이션을 발표한 뒤로 많은 책과 잡지, 신문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1992년 어린이문화진흥회 제정 제1회 어린이문화대상 미술 부문 대상을 받았고, 대한출판문화협회 제정 제17회 한국어린이도서상에서 일러스트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문체부장관상을 받은 《집짓기》를 비롯해 《단군신화》, 《땅속 나라 괴물 도둑》, 《재미네골》, 《귀신 이야기 엿들은 소금 장수》, 《아리 공주와 꼬꼬 왕자》, 《광개토태왕》, 《돌다리》 들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모필화로 그려낸 한국문화의 물줄기
외국 그림책 작가들의 약력을 들여다보면 7,80대의 나이에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들을 자주 볼 수 있다. 흔히 인생의 황혼기라고 부르는 나이에 그들은 오히려 더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멀리 볼 것 없이 한국에도 그런 원로작가가 존재한다. 일흔여섯의 나이인 지금도 작업책상을 떠나지 않는 홍성찬 선생님이 그런 분이다. 스물여섯 무렵부터 50여 년을 이어온 홍성찬 선생님의 그림인생은 한결같다. 그동안 수많은 그림기법과 재료가 등장했지만, 그는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모필화를 지켜왔다. 그림 그리는 것을 못마땅해하던 부친이 살아 계실 적에는 내놓고 그림을 그리지 못했지만, 혼자 항상 뭔가 끄적거리곤 했다. 그림수업을 받아본 적이 없었고 배울 만한 사람도 드물었기에,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어른들은 그가 그린 작품 속 삽화를 보며 자랐다. 1950~60년대의 문학전집, 교양 월간지, 역사소설, 단행본, 1970년대의 월간 『여학생』, 어깨동무에서 발간한 『꿈나라』를 비롯해 1980년대 이후까지 치면 셀 수 없이 많다. 최근의 어린이책으로도 『집짓기』 『단군신화』 『땅속나라 도둑괴물』(이상 보림), 『난중일기』 『허준과 동의보감』(이상 예림당), 『아리공주와 꼬꼬왕자』(논장), 『재미네골』(재미마주), 『광개토대왕』(랜덤중앙출판사) 등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나이 지긋한 어른들부터 어린이들이 보는 그림책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공감할 수 있는 그림을 그렸으니, 한국인이라면 그의 그림을 삼대에 걸쳐 보아온 셈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그를 이어갈 후학이 없다는 점이다. 요즘 서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오래된 정원이 딸린 출판사의 작은 공간을 빌려 혼자 일하고 계실 뿐이다. 한 장의 그림에도 전문가의 고증을 거쳐 옛 풍속과 인물들을 그려냈던 그였기에, 지금의 풍토가 서운할 때가 많다. 심지어 방송국에 전화를 걸어 사극에 등장하는 잘못된 의상을 일일이 지적했음에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답답한 심정을 전한다. 그러나 가치 있고 소중한 것에는 시간과 수고가 따른다는 말처럼, 그의 작은 작업실은 수십 년 전의 빛바랜 작업물과 이제 막 태어날 준비를 마쳐가는 새로운 책까지 그의 흔적을 말없이 보여준다. 그를 일컬어 ‘한국 정신문화의 흐름을 붓 하나로 일궈온 산 증인’이라 해도 지나침이 없지 않을까. <정병규/ 2004년 7월호 좋은 엄마>
정병규: 1996년부터 경기도 일산에서 어린이책 전문서점 ‘동화나라’를 운영하며 좋은 어린이책 보급에 힘쓰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