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보 과실산정체계 개편’ 구체적 작업
자동차보험 과실산정 체계를 개편하기 위한 작업이 본격화된다. 보험연구원은 우선 가해자가 보다 많은 책임을 지도록 현행 과실산정 체계를 개선하는 방안과 해외 선진국 과실산정 체계 도입 등의 검토에 들어갔다.
연구원은 현행 과실산정 체계의 경우 사고 상황에 따른 과실 적용이 복잡하고 불합리한 부분이 많아 사고 당사자 간 분쟁이 빈번하다고 보고 있다. 잘못된 과실산정 체계로 인해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부담을 지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원은 이에 따라 구체적인 연구스케쥴을 진행한 뒤 연내 결과물을 도출할 계획이다. 손해보험업계도 연구원에 관련 자료 등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한편 연구결과에 따라 나름대로의 방안을 모색키로 했다.
업계는 가해자 책임에 무게가 실린 과실산정이 된다면 운전자가 안전운전에 대한 주의를 기울이게 돼 사고억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차 운전자 A씨는 도로를 운행하던 중 뒤따라오던 고가의 수입차와 추돌하는 사고를 당했다. 뒤에서 들이받은 사고였지만 A씨의 경우 주행 중이었기 때문에 일정부분 과실이 인정돼 본인도 20%의 책임이 있는 것으로 결정됐다.
그러나 A씨는 본인 차량의 수리비가 200만원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사고로 인해 부담한 금액이 44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오자 화가 나 보험사에 따져 물었다.
확인한 결과 뒤차 수리비가 2000만원이나 나오는 바람에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본인 차량 수비리보다 많은 금액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과실비율을 산정할 때 순수비교 과실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가·피해자 구분 없이 전체 손해액을 기준으로 과실상계해 손해액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즉 앞선 사례에서 A씨의 경우 각각의 수리비를 합산한 2200만원에 대한 20%, 440만원이 사고부담금으로 산정된 것이다.
전용식 연구원 연구위원은 “사고 당시 상황을 면밀히 살펴봐야겠지만 음주운전, 중앙차선 침범 등 상대방이 명백한 과실을 범해도 피해자의 실수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부담을 함께 떠 안아야 하는 등 억울하게 가해자의 손해까지 보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로 인해 과실비율 산정 결과를 두고 소비자의 수용도가 낮은 것은 물론 저가차량 운전자에 대한 형평성 문제, 모럴해저드 증가, 안전운전 유도기능 부족 등 현행 체계에 대한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관련 분쟁조정신청 접수 건은 지난 2012년 307건에서 2013년 337건, 2014년 855건, 2015년 10월말 기준 1336건으로 지속 증가하고 있다.
전 연구위원은 “이에 따라 가해자의 과실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현행 체계를 개편하는 방안과 미국 23개주에서 채택, 사용하고 있는 수정비교 과실제도 등을 연구해 향후 제도개선 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구원은 우선 손해보험협회로부터 과실상계 도표와 운영 현황 등 정보를 받아 현행 제도의 개선점을 도출하는 한편 과실결과의 수용성을 높이고 운전자들이 주의운전 의무를 지키도록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 등도 고민해볼 예정이다.
또 한편으론 미국의 수정비교 과실제도를 면밀히 살펴 국내 실정에 맞는 도입 방안을 연구키로 했다.
수정비교 과실제도는 순수비교 과실제도와 달리 전체 손해액으로 과실상계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의 손해는 스스로 책임을 지고 피해자의 손해만을 갖고 손해액을 배분하는 것이다. 위의 사례에서 수정비교 과실제도를 적용하게 되면 A씨의 사고부담금은 40만원으로 대폭 줄어들게 된다.
이와 관련 업계는 가해자 책임에 무게가 실린 과실산정이 된다면 운전자들이 방어적으로 운전하게 되면서 교통사고 감소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실산정 체계와 운전자의 운전습관이 상당한 인과관계를 갖고 있다는 여러 연구가 있다”며 “실제 미국의 경우 일부 주에서 수정비교 과실제도를 채택하면서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수정비교 과실제도의 경우 서로의 과실이 비슷할 땐 과실산정을 보다 꼼꼼히 따져야하고 이로 인한 분쟁 등이 야기될 수 있기 때문에 보완책 등도 함께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 올해 과실비율 분쟁 예방할 수 있는 방안수립
손보협회는 과실비율 결정사례 열람 홈페이지 확대개편
금감원은 지난해 5월부터 ‘정당한 보험금 지급관행 확립방안’의 일환으로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인정기준을 개선하는 등 과실비율 산정과 관련한 업무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자보 분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과실비율 분쟁의 발생 요인을 분석하고 절차적 관점에서 분쟁을 사전 예방할 수 있는 세부적인 실행방안을 마련, 실행키로 했다.
특히, 과실비율 안내 표준 스크립트를 통해 과실 적용기준 안내를 강화하는 한편 사고접수, 과실협의, 불복 시 대응, 불복절차 종결 등 진행단계별 안내를 강화해 보험사가 담합했다는 오해를 불식시킬 방침이다.
또 손보협회는 주요 과실비율 결정사례를 누구나 쉽게 열람할 수 있도록 협회 홈페이지를 개편해 정보제공 범위를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론 과실비율 분쟁의 효율적인 처리를 위해 구상금분쟁심의위원회의 심의인력 보충, 기능 강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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