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세미나-강연-전시 4＞ : 윤홍식의 ＜이상한 성공＞

[흐르는 등불]

윤홍식의 <이상한 성공>

1. 인하대 윤홍식 교수는 <이상한 성공> 책 출간을 기념으로 교하 도서관에서 2회에 걸쳐 강연을 가졌다. <이상한 성공>은 현재 대한민국의 경제와 복지의 문제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한 책이다. 저자는 대한민국의 눈부신 성장과 세계적인 성공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우리의 위상이 엄청나게 올랐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런 성공 뒤에 드리우고 있는 수많은 부정적 지표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 대한민국의 경제적, 사회적 성장 방향에 대한 명백한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2. 저자의 강연 중에서 특별하게 인식된 몇 가지 내용을 중심으로 ‘강연’을 정리한다. 우선 충격적인 것은 한국 ‘비정규직’ 확대에 관한 오해였다. 대한민국은 1997년 IMF 사태를 맞아, 혹독하고 가혹한 경제 구조조정을 강요받았다. 공공기관의 민영화, 긴축 재정 등 국가 경제의 자율성을 빼앗기고 IMF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수용해야 했던 것이다. 그때 노동환경의 유연화, 즉 비정규직의 확대도 요구받았다고 우리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 공개된 문서에는 IMF의 노동시장 유연화에 대한 강요는 없었다. 오히려 급속한 노동시장 변화는 국가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권고가 있었을 뿐이다. 비정규직의 확대 및 노동시간 유연화는 신자유주의적 경제 관료들의 작품이었던 것이다. 김영삼 정부 말기 경제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재벌과 대기업의 요구를 받아들여 노동시장을 변화시키려고 시도했지만, 노동자들의 강력한 반대 때문에 제동이 걸려있었는데 이들은 IMF사태라는 국가적 위기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정책을 강행하였던 것이다. ‘국가의 배신’, 이들의 행동에 대해서는 이런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이러한 문서 공개에도 별다른 언론의 반향을 불러일으키지도, 시민들의 분노도 없었다는 점이다. 사건의 성격을 제대로 밝히지 않은 언론의 책임일까? 아니면 시간의 경과에 따른 인간의 무관심때문일까?

3. 다음으로 흥미로웠던 내용은 코로나 사태에 대한 국가 대응에 관한 통계였다. 대한민국에서도 코로나로 위기를 겪고 있는 자영업자나 빈곤층에 대한 좀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을 때, 기재부를 비롯한 경제계에서는 지나친 지원은 국가 재정의 위기와 도덕적 해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런 태도에 대하여 많은 국민들이 지지를 보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통계로 나타난 국가 지원에서 대한민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하여 매우 부족하였음을 알 수 있다. 어떤 나라들은 거의 국가 재정의 50%의 가까운 재정을 투입했으며, 다른 많은 국가들도 상당히 높은 비율의 재정을 지원했던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국가 재정정책에 많은 국민들이 지지를 보였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재정 지원’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가 성장 과정에서 ‘독립적’으로 성공했다는 기억에서 기인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1980년대 우리나라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했을 때, 국가의 재정적 지원은 없었고 경제 환경 변화에 맞춰 국민과 기업의 개별적인 노력이 주요 요인이었기 때문에 이런 기억이 재정정책 확대에 부정적 인식을 강화시키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4. 하지만 대부분 안정된 선진 국가들의 공통점은 국가의 공공정책이 경제를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비율에서도 선진국가들은 ‘공공부문’의 비율이 높았고, 그것의 확대를 위하여 국민들은 충분히 필요한 세금 지출을 동의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 위기 때 북구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현금’ 지원이 적었던 이유는 이미 충분히 사회적, 제도적 지원 정책이 확립되어 있었기 때문에 특별하게 ‘현금’지원이 필요없었던 것이다. 이런 통계를 바탕으로 저자는 현재 한국 경제와 불평등 문제 그리고 복지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국가의 공공정책이 더 핵심적으로, 더 강화된 형태도 시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공정책의 강화는 진보적 경제이론가들의 권고만이 아니다. IMF를 비롯한 보수적인 경제 기관 또한 국가의 책임을 강조하고 지원을 권고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소주성(소득주도정책)’도 사실 IMF 권고에 대한 대한민국의 반응이었다고 한다.

5. 하지만 ‘소주성’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빠른 속도와 욕구의 확대에 따른 부작용으로 역풍을 맞았고, 정권 교체의 빌미가 되기도 하였다. 새로 권력을 잡은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은 전적으로 민간주도, 재정축소를 기반으로 하는 실패한 ‘신자유주의 정책’으로의 회귀이다. 내년 예산 편성에서 분명하게 보였듯이 이런 정책에서는 불평등이 확대되고, 빈곤 계층의 고통이 확장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정부의 근본적인 정책 방향은 심각한 우려를 주고 있다.

6. 현재 진행 중인 집권 세력의 경제, 복지, 사회 정책과는 다른 방향의 정책 필요를 도서관 강의에서 듣고 있으니, 조금은 답답한 느낌이 든다. 우리는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의 필요성과 장기적 정당성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 위기가 닥쳐오고 불안이 확대되자 급격하게 지지를 철회했던 것이다. 권력 교체 1년이 지나지 않았지만, 교체의 명분이 되었던 부동산 문제, 소주성 정책 등은 논란의 핵심에서 벗어나 있다.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이해관계와 특정 집단의 농단에 춤추며 자율적인 판단 능력을 잃어갈 때, 국가적 위기는 확대되고 시민들의 삶은 불안해진다. 좀 더 경제정책이 추구하는 방향의 가치와 정당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공공기관’ 주도의 경제 정책, 이것은 사회주의 정책도 아니며 전 세계가 필요성을 인정한 방향이다. ‘이익’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민간기업의 한계를 보완하고 국가 전체의 균형 및 사회적, 경제적 약자 지원하기 위한 국가의 역할이 필요한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좀 더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노력과 인내가 필요할 뿐 아니라 단기적인 불안을 극복하고 지지할 수 있는 용기도 요구되는 시대이다.

[보보]

- 오늘날의 모든 정책은 근본 취지와 상관없이 시간과의 결투를 하고 있다. 현대인들의 조급성이 그대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표가 중요한 정책 앞에서 장기적인 긴 안목은 학자들의 책 속에서 나타났다 사라질 뿐이다. 눈 앞의 성과가 훗날 실패로 나타날 것이라는 개념조차 들어설 자리가 없다. 내일이 없는 시대, 오늘을 참고 견디자는 생각은 아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