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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지사지(易地思之)
처지를 서로 바꾸어 생각함이란 뜻으로,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해 본다는 말이다.
易 : 바꿀 역(日/4)
地 : 땅 지(土/3)
思 : 생각 사(心/5)
之 : 갈 지(丿/3)
(상대어)
아전인수(我田引水)
출전 : 맹자(孟子)의 이루편(離婁編)
세상에서의 모든 갈등(葛藤)은 자기 주장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데서 비롯된다. 칡과 등나무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지를 감아 올라간다. 똑 같은 곳을 가는데 서로가 얽히기만 한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랑곳 않고 내 주장만 강조하면 평행선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말처럼 자기중심적 사고다.
너도 옳고 나도 옳은 조선 초기 황희(黃喜) 정승의 자세가 언뜻 주관이 없어 보이지만 다른 사람의 입장을 충분히 배려할 줄 아는 자세다.
만일 모두가 상대방과 처지를 바꾸어서(易地), 생각해 본다면(思之) 대부분의 오해는 사라지고 살만한 세상이 될 것이다. 맹자(孟子)의 이루편(離婁編) 하에서 비롯됐다.
하(夏)나라의 시조 우(禹)는 요(堯)임금 치세 때 홍수를 잘 막아 왕위를 선양받았다. 후직(后稷)은 중국에서 농업의 신으로 숭배 받는다. 이들은 자기의 일을 완성하기 위해 자기 집을 세 번 지나치면서도 들르지 않았다(三過其門而不入).
안회(顔回)는 공자(孔子)의 제자로 다른 사람들은 견디지 못할 정도의 가난한 생활을 하면서도 안빈낙도(安貧樂道)의 태도를 지켰다. 이 세 사람은 모두 공자에게 어질다는 평을 들었다.
그래서 맹자는 ‘우와 후직, 안회는 모두 같은 길을 가는 사람으로, 서로의 처지가 바뀌었더라도 똑 같이 행동했을 것(禹稷顔子, 易地則皆然)’이라 표현했다.
여기서 처지가 바뀐다는 것은 태평성대와 어지러운 세상을 살아가는 삶의 태도라는 뜻이었지만 오늘날 뜻이 확장됐다.
역지사지(易地思之)
남과 처지를 바꾸어서 생각하다는 의미다. 맹자의 이루편'(離婁編)에 나오는 역지즉개연(易地則皆然)이라는 표현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우(禹)는 홍수를 잘 막아 치수(治水)에 성공한 인물로 유명하다. 후직(后稷)은 '농업의 신'으로 숭배된다.
맹자는 이들을 논하면서, '우 임금은 천하에 물에 빠지는 이가 있으면 자신이 치수를 잘못해서 그가 물에 빠졌다고 생각했다. 후직은 천하에 굶주리는 자가 있으면 자기의 잘못으로 그가 굶주린다고 생각해서 백성 구제를 급하게 여겼다'고 말했다.
여기에서 '다른 사람의 고통을 자기의 고통으로 생각한다'는 뜻인 '인익기익'(人溺己溺), '인기기기'(人飢己飢)'라는 말이 나왔다.
맹자는 그와 유사한 표현으로 역지즉개연(易地則皆然; 입장을 바꾸면 다 그렇게 하였을 것)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이 표현이 역지사지의 유래라는 것이다.
역지사지와 걸맞는 속담으론 '자식 길러봐야 부모 사랑을 안다'가 있다. 반대말에 적당한 것이 '아전인수'(我田引水)다. 자기 논에 물 댄다는 의미다. 남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무조건 자신에게 유리하게끔하는 상황을 비유하는 말이다.
역지사지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는 말이다. 하지만 의미대로 행동하기란 쉽지 않다. 어떤일이든 자기에게 이롭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여야가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을 두고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절대 다수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갖겠다는 입장이고, 미래통합당은 이에 반발하면서 양측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따라 본회의 개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 비상상황에서 이같은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진다. 여야가 협치하며 당면현안 해결에 총력을 기울였으면 한다. '역지사지' 하면서 말이다. 이번만큼은 '역지사지'가 넘쳐나는 국회가 보고싶다.
갈등을 해소하려면 명분을 만들어라
친구가 차에 깔려 죽는 사고가 터졌다. 초등학교 6학년 때다. 학교에 붙여 지은 새집에 이삿짐을 내린 트럭이 운동장에 주차해 있었다. 점심시간에 같은 반 아이들이 차에 올라가고 매달리며 놀았다. 그중 한 아이가 운전석에 올라가 시동을 걸자 차가 후진했다. 내 친구가 차 밑에 떨어진 검정 고무신을 꺼내러 들어갔다가 깔리는 사고를 당했다.
집에서 점심 먹다 비보를 듣고 운동장으로 달려갔다. 사람들이 모여있는 틈으로 죽은 친구의 얼굴이 일그러져 보였다. 트럭 바퀴에 머리가 깔리는 참사였다. 가족들이 달려와 혼절하고 학생들은 모두 울었다.
가족과 마을 청년들은 운전한 학생과 담임선생님을 찾으러 동네를 뒤지고 다녔다. 나는 학교와 집을 몇 번이나 오가며 우두망찰했다. 해가 넘어갈 즈음에 아버지가 죽은 아이 아버지를 모셔오라고 했다. 멈칫거리자 아버지는 크게 호통치며 발길을 재촉했다.
사고 현장에 갔을 때 내 친구 시신은 거적에 덮여 그 자리에 있었고 사람들은 하나둘씩 흩어졌다. 친구 아버지에게 말씀을 전하자 바로 따라나섰다. 아버지는 친구 아버지를 반갑게 맞아 방에서 낯선 사람들과 한참을 얘기했다.
방문이 열리며 "조 선생님 말씀처럼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들과 함께 있어야 하는 겁니다"라고 처음 본 사람이 친구 아버지에게 말을 건네며 악수했다. 학교에 다시 갔을 땐 횃불이 밝혀지고 장례 절차가 진행됐다. 인척인 담임선생님은 김칫독을 묻어둔 우리집 김치 광에 숨어 하룻밤을 뜬눈으로 새웠다.
홀연히 잠들었을 때 죽은 친구가 꿈에 나타나 뭐라 말을 해 나는 애써 도망쳤다. 어머니가 흔들어 깨우자 아버지가 잠 덜 깬 내 머리를 쥐어박았다. "친구가 얘기할 게 있다는 데 도망치는 놈이 어딨느냐"고 야단친 아버지는 "귀신하고라도 얘기 못 할 게 뭐냐? 뭔 얘기인지는 들어 봐얄 거 아니냐?"며 심하게 나무랐다.
관계자들을 모아 사고수습대책회의를 마친 그날 밤 아버지는 "상대에게서 네가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그가 너에게 그것을 줄 이유를 먼저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했다. 훗날에도 같은 말씀을 여러 번 하셔서 기억이 새롭다.
그날도 고사성어를 어김없이 인용했다. '역지사지(易地思之)'다.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말이다. 맹자(孟子)의 이루(離婁) 편에 나온다. 이루는 '눈이 밝아서 백 보 밖에서도 능히 털끝을 살핀다'는 사람이다. 맹자는 "우와 후직, 안회는 모두 같은 길을 가는 사람으로 서로의 처지가 바뀌었더라도 모두 같게 행동했을 것(禹稷顔回同道 禹稷顔子易地則皆然)"이라고 평했다. 우(禹)는 하(夏)나라의 시조로 치수(治水)에 성공한 인물이고 후직(后稷)은 순(舜)이 나라를 다스릴 때 농업을 관장했다.
맹자는 "우 임금과 후직은 태평성대에 세 번 자기 집 문 앞을 지나면서도 들어가지 못했고, 제자 안회(顔回)는 난세에 가난하게 살면서도 안빈낙도(安貧樂道)의 태도를 잃지 않아 공자가 그들을 어질게 여겼다"고 했다.
맹자는 안회도 태평성대에 살았다면 우 임금이나 후직처럼 행동했을 것이며, 우 임금과 후직도 난세에 살았다면 안회처럼 행동했을 것이라며 '처지가 바뀌어도 모두 그러했을 것'이라는 뜻으로 '역지즉개연'을 썼다.
오늘날 쓰는 역지사지와는 다르다. 중국 사전에는 나오지 않는다. 우리나라 후세 사람들이 역지즉개연을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헤아려 보아야 한다'는 뜻을 첨가해 역지사지라는 성어로 변형해 쓴 것으로 추정된다.
역지사지는 자기중심이 아니라 상대의 시각에서 헤아려 보라는 공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긍정적인 심리적 특성이다.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편견과 선입견을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상대의 감정과 생각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역지사지는 공감력(共感力)을 먼저 갖춰야 한다.
맹자도 그 점을 강조한다. 더욱이 아버지 말씀대로 그가 가진 것을 얻어 갈등을 해소하려면 그가 내게 그것을 줘야 할 명분을 먼저 만들어 주어야 하는데 실행에 옮기기가 매우 어렵다. 공감을 넘어 역지사지해야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주들에게 서둘러 가르쳐야 할 삶의 지혜이자 결 고운 인성이다.
배려심은 공감력에서 나온다
운전할 때 교통방송을 듣는 버릇이 든 지 오래됐다. 통신원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언제 들어도 신뢰를 넘어 정겹기까지 하다. 아버지는 "교통뉴스야말로 한 마디도 보태거나 빼지 않아도 될 만큼 정확하다"라고 평가했다. 아버지 지인의 자녀 결혼식에 내가 운전해 모시고 갈 때 들었던 말씀이다.
M사가 교통방송을 시작한 1993년이었다. 청계고가를 내려 종로예식장으로 갈 요량으로 길에 들어섰으나 답십리부터 정체했다. 방송은 '차가 움직이지 않는다'고 알려줬다. 짜증 나서 라디오를 꺼버리고 아는 샛길로 들어섰다. 좁은 골목길은 더 움직이질 않았다. 그때 아버지가 라디오를 켜라고 했다. 라디오는 우리 사정을 본 듯 '샛길까지 모두 정체가 심하다. 종로 큰길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길을 안내했다.
교통 통신원이 전하는 정체 상황은 눈으로 보는 것처럼 생생했다. '평소 주말보다 오늘 교통량이 많습니다. 긴 정체가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앞차와의 안전거리 충분히 확보해야겠습니다. 정체가 시작된 신설동에서 광화문까지 1시간 넘게 시간 넉넉히 잡으셔야 하겠습니다. 동대문까지 3㎞ 구간에서 특히 제 속도 내기 어렵습니다. 차량 흐름이 좋지 않아 큰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동대문 앞에는 사고가 나 1차로가 막혀있어서 차선변경 잘하셔야겠고요. 그 여파로 종로 진입 차량 병목현상으로 서행하고 있습니다.'
'막힌다. 정체된다, 밀린다, 주춤한다, 차들이 줄지어 지난다,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차간거리 좁혀 지난다, 신호 두 번 받아도 지나가기 어렵다' 등 똑같이 차가 막히는 상황이어도 느낌이 다른 표현들을 라디오가 쏟아냈다. 정체 표현의 다양성과 파생어가 듣는 이들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큰길로 나가라. 그 친구 참, 말 잘한다. 일은 저렇게 해야 한다'고 통신원을 칭찬한 아버지는 예식장 도착 때까지 말씀을 계속했다.
그 통신원이 길만 가르쳐주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삶의 지혜를 알려준다며 "현장에 답이 있다. 현장에 가보지 않고 탁상에서 만든 계획은 현장에 보내면 틀림없이 문제가 생긴다"고 확대해석했다. 이어 "정보가 생명이다. 매사가 그렇다. 듣는 거 보다 가보는 게 훨씬 낫다"며 "네가 샛길 들어서서 보지 않았느냐? 네가 아는 것이 다가 아니고 언제나 옳은 것도 아니다"라고 질책했다.
간신히 샛길을 빠져나와 종로에 들어섰을 때 아버지는 한자를 파자해가며 설명했다. '돌아보다'란 뜻의 '고(顧)'자는 '집 호(戶)'와 '새 추(隹)'자가 결합한 '뻐꾸기 호(雇)'자다. '머리 혈(頁)'자가 붙었으니 '뻐꾸기 머리'란 뜻이다. "뻐꾸기는 제 둥지를 짓지 않고 자기가 낳은 알을 남의 둥지에 놓아둔다. 그게 탁란(托卵)이다. 다른 알이 먼저 부화해 자기 알을 둥지 밖으로 밀어낼까봐 암컷이 뻐꾹 뻐꾹 소리내 울면서 둥지를 맴돈다. 그렇게 지킨 자기 새끼가 부화하면 다른 종이 낳은 알을 밀어 떨어뜨린다"고 했다.
이어 "고객(顧客)도 마찬가지다. 손님을 그렇게 자기 가족처럼 돌아보고 지킨다는 뜻이다. 교통 통신원이 자기 가족이 운전하는 것처럼 운전자를 생각하기 때문에 짜증 나는 정체를 저렇게 다양하게 표현해 순화한 것이다"라며 본받으라고 했다. 분가할 때 장만한 뻐꾸기시계를 떠올린 아버지는 "그 시계는 암컷이 제 새끼를 지키려는 절박함 속에서 연유한 정확성을 차용한 상품이다"라고 일러줬다.
아버지는 특히 통신원이 정체를 같은 말을 반복하지 않고 모두 다른 말로 바꿔쓰는 노력에 주목하라 했다. "통신원의 노력이 새롭다. 저런 마음가짐이라면 세상의 거의 모든 갈등을 해결해낼 수 있다. 저런 마음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에서 비롯된다.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연습을 하면 자연스럽게 배려심을 키울 수 있다"라고 치켜세웠다.
명심하라며 아버지는 "정체 때문에 짜증 나 있는 운전자들의 감정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한 데서 저런 마음이 나온 거다. 더 들여다보면 '저 사람도 나만큼 소중한 존재'라는 인식이 바탕에 있다. 그래야 진심으로 돕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라고 했다.
예식장엔 늦었다. 아버지는 인사만 하고 오셨다. 길에다 세우고 기다리던 차에 올라탄 아버지가 인용한 고사성어가 '역지사지(易地思之)'다. 맹자(孟子) 이루(離婁)편에 나오는 역지즉개연(易地則皆然)에서 유래했다. '처지를 바꾸더라도 모두 그렇게 할 것이다'라는 뜻이다, '입장바꿔 생각해보라'는 말이다.
원문에 나오는 고사다. 우임금과 후직은 세 번이나 자기 집 문 앞을 지나가면서도 들어가지 않았다. 안회는 혼란스런 세상을 만나 볼품없는 마을에 살면서 소쿠리 밥을 먹고 표주박 물을 마셨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근심을 감당하지 못하건만, 안회는 즐거워했다. 공자는 셋을 어질다고 했다. 우임금은 물에 빠지는 이가 있으면 자기가 치수를 잘 못해서 그렇다고 생각했고, 후직은 굶주리는 자가 있으면 자기의 잘못으로 굶주린다고 생각했다. "우임금, 후직, 안회는 처지를 바꾸더라도 모두 그렇게 할 것이다"라고 맹자는 말했다.
공감력은 타고난 기질도 있어야지만, 교육을 통해 충분히 키워지는 능력이다. 인간의 뇌에는 '거울 신경세포(Mirror Neurons)'가 있어, 다른 이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따라 느끼는 경향이 있다. 그 선천적 공감력도 스스로 깨달아 노력하지 않고는 얻어지지 않는다. 부모가 자식 앞에서 역할 연기라도 해가며 가르쳐야 하는 덕성이다. 일찍부터 손주들에게도 물려줘야 할 소중한 인성이다.
▶️ 易(바꿀 역, 쉬울 이)는 ❶상형문자로 昜(이)는 동자(同字)이다. 반짝반짝 껍질이 빛나는 도마뱀의 모양이란 설과 햇볕이 구름사이로 비치는 모양이란 설 따위가 있다. 도마뱀은 아주 쉽게 옮겨 다니므로 바뀌다, 쉽다는 뜻으로 되고 햇볕도 흐렸다 개였다 바뀌며 햇살은 어디나 비치므로 쉽다는 뜻이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易자는 ‘바꾸다’나 ‘쉽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易자는 日(해 일)자와 勿(말 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易자의 갑골문을 보면 그릇이나 접시를 기울여 무언가를 쏟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그릇에 담겨있는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담는다는 뜻이다. 그릇에 담긴 것을 내다 버리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易자에는 ‘쉽다’라는 뜻도 파생되어 있다. 이때는 ‘이’로 발음을 한다. 그래서 易(역, 이)는 ①바꾸다, 고치다 ②교환(交換)하다, 무역(貿易)하다 ③전파(傳播)하다, 번지어 퍼지다 ④바뀌다, 새로워지다 ⑤다르다 ⑥어기다(지키지 아니하고 거스르다), 배반하다 ⑦주역(周易), 역학(易學) ⑧점(占) ⑨점쟁이 ⑩바꿈 ⑪만상(萬象)의 변화(變化) ⑫국경(國境) ⑬겨드랑이 ⑭도마뱀(도마뱀과의 파충류) 그리고 ⓐ쉽다(이) ⓑ편안하다, 평온하다(이) ⓒ경시(輕視)하다, 가벼이 보다(이) ⓓ다스리다(이) ⓔ생략(省略)하다, 간략(簡略)하게 하다(이) ⓕ기쁘다, 기뻐하다(이) ⓖ평평(平平)하다, 평탄(平坦)하다(이)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될 화(化)이다. 용례로는 얼굴빛을 바꾸어 어진 이를 공손히 맞이함을 역색(易色), 나라의 왕조가 바뀜을 역성(易姓), 음양으로 길흉 화복을 미리 아는 술법을 역수(易數), 점치는 일로 업을 삼는 사람을 역자(易者), 바꾸어 놓음을 역치(易置), 초벌로 쓴 원고를 고침을 역고(易藳), 사태의 판국을 바꾸어 놓음을 역국(易局), 솜씨를 바꾼다는 뜻으로 여러가지 방법이나 수단을 써서 탐욕스럽게 남에게서 재물을 뜯어냄을 이르는 말을 역수(易手), 줄을 바꾸어 맨다는 뜻으로 종전의 규정이나 법규를 고치어 바꿈을 이르는 말을 역현(易絃), 이곳 물건과 저곳 물건을 팔고 삼을 무역(貿易), 서로 물건을 사고 팔아 바꿈을 교역(交易), 고치어 바꿈을 개역(改易), 해가 바뀜을 삭역(朔易), 바꾸어 고칠 수 없음 또는 그리하지 아니함을 불역(不易), 격한 마음을 누그려뜨려 기색을 즐겁고 편안하게 함을 이기(易氣), 군대의 양성에 관한 일을 소홀히 하는 일을 이사(易師), 아주 쉬움을 용이(容易), 간단하고 쉬움을 간이(簡易), 까다롭지 않고 쉬움을 평이(平易), 어려움과 쉬움을 난이(難易), 몸가짐이나 언행이 까다롭지 않고 솔직함을 솔이(率易), 글에 담긴 뜻이 얕고 쉬움을 천이(淺易), 처지를 서로 바꾸어 생각함이란 뜻으로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해 봄을 역지사지(易地思之), 소년은 늙기 쉬우나 학문을 이루기는 어렵다는 소년이로학난성(少年易老學難成), 목이 마른 자는 무엇이든 잘 마신다는 갈자이음(渴者易飮), 머리를 잘라 술과 바꾼다는 절발역주(截髮易酒),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일에서 생겨난다는 난사필작이(難事必作易), 쉽기가 손바닥 뒤집는 것과 같다는 이여반장(易如反掌), 내 자식과 남의 자식을 바꾸어서 가르친다는 역자이교지(易子而敎之), 양으로 소와 바꾼다는 이양역우(以羊易牛), 하늘을 옮기고 해를 바꾼다는 이천역일(移天易日), 횡포로써 횡포함을 바꾼다는 이포역포(以暴易暴), 변하지 않고 바뀌지 않는다는 불천불역(不遷不易), 나뭇가지를 꺾는 것과 같이 쉽다는 절지지이(折枝之易), 남을 헐뜯는 나쁜 말을 하기 쉽다는 악어이시(惡語易施), 작은 것으로 큰 것과 바꾼다는 이소역대(以小易大), 싸우기는 쉬워도 지키기는 어렵다는 전이수난(戰易守難), 식량이 없어 자식을 바꾸어 먹는다는 역자이식(易子而食), 진을 치면서 장수를 바꾼다는 임진역장(臨陣易將) 등에 쓰인다.
▶️ 地(땅 지)는 ❶회의문자로 埅(지), 埊(지), 墬(지), 嶳(지)가 고자(古字)이다. 온누리(也; 큰 뱀의 형상)에 잇달아 흙(土)이 깔려 있다는 뜻을 합(合)한 글자로 땅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地자는 ‘땅’이나 ‘대지’, ‘장소’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地자는 土(흙 토)자와 也(어조사 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也자는 주전자를 그린 것이다. 地자는 이렇게 물을 담는 주전자를 그린 也자에 土자를 결합한 것으로 흙과 물이 있는 ‘땅’을 표현하고 있다. 地자는 잡초가 무성한 곳에서는 뱀을 흔히 볼 수 있다는 의미에서 ‘대지(土)와 뱀(也)’을 함께 그린 것으로 보기도 한다. 그래서 地(지)는 (1)일부 명사(名詞) 뒤에 붙어 그 명사가 뜻하는 그곳임을 나타내는 말 (2)일부 명사 뒤에 붙어 그 명사가 뜻하는 그 옷의 감을 나타냄 (3)사대종(四大種)의 하나 견고를 성(性)으로 하고, 능지(能持)를 용(用)으로 함 등의 뜻으로 ①땅, 대지(大地) ②곳, 장소(場所) ③노정(路程: 목적지까지의 거리) ④논밭 ⑤뭍, 육지(陸地) ⑥영토(領土), 국토(國土) ⑦토지(土地)의 신(神) ⑧처지(處地), 처해 있는 형편 ⑨바탕, 본래(本來)의 성질(性質) ⑩신분(身分), 자리, 문벌(門閥), 지위(地位) ⑪분별(分別), 구별(區別) ⑫다만, 뿐 ⑬살다, 거주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흙 토(土), 땅 곤(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하늘 건(乾), 하늘 천(天)이다. 용례로는 일정한 땅의 구역을 지역(地域), 어느 방면의 땅이나 서울 이외의 지역을 지방(地方), 사람이 살고 있는 땅 덩어리를 지구(地球), 땅의 경계 또는 어떠한 처지나 형편을 지경(地境), 개인이 차지하는 사회적 위치를 지위(地位), 마을이나 산천이나 지역 따위의 이름을 지명(地名), 땅이 흔들리고 갈라지는 지각 변동 현상을 지진(地震), 땅의 위나 이 세상을 지상(地上), 땅의 표면을 지반(地盤), 집터로 집을 지을 땅을 택지(宅地), 건축물이나 도로에 쓰이는 땅을 부지(敷地), 자기가 처해 있는 경우 또는 환경을 처지(處地), 남은 땅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나 희망을 여지(餘地), 토지를 조각조각 나누어서 매겨 놓은 땅의 번호를 번지(番地), 하늘과 땅을 천지(天地), 주택이나 공장 등이 집단을 이루고 있는 일정 구역을 단지(團地), 어떤 일이 벌어진 바로 그 곳을 현지(現地), 바닥이 평평한 땅을 평지(平地), 자기 집을 멀리 떠나 있는 곳을 객지(客地), 처지를 서로 바꾸어 생각함이란 뜻으로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해 봄을 역지사지(易地思之), 땅에 엎드려 움직이지 아니한다는 뜻으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몸을 사림을 복지부동(伏地不動), 하늘을 놀라게 하고 땅을 움직이게 한다는 경천동지(驚天動地), 하늘 방향이 어디이고 땅의 방향이 어디인지 모른다는 천방지방(天方地方), 감격스런 마음을 이루 헤아릴 수 없음을 감격무지(感激無地) 등에 쓰인다.
▶️ 思(생각 사, 수염이 많을 새)는 ❶회의문자로 田(전; 뇌)와 心(심; 마음)의 합자(合字)이다. 思(사)는 '생각하다'의 뜻이다. 옛날 사람은 머리나 가슴으로 사물을 생각한다고 여겼다. ❷회의문자로 思자는 '생각'이나 '심정', '정서'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思자는 田(밭 전)자와 心(마음 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런데 소전에서는 囟(정수리 신)자가 들어간 恖(생각할 사)자가 '생각'이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囟자는 사람의 '정수리'를 그린 것이다. 옛사람들은 사람의 정수리에는 기가 통하는 숨구멍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囟자는 그러한 모습으로 그려졌었다. 그러니 恖자는 머리(囟)와 마음(心)으로 생각한다는 의미에서 깊게 생각한다는 뜻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해서에서부터는 囟자가 田자로 바뀌면서 본래의 의미를 유추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思(사, 새)는 성(姓)의 하나로 ①생각, 심정(心情), 정서(情緖) ②의사(意思), 의지(意志), 사상(思想) ③뜻 ④마음 ⑤시호(諡號) ⑥성(姓)의 하나 ⑦어조사(語助辭) ⑧생각하다, 사색하다 ⑨그리워하다 ⑩슬퍼하다, 시름 겨워하다 그리고 ⓐ수염이 많다(새) ⓑ수염이 많은 모양(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생각할 륜(侖)이다. 용례로는 돌이키어 생각함을 사고(思顧), 생각하고 궁리함을 사고(思考), 사유를 통하여 생겨나는 생각을 사상(思想), 정을 들이고 애틋하게 생각하며 그리워함을 사모(思慕), 마음으로 생각함을 사유(思惟), 여러 가지 일에 관한 깊은 생각과 근심을 사려(思慮), 생각하여 헤아림을 사료(思料), 생각하여 그리워함을 사련(思戀), 늘 생각하여 잊지 아니하고 마음속에 간직함을 사복(思服), 생각하고 바람을 사망(思望), 사물의 이치를 파고들어 깊이 생각함을 사색(思索), 서로 엉킨 많은 생각이나 생각의 실마리를 사서(思緖), 정의의 길을 그려 생각함을 사의(思義), 한 시대의 사상의 일반적인 경향을 사조(思潮), 마음 먹은 생각을 의사(意思), 생각하는 바를 소사(所思), 눈을 감고 말없이 마음속으로 생각함을 묵사(默思), 고통스러운 생각을 고사(苦思), 깊이 생각함 또는 그런 생각을 심사(深思), 묘한 생각을 묘사(妙思), 객지에서 갖는 생각을 객사(客思), 지나간 뒤에 그 사람을 사모함을 거사(去思), 곰곰이 잘 생각함을 숙사(熟思), 생각이나 느낌이 많음을 다사(多思), 저녁 때의 슬픈 생각을 모사(暮思), 생각이 바르므로 사악함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사무사(思無邪), 어떠한 문제를 생각하여 해석이나 구명하는 방식을 일컫는 말을 사고방식(思考方式), 사모해 잊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사모불망(思慕不忘), 여러 가지 일에 대한 생각과 사물을 제 분수대로 각각 나누어서 가름을 일컫는 말을 사려분별(思慮分別), 처지를 서로 바꾸어 생각함이란 뜻으로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해 봄을 이르는 말을 역지사지(易地思之), 평안할 때에도 위험과 곤란이 닥칠 것을 생각하며 잊지말고 미리 대비해야 함을 이르는 말을 거안사위(居安思危), 편안한 때일수록 위험이 닥칠 때를 생각하여 미리 대비해야 함을 이르는 말을 안거위사(安居危思), 눈앞에 이익을 보거든 먼저 그것을 취함이 의리에 합당한 지를 생각하라는 말을 견리사의(見利思義), 사람의 생각으로는 미루어 헤아릴 수도 없다는 뜻으로 사람의 힘이 미치지 못하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오묘한 것을 이르는 말을 불가사의(不可思議), 마음을 수고롭게 하고 생각을 너무 깊게 함 또는 애쓰면서 속을 태움을 일컫는 말을 노심초사(勞心焦思), 깊이 생각하고 깊이 고찰함 또는 신중을 기하여 곰곰이 생각함을 이르는 말을 심사숙고(深思熟考), 능히 보고도 생각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보통의 이치로는 추측할 수 없는 일을 이르는 말을 능견난사(能見難思), 타향의 생활이 즐거워 고향 생각을 하지 못함을 이르는 말 또는 눈앞의 즐거움에 겨워 근본을 잊게 될 때를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낙이사촉(樂而思蜀), 몹시 뒤섞이고 착잡하여 어수선하게 생각함 또는 그 생각을 일컫는 말을 호사난상(胡思亂想), 즐거움에 젖어 촉 땅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쾌락 또는 향락에 빠져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는 어리석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낙불사촉(樂不思蜀), 보통 사람으로서는 헤아리지 못할 생각이나 평범하지 않는 생각을 일컫는 말을 비이소사(匪夷所思), 낮에 생각하고 밤에 헤아린다는 뜻으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깊이 생각함을 이르는 말을 주사야탁(晝思夜度), 물을 마실 때 수원을 생각한다는 뜻으로 근본을 잊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음수사원(飮水思源), 일을 하면 좋은 생각을 지니고 안일한 생활을 하면 방탕해 진다는 것을 이르는 말을 노사일음(勞思逸淫) 등에 쓰인다.
▶️ 之(갈 지/어조사 지)는 ❶상형문자로 㞢(지)는 고자(古字)이다. 대지에서 풀이 자라는 모양으로 전(轉)하여 간다는 뜻이 되었다. 음(音)을 빌어 대명사(代名詞)나 어조사(語助辭)로 차용(借用)한다. ❷상형문자로 之자는 ‘가다’나 ‘~의’, ‘~에’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之자는 사람의 발을 그린 것이다. 之자의 갑골문을 보면 발을 뜻하는 止(발 지)자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발아래에는 획이 하나 그어져 있었는데, 이것은 발이 움직이는 지점을 뜻하는 것이다. 그래서 之자의 본래 의미는 ‘가다’나 ‘도착하다’였다. 다만 지금은 止자나 去(갈 거)자가 ‘가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之자는 주로 문장을 연결하는 어조사 역할만을 하고 있다. 그래서 之(지)는 ①가다 ②영향을 끼치다 ③쓰다, 사용하다 ④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도달하다 ⑤어조사 ⑥가, 이(是) ⑦~의 ⑧에, ~에 있어서 ⑨와, ~과 ⑩이에, 이곳에⑪을 ⑫그리고 ⑬만일, 만약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이 아이라는 지자(之子), 之자 모양으로 꼬불꼬불한 치받잇 길을 지자로(之字路), 다음이나 버금을 지차(之次), 풍수 지리에서 내룡이 입수하려는 데서 꾸불거리는 현상을 지현(之玄), 딸이 시집가는 일을 지자우귀(之子于歸), 남쪽으로도 가고 북쪽으로도 간다 즉, 어떤 일에 주견이 없이 갈팡질팡 함을 이르는 지남지북(之南之北)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