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길을 가는 동료들과 함께한 가을 설악 산행 3.
1. 일자: 2014. 10. 3 (개천절)
2.
장소: 오색-소공원
3.
행로/시간
[오색대피소(03:00,420m) -> (정체) -> 대청봉(07:15) -> 중청대피소(07:45~08:35) -> 소청(09:15) -> 희운각(10:05) -> 양폭대피소(11:26) -> 비선대(13:05) -> 소공원(12:05) -> (C지구 주차장)]
< 설악 산행을 준비하며 >
회사 EVA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권대리가 설악산 등산을 도모했고, 나를 포함 5명이 함께 하게 되었다. 예비 모임을 갖고 코스를 고민하다, 산행실력이 초보이거나 산을 다닌
지 오래된 점을 고려하여 오색~천불동을 잡았다.
< 오색에서 대청 >
목요일 밤 11시 복정, 권대리, 신대리, 김책임과 버스에 오른다.
화영이는 교대에서 탑승했다. 시간은 자정으로 들어선다. 잠을
청해 본다.
내설악 휴게소에서 청한님과 조우했다. 느루님도
오랜만이다. 낯익은 얼굴들과 만나니 긴장이 조금은 누그러진다.
2시 30분 무렵, 오색에 도착했다. 탐방로는 3시에 개방되었다. 30여분 긴 지체가 이어졌다. 덕분에 몸을 산에 적응시킬 여유가 생겨 전화위복이었다. 행렬이 조금씩
움직인다. 가파른 오르막에 권대리가 힘겨워한다. 신대리와
화영, 김책임은 평소 몸 관리를 잘 해서 그런지 긴 오르막에도 여유가 있다.
< 오색 들머리에서 >
어둠 속에서 천천히 고도를 높여간다. 하늘에는 오리온의 삼태성이 반짝인다. 맑은 날을 기대해본다. 설악폭포 어름에서 길이 순해지더니 다시 긴
된비알이 이어진다. 올 봄과는 다른 양상으로 길이 이어진다. 생각보다
오름이 길다. 종민은 조금 늦게나마 묵묵히 길을 헤쳐 오른다. 힘겨울
텐데 대단하다.
6시 무렵 동이 터 옴을 느낀다. 정상
1km 지점부터 잠시 평지 길이 나타나 전열을 재정비한다. 여명 속에서도 단풍의 색깔이
곱다.
< 여명과 단풍 >
< 설악의 아침 >
천천히 정상으로 향한다. 바람이 인다. 빛이 뒷받침되니 사진이 선명해진다. 대청을 향해 오르는 ‘기특한’ 후배들의
모습을 하나 둘 사진에 담는다. 화영의 노란색 옷과 신형의 세련된 모자가 몸에 잘 어울린다. 젊음이란 참 근사한 특권이다.
< 대청을 향해 오르며 >
<
대청에서 희운각
>
7시 15분 무렵 대청에 도착했다. 바람이 몹시 인다. 정상석 부근에 줄을 섰다가 포기하고 뒤편 상대적으로
한적한 곳에서 단체 사진을 찍었다. 근사한 정상 사진을 기대한 후배들에게 미안했지만, 합리적 선택이었다.
연무로 인해 한치 앞도 분간이 어렵다. 조심스레 중청으로 하산한다. 아쉽다. 이리 힘겹게 올랐는데 풍경 구경도 못하니 말이다.
대피소 뒤편 고무 깔판 위에 아침 식단이 차려진다. 찬 김밥에 라면과
꿀끌이 죽 같은 햇반이 전부였지만, 정상에 섰다는 들뜬 기분과 더 이상 오름이 없다는 안도감이 식사
내내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었다. 거센 바람에 물이 쉬 끓지 않아 식사시간이 길어졌다. 소주 한 잔 반주했더니 기분이 아딸딸하다. ㅋㅋ
< 대청에서 >
< 야속한 연무와 바람 >
식사를 마치고 자리를 뜬다. 우리가
앉을 때는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던 자리가 순식간에 명당이 되어 버렸다. 한계령에서 출발한 이들이 본격적으로
들어 닥치기 시작하나 보다. 아쉬운 마음으로 대청을 뒤돌아 보는데, 거짓말처럼
바람이 일더니 연무가 걷힌다. 동쪽으로도 서서히 하늘이 열린다. 공룡과
속초 시가지가 서서히 열린다. 감격스러웠다. 누구라 할 것
없이 모두 카메라 셔터를 누르느라 분주하다. 일행들의 입에서 감탄이 터져 나온다. 이래서 설악이로구나!!
< 중청에서 열린 풍경을 배경 삼아 >
< 중청에서의 풍경 >
안개가 걷힌 중청에서의 풍경은 그야말로 천하제일이다. 바람에 이는 초원 넘어로 공룡이 넘실거리며 그 넘어 울산바위가 벽마냥 서 있고 그 좌측으론 미시령 밑 콘도촌의
건물들이 보이고 우측 뒤로는 동해 바다가 보인다. 속초 앞바다까지 선명하다.
중청대피소에서 올려다 보는 대청은 햇살에 이글거린다. 조금 전까지 바로
앞도 구분하기 힘들더니 이제는 쏟아지는 빛을 감당하기가 버겁다. 반대편으로는 중청의 ‘탁구공’이 선명하다. 이리저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고 소청으로 길을 나선다.
긴 계단을 내려서며 바라보는 눈에는 용아릉이 보이고 서북능 밑으로 울창한 숲이 색이 변하는 모습이 들어온다. 방향을 조금 좌측으로 튼 것뿐인데, 변경의 변화가 화려하다. 지나온 길과 가야 할 길을 번갈아 본다. 왜 설악의 풍경이 최고인지
알 것 같다.
< 중청에서 소청 가는 길에 >
소청에서 희운각 가는 길은 돌 길이다. 기억이 되살아 난다. 이 길은 결코 만만치 않다. 오름이 아닌 내리막인 걸 고마워 할
따름이다.
고운 단풍이 곳곳에서 목격된다. 빨강보다는
노랑이 대세다. 계단 난간에 서서 바라보는 공룡의 등뼈는 우람하다. 후배들은
무리 지어 내려오며 연방 감탄이다. 아픈 다리는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눈의 즐거움이 허벅지와 종아리의 묵직함이나 무릎의 통증보다 우선인가 보다.
< 희운각 하산 길의 풍경 >
<
희운각에서 소공원 >
희운각 대피소 데크에 앉아
잠시 쉰다. 경상도 말씨의 여자들 틈에 외국인도 보인다. 지도를
본다. 아직도 4시간을 가야 한단다. 양폭, 귀면암, 소공원을
포인트로 대략 시간계산을 해 본다. 오후 2시면 하산 완료하겠다.
< 천불동 계곡 풍경 >
한 30여분 더 하산한 후에 폭포지대가 나타났다. 계곡물 소리가 시원하다. 크고 작은 폭포와 소를 지나 천당폭포에
닿는다. 계단이 길게 이어져 있다. 확 트인 시야에 계곡물이
빠른 속도를 협곡을 빠져 나가는 모습이 보기에도 아찔하다. 천당폭포 부근은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최고의
계곡이다. 깊이를 가늠하기 힘든 소의 물은 때론 푸르게 때론 투명하게 물결친다.
양폭 대피소에서 잠시 쉼을 취한다. 푸른 하늘에 구름이 떠 간다. 인파가 점점 늘어간다. 귀면암 계단에 올라선다. 장군봉과 적벽이 앞을 가로 막는다. 비선대를 지나며 길이 순해진다.
탁족을 한다. 족쇄에서 풀려난 발에 계곡물이 닿자 ‘지지직’소리를 낸다. 바위에
앉아 흘러가는 물을 바라본다. 아! 이렇게 또 한 번의 산행이
마무리 되는구나!
< 비선대에서의 풍경과 설악동에서 >
<
에필로그
>
예상대로 11시간의 여유로운 산행이 마무리되었다. 교통편을 확인해 보니 택시가
올라오지 못해 천산온천 행은 물 건너 갔다. 일단 허기진 배를 채운다.
형편없는 질의 음식도 허기진 배에는 진수성찬이었다. 버스를 기다리다 포기하고 C지구까지 뛰듯이 걸어 겨우 4시를 맞추었다. 산행 전 미리 교통상황을 점검하지 못 한 것이 아쉬웠다.
버스가 정시에 출발하고 잠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기분 좋은 노곤함이 몰려든다. 후배들도 같은 마음이리라. 힘들었지만 기억에 남을 추억 하나를 안고
집으로 향한다.
< 산행 궤적, 비선대~C지구 6km 제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