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방실험록經方實驗錄>은 중국근대 민국시대의 상한대가인 차오잉푸(曹穎甫)의 제자 지앙주오징(姜佐景)이 저술한 자신의 스승 차오잉푸선생의 임상병안집이다. 차오잉푸(曹穎莆)선생은 일생을 <상한론> 과 <금괘요략>을 연구하는데 바쳤으며 임상실천의 중요성을 특별히 강조하였다. 그리고 늘 “경방실천經方實踐”을 주장하였는데 이는 임상실천을 통해서 경방을 검증해야 함을 뜻하는 것이었다. 또한 차오선생은 경방을 중요시하면서도 동시에 시방(時方)도 거부하지 않는 태도를 가지고 있었으며 <상한론>과 <금괘요략>은 중의 변증논치의 근본이라고 생각했고 경방이야 말로 후세방의 기초라고 늘 강조하였다. 《傷寒發微》,《金匱發微》등의 서적은 차오잉푸선생이 장기간에 걸쳐 장중경의 의학을 연구한 이후 내놓은 결정체이며 《경방실험록經方實驗錄》,《차오잉푸의안曹穎莆醫案》은 그가 임상에서 얻은 귀중한 경험을 반영하는 저술들이다. 그 중 마행석감탕에 관한 의안은 상한론에 대한 그의 깊은 인식과 영활한 임상응용을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어 그 내용을 간략히 소개할까 한다.
마황행인감초석고탕 麻黃杏仁甘草石膏湯
환자: 왕주오(王左)
편도선 양쪽에 모두 염증이 있음, 양쪽 모두 유아(乳娥)가 생겼으며,색깔은 빨갛고 부어 있으며 통증이 있다. 물을 마시는 것이 불편하고 몸에 열이 나고, 오풍(惡風)이 있으며 대, 소변은 정상이다. 맥은 약간 삭(數) 하며 혀는 진홍색
치법: 신량감윤법(辛涼甘草潤法)
박하一錢 행인三錢 연교二錢 상패모三錢
상엽二錢 생감초錢半 적작약二錢 선의(蟬衣)一錢
자강잠三錢 길경一钱 마발八分 우방자二錢
노근一尺(去節)
지앙주오징의 해설(佐景按): 인후과 의사들중 일부 유파의 의사들은 판람근, 황련, 지정, 인중황(人中黃)등 고한약(苦寒藥)을 즐겨 쓴다. 그러나 고한약을 사용하면 약을 복용할 때 잠시 사기를 누를 수는 있지만 사기가 체내에 갇혀 나오지 못하기 때문에 병이 더 오래 갈 수 있으며 심지어 백후(白喉)로 발전하기도 한다.
나의 경험에 의하면 유아병(乳蛾病) 환자한테 고한약을 써 낫지 않아서 신량감윤(辛涼甘潤)약을 투여하면 효과들 더디게 보거나 심지어 한 두 첩 먹어도 아예 효과를 보지 못할 때도 있다. 이렇게 고한약을 잘못 쓰면 올바른 치법에 의한 치료도 잘 먹히지 않을 정도로 폐해가 크다.
또 다른 유파의 인후과 의사들은 생지황, 맥동, 석곡, 사삼등 육음(育陰)약을 즐겨쓰며 많이 쓰면 팔전에서 한냥까지도 쓴다. 그러나 이런 치법으로 유아를 치료하면 빨리 나을 수 없다.
나의 친구 중 한 명이 인후통으로 그 고장의 명의(名醫)를 청하여 병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 의사는 육음중제(育陰重劑)를 썼다. 효과를 거의 보지 못하여 나를 찾아 왔었는데 신량경제(辛涼輕劑)를 써 한 첩으로 바로 효과를 보고 두 첩에 완전히 낫게 되었다. 이러한 점이 바로 인후병치료에 있어 신량감윤법(辛涼甘潤法)의 보귀한 점이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들 중 상당히 놀라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 중 일부는 “신량감윤법은 온병파의 치법인데 어떻게 상한대가 차오라오스(曹老師)의 제자 지앙주오징(姜佐景)이 이런식의 말을 할 수 있는가?” 혹은 “지앙주오징은 경방실험록(經方實驗錄)을 쓰는 것이 아니라 시방실험록(時方實驗錄)을 쓰는 것이 아닌가?” 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신량감윤법은 실은 장중경이 창조한 치법이고 온병파는 단지 이 치법을 계승발전 시켰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나는 무엇에 근거하여 이렇게 말할 수 있는가? 그것은 신량감윤법이 마행석감탕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아래에서 증명해 보이겠다..
마황………신
석고………량
마행석감탕 감초………감 신량감윤법
행인………윤
자 이제 신량감윤법이 마행석감탕에서 나왔다는 나의 말에 반대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좀더 깊이 들어가보자. 오국통에 의하면 신량경제(辛涼輕劑)는 상국인(桑菊飲)이고 신량평제(辛涼平劑)는 은교산(銀翹散)이다. 이 두 처방과 요즘의 의가들이 임상에서 상용하는 약들을 공효에 따라 나누어보자.
제1조: 담두시,형개수,부평,박하,상엽,국화,연교,선의,패란.
재2조: 패모,행인,죽여,내복자,강잠,우방자,길경,과루피,비파엽.
제3조: 금은화,적작약,활석,죽엽,위경.
제4조: 인중황,감초,이피(梨皮),자장(蔗漿),지율(地栗).
이상에서 제1조 약들은 해표 기능이 있는 약들이며 방(方)중에서의 작용은 마황을 벗어나지 않는다. 제2조 약들은 화담(化痰) 효능이 있는 약들이며 이약들은 또 행인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했으며 제3조의 다섯약들은 양혈(涼血)하는 약들이며 이들은 석고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제4조의 약들은 생진(生津) 작용이 있는 약이며 이들은 감초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결국 위의 약들은 신량감윤법을 제일 잘 체현할수 있으면서도 마행석감탕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약들이다.
이상의 분석으로부터 신량감윤법은 마행석감탕에서 왔으며 임상에서 여러가지 형식과 방법으로 응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신량감윤법은 요즘 마행석감탕증의 가벼운 증상에 주로 쓰이고 있다.
신량감윤법의 유래가 이러함에도 “신량감윤법은 온병파가 창조한 것이며 온병파는 상한의 틀에서 뛰어나온 또 다른 학문이다” 라고 주장하는 것은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