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국 사태와 경찰을 향한 시선에 대한 젊은 경찰관의 소고
경찰이 시끄럽다. 외부의 시선은 그렇다치고, 잘 알만한 지휘부조차 자제를 당부하니 갈등이
더욱커지는 양상이다.
하지만 시도경찰청장 이상 경찰 지휘부에서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집단행동금지라는 원칙론을 내세울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들이 몰라서도 아니고 그들이 정권에 충성해서 한자리 해먹기 위해서도 아니다.
그 이유는.. 그저 힘이 없었을 뿐이다
그러니 그들을 미워할것도 없다.
그들에게 정의를 호소할것도 없다.
전국에 수십명인 차관급 검사가 경찰 조직에는 고작 경찰청장 홀로인 조직.
퇴직하면 한 지역의 치안을 책임지던 경찰서장도 생계를 위해 아파트 경비원 구인공고를 찾는 조직.(궁금하면 공직자 재산등록 상황을 보라)
예산 인력 협의하러 가면 규모가 크다며 늘 칼잣대 들이대고 찬밥에 뒷전인 조직.(기재부 직원들 계시면 호소하고 싶다. 복지는 안바란다. 일할수있게 장비라도 좀 도와달라.)
주취자, 외국인들, 각종 범죄자에게도 무시받는 지구대, 파출소 경찰관들이 전체 14만명 중 6만명을 차지하고, 책상에 앉아 소위 '치안서비스' 라는 정책을 새로운것인냥 요리조리 끊임없이 재탕하며,(여당 대표의 말을 빌려) 고작 9급, 8급, 7급 따위들이 옹기종기모여 승진과 개인 입신영달에만 목맨 경찰관들(본인 포함)이 또 수만명인 조직.
수사권 조정했지만 대체 무엇이 좋아진 거나며 밀려드는 일거리를 감당하지 못해 절규하다가 결국 평생을 몸바치던 수사부서를 떠나는 선배들이 수만명인 조직.
그러한 사실에는 눈가린채 우리 언론들은 그저 숫자가 많다며 비대한 조직, 공룡경찰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물어뜯어대기 바쁜 조직.
(수사권 조정이라.. 일선 수사관들은 사실 '검수완박'이 아니라 '경수완박' 해달라고 소리친다. 힘없는 일개 말단 공무원이 소신을 가지고 사건종결했다가 무슨 민원을 먹으려고!! 거 대충 기소의견 송치하면 검사가 알아서 책임져주는걸!!
수사권 조정? 온갖 잡범은 경찰에 떠넘기고 고급진 수사만 가져가면서도 앓는소리하는 정치검찰과 언론의 행태!!
수사권 조정??? 영장청구권이 없는데 무슨 수사권. 아무리 수사개시종결권을 줘도 검사에게 체포구속, 압수수색 영장이 반려되면 손도 못대고 다 끝인데!! )
아, 경찰이여..!
깊이 생각하면 숨이 턱 막힌다. 이해할 의지도 준비도 안되있는 국민들은 14만 공룡이라는 언론 프레임에 이리저리 춤을 춘다.
공룡은 멸종했고
그들이 쥐어준 수사권이란 총칼에는 총알이 없고 솜사탕도 못자를 무딘 날이며
게다가 딥다 무겁고 거추장스럽기만 하다는걸 알기는 하는가.
대통령님을 낳은 모 조직과 언론,
그리고 경찰을 지켜야 할 행안부가 오히려 나서며 내부를 들쑤시고 있다. 하지만 아마 이 상황은 늘 그랬듯 경찰의 패배로 끝날 것이다.
나와 같은 대다수의 동료들은 분명 같은 마음일것이다. 경찰국이고 뭐고 모르겠다. 자존심은 좀 상하지만 혹시 월급좀 올려주려나. 좀더벌면 애들 외식이라도 한번 더 시켜줄수 있을까 기대하는 스스로에게 환멸을 느끼면서도 눈한번 질끈 감는다.
쿠데타, 국기문란이라는 말들이 주변을 맴돈다. 가슴이 답답하다. 그들은 우리에게 총이 있는데 그런자들이 한곳에 모여 회의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한다. 우리가 국가전복세력이라도 되는건가. 단체로 국정원의 사상조사라도 받아야 할까. 고작 50명 남짓한 서장들이, 그것도 토요일에 모여 조직을 걱정한일을 두고 이토록..
검사들은 어떠한가..
무슨일만생기면 당당히 전국검사장회의를 열어 대통령을 겁박하고 개인명의로 정부정책에 대놓고 반기를 들었던 그들은 공무원 아니었던가?
그러함에도 누군가는 경찰과 검사가 연 회의는 다르다, 검사회의는 검찰총장이 용인했고 경찰회의은 경찰청장이 반대했던 회의였기때문이라고 한다..(하.. 말이야 방구야..)
이 시점에 궁금한것은 가만히 있던 경찰 조직을 이토록 왜 흔드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혹시 검찰출신이 대통령이 됐으니 우리가 대통령을 겁박하기라도 할까봐 그런가 (아서라,, 우리는 어떤 조직과는 다르다)
아마도 여러 복합적인 판단 미스인것 같다. 검사라는 글자만 나오면 거품을 물며 정부, 국회의원, 대통령을 대놓고 까다가 여차하면 멋지게 옷벗고 밀어주고 끌어주는 선후배들이 쟁쟁한 모 조직과 같이 생각한것같다. 우리 경찰이라는 조직을 너무 어렵게 접근하는것 같다.
우리편은 늘 아무도 없었다. 여당 야당 정치인들은 자기들의 정치논리로 개입하는 것일뿐 국민도 그 누구도 우리를 지지한적이 없다.
우리는 늘 욕받이이다.
우리가 하는 일이 그렇다.
법에 근거해 교통딱지를 떼고 음주단속을 하는 일. 욕먹는 일. 사람들 기분상하게 하는일. 그런 우리를 누가 좋아하겠는가. 우리도 이런게 때론 정말 싫다.
갈대라고, 충견이라고 하는데 맞다.
우리를 위하는 누구도 없었으므로 우리는 강단없는 갈대이고 맛난것주면 애정에 목말라 달려가는 충견이다. 너무 자기 비하인가.
그러나 연신 언론에 터뜨려대는 경찰비위(최근 마치 기다렸다는듯 더 보도되긴 하더라)에 빠진 경찰관, 본인 입신에 목맨 나와 같은 경찰관을 제외하고,
대다수는 아직 선량한 사명감을 간직한 경찰관이다. 이들은 외부에서 인정하건 안하건 신임교육을 받을때 보았던 "젊은 경찰관이여 조국은 그대를 믿노라"는 글귀를 아직 바보처럼 마음에 간직한채 제복의 자부심하나로 살아가는 경찰관들이다.
나는 이 사태가 종식될때까지도 드러내 한마디도 하지 못할 것이다. 집단 쿠데타는 걱정안하셔도 된다. 우리에게는 먹여살려야 할 처자식이 있고 총보다 무서운 은행의 대출금이 있다.
모든 공무원과 같이 우리도 사람이다. 질책은 하되 단지 경찰이라는 이유만으로 인신모독은 삼가달라.
블라인드라는 가림막 뒤에 숨어 마음속에서 복잡하고 들끓는 심경을 참을 길 없어 글을 쓴다.
끝으로 정의와 사랑은 사법고시, 행정고시 패스해야만 생기는게 아니다. 검찰을 비롯한 엘리트에 대한 무한 사대주의가
우리사회에서 속히 종식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