싀어마님 며라기 낫바
싀어마님 며라기 낫바 벽 바닥을 구루지 마오.
빗에 바든 며린가 갑세 쳐 온 며린가. 밤나모 셕은 등걸에 휘초리 나니 치 알살픠신 싀아바님, 볏 뵌 치 되죵고신 싀어마님, 三年(삼 년) 겨론 망태에 새 송곳 부리치 족신 싀누의님, 唐(당)피 가론 밧 돌피 나니치 노란 욋곳 튼 피 누 아들 나 두고,
건 밧 메곳 튼 며리를 어듸를 낫바 시고.
1. 단어 풀이
(1) 싀어마님 : 시어머님.
(2) 며라기 : 며늘아기. 며느리.
(3) 낫바 : 나빠. 미워서. 마음에 들지 아니하여.
(4) 구르지 : 구르지. ‘구르다’는 ‘발로 바닥이 울리도록 마구 내디디다’의 뜻.
(5) 빗에 바든 : 빚에 받은. 빚 대신에 받은.
(6) 갑세 쳐 온 : 값을 쳐서 데려온. 무슨 물건 값으로 데려온.
(7) 셕은 : 썩은.
(8) 등걸 : 줄기를 잘라 낸 나무의 밑동.
(9) 나니치 : 나는 것같이. 난 것처럼.
(10) 알살픠신 : 앙상하신. 매서운.
(11) 볏 뵌 치 : 볕을 쬔 쇠똥같이.
(12) 되죵고신 : 말라 빠지신. 가무잡잡하게 말라 빠지신.
(13) 겨론 : 결은. 엮은.
(14) 망태 : 새끼나 갈대로 엮어 만든 그릇. 망태기.
(15) 부리치 : 부리같이. ‘부리’는 물건의 뾰족한 부분.
(16) 싀누의님 : 시누님.
(17) 唐(당)피 : 좋은 곡식. 품질이 좋은 피. ‘唐(당)’은 고급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18) 가론 : 간. 경작(耕作)한.
(19) 돌피 : 나쁜 곡식. 품질이 좋지 않은 피.
(20) 욋곳 : 오이꽃.
(21) 건 밧 : 건 밭에. 기름진 밭에.
(22) 메곳 : 꽃이름. ‘메꽃’.
2. 현대어 풀이
시어머님, 며느리가 나쁘다고 부엌 바닥을 구르지 마오.
빚 대신으로 받은 며느리인가, 무슨 물건 값으로 데려온 며느리인가. 밤나무 썩은 등걸에 난 회초리와 같이 매서운 시아버님, 볕을 쬔 쇠똥같이 말라빠지신 시어머님, 삼 년간이나 걸려서 엮은 망태기에 새 송곳 부리같이 뾰족하신 시누이님, 좋은 곡식을 심은 밭에 돌피(나쁜 품질의 곡식)가 난 것같이 샛노란 외꽃 같은 피똥이나 누는 아들 하나 두고,
기름진 밭에 메꽃 같은 며느리를 어디를 나빠 하시는고.
3. 해설
봉건 제도(封建制度)에 있어서 며느리의 위치를 짐작하게 하는 작품이다. 중장이 평시조 한 수보다 더 긴 것으로, 사설 시조의 형태적 특성을 잘 보여 주고 있다.
4. 봉건 사회의 고달픈 시집살이
며느리의 관점에서 보는 시집 식구들의 성품이 풍자적으로 그려져 있는데, 그 풍자가 사실적이어서 누가 보아도 공감을 느끼게 된다. 밤나무 썩은 등걸에 난 회초리같이 매서운 시아버지, 볕에 쬐어 바싹 마른 쇠똥같이 까다롭기 짝이 없는 시어머니, 촘촘하게 잘 짝 망태기도 뚫고 나올 만큼 성깔 사나운 시누이는 며느리를 구박하는 시집 식구들이요, 얼굴은 누렇고 몸은 비실비실하여 피똥 누는 어린 남편은 며느리를 더욱 힘들게 하는 부담스러운 존재이기만 하다. 그런데도 기름진 밭에 탐스럽게 핀 메꽃같이 복스러운 며느리가 어디가 부족해서 그리 구박을 하는지 며느리를 구박하는 시어머니를 만류하고 있다.
5. 감상의 길잡이
대가족 제도에서 시집살이의 어려움을 노래한 것으로, 며느리의 원정(怨情)이 진솔하게 나타나고 있다. 생활과 밀착된 소재를 통한 비유적 표현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이유 없이 며느리를 구박하는 왜곡된 가정 생활을 비판하고 있다. 일상적 소재와 소박한 시어를 사용한 점과, 시댁 식구들의 특징을 비유한 해학적 표현 등이 매우 뛰어나다. 또한 대구, 대조, 열거의 표현 기법이 자유 자재로 구사되고 있어, 표현의 효과를 높이고 있다.
시아버지는 ‘알살픠신’, 시어머니는 ‘되죵고시'고 시누이는 ’족신‘, 신랑(新郞)은 ’노란 욋곳 튼 피 누 아들‘로 표현하였듯이 신랑을 어리고 못났다고 비꼬면서 한편으로는 며느리의 원망스러운 심정을 노래했다. 이러한 부녀자의 원정(怨情)은 내방 가사나 민요에도 많이 나타나는데, 부요(婦謠) 가운데 '시집살이'를 주제로 한 것은 거의 일맥 상통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이런 작품에서 사설 시조가 서민 문학으로서의 가능성이 확인될 수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6. 핵심 정리
(1) 작자 : 미상(未詳)
(2) 종류 : 사설 시조, 원부가(怨婦歌)
(3) 제재 : 시집살이
(4) 주제
① 며느리의 원정(怨情)
② 왜곡된 가정 생활에 대한 비판
③ 시집살이의 고충
(5) 출전 : <청구영언(靑丘永言)>, <병와가곡집(甁窩歌曲集)>
< 형성 평가 >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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싀어마님 며라기 낫바 벽 바닥을 구루지 마오.
빗에 바든 며린가 갑세 쳐 온 며린가. 밤나모 셕은 등걸에 휘초리 나니 치 알살픠신 싀아바님, 볏 뵌 치 되죵고신 싀어마님, 三年(삼 년) 겨론 망태에 새 송곳 부리치 족신 싀누의님, 唐(당)피 가론 밧 돌피 나니치 노란 욋곳 튼 피 누 아들 나 두고,
건 밧 메곳 튼 며리를 어듸를 낫바 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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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작품에서 시적 화자의 원망스러운 감정이 가장 집중되고 있는 대상은?
① 싀어마님 ② 싀아버님 ③ 싀누의님 ④ 돌피 ⑤ 아
2. 이 작품에서 시적 화자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바르게 이해한 사람은?
① 시댁 식구들은 모두 볼품이 없다는 말이군.
② 며느리에 대한 오해를 풀어달라고 호소하고 있군.
③ 까닭 없이 며느리를 미워하지 말라고 호소하고 있군.
④ 고된 시집살이를 그만두어야 하겠다고 다짐하고 있군.
⑤ 시댁의 가족이 너무 많아 시집살이가 고달프다고 한탄하고 있군.
3. 다음 <보기>에 제시된 시의 주제를 ‘시집살이의 어려움에 대한 한탄’으로 보았을 때, <보기>의 화자가 이 작품의 며느리에게 건넬 수 있는 말로 알맞지 않은 것은?
< 보 기 >
窓(창) 내고쟈 창을 내고쟈 이 내 가슴에 창 내고쟈
고모장지 셰살장지 들장지 열장지 암돌져귀 수돌져귀 목걸새 크나큰 쟝도리로 둑닥 바가 이 내 가슴에 창 내고쟈
잇다감 하 답답 제면 여다져 볼가 노라.
① “정말 그렇죠? 시집살이란 것이 이렇게도 어려울 줄은 몰랐어요.”
② “하지만 언젠가는 이 생활을 벗어날 때가 있겠지요. 좀더 참고 살아 봅시다.”
③ “남편이라도 좀 의젓하면 좋으련만 아무 역할도 해 주질 못하니 더 답답하겠군요.”
④ “당신의 시집살이도 나처럼 참 딱하구려. 누구 하나 위해 주는 사람이 없다니까요.”
⑤ “하지만 자격지심(自激之心)을 가질 이유는 없어요. 저들이 얼마나 잘났으면 도대체 얼마나 더 잘났겠어요?”
4. 이 작품에서 화자가 자신의 가치를 강조하기 위해 사용한 것과 동일한 수사법이 사용된 것은?
① 많은 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심을 버릴 때 진정한 부자가 될 수 있다.
② 콩 심은 데 콩 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이 일에 대해 더 이상의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
③ 과거의 적대적 정책이 남북 분단을 고착시켜 온 반면, 최근의 햇볕 정책은 남북 화해를 유도하고 있다.
④ 미니 스커트를 입고 등산을 하는 사람은 없듯이 시장 바닥에서 쓰는 언어로 설교나 강의를 할 수는 없다.
⑤ 날씬하면서도 수수할 때, 맵짜면서도 구수할 때, 산뜻하면서도 은근할 때, 살았으면서도 한물 넘었을 때 멋이 성립한다.
5. 다음 <보기>는 이 작품의 주제와 표현 방법면에서 동일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중장을 바탕으로 <보기>의 ⓐ~ⓓ에 들어갈 시어를 추리한 것 중, 가장 적절한 것은?
< 보 기 >
시어버니 ( ⓐ )요 시어머니 ( ⓑ )요, 동새 하나 할림새요 시누 하나 ( ⓒ )요, 시아지비 뾰중새요 남편 하나 ( ⓓ )요, 자식 하난 우는 새요 나 하나만 썩는 샐세.
① 호랑새, 뾰족새, 미련새, 꾸중새 ② 호랑새, 꾸중새, 뾰족새, 미련새
③ 꾸중새, 뾰족새, 호랑새, 미련새 ④ 꾸중새, 호랑새, 미련새, 뾰족새
⑤ 꾸중새, 뾰족새, 미련새, 호랑새
6. 이 글에 쓰인 단어에 대한 설명으로 옳지 않은 것은?
① ‘앙살픠신’ : 매서운 ② ‘되죵고신’ : 말라빠진 ③ ‘가론’ : 경작한
④ ‘욋곳’ : 오이꽃 ⑤ ‘건’ : 마른
< 풀이 및 정답 >
1. ⑤ 시아버지, 시어머니, 시누이는 어렵기만 하니 아직 어려서 남자 구실도 못하는 아들, 곧 자신의 남편에게 원망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2. ③ 시집 식구들의 성품을 풍자적으로 그리면서 기름진 밭에 탐스럽게 핀 메꽃같이 복스러운 며느리를 까닭없이 미워하지 말라고 호소하고 있다.
3. ⑤ 이 작품의 화자는 스스로를 ‘건 밭의 메꽃’ 같다고 표현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화자에게 ‘자기 스스로를 미흡하게 여기는 마음’인 자격지심(自激之心)을 가질 이유가 없다는 말을 건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4. ③ 이 작품에서 화자는 시집 식구들의 모습과 자신의 모습을 다양한 비유를 사용하여 대조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① 역설, ② 풍유, ③ 대조, ④ 유추, ⑤ 열거.
5. ② 매서운(앙살피신) 시아버지는 ‘호랑새’에, 볕 쬔 쇠똥같이 말라빠진(되죵고신) 시어머니는 엄하고 꾸중하기 좋아하는 ‘꾸중새’에, 새 송곳부리처럼 성내기 좋아하는 시누이는 ‘뾰족새’에, 외꽃 같은 피똥이나 누는 아들로 비유된 남편(너무 어려서 사내 구실을 하지 못함을 풍자한 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미련새’에 각각 대응된다. ‘할림새’는 남의 허물을 잘 고해 바치는 새. ‘뾰족새’는 성을 잘 내는 새. ‘뾰종새’는 성에 차지 않아 입술이 삐죽 나온 새. ‘썩는 새’는 마음 속으로만 애를 태우는 새의 뜻이다.
6. ⑤ ‘건’은 ‘기름진’의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