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성 화진포의 도치알탕, 홍합죽 |
고성 화진포는 남한 최북단에 위치한 해돋이 명소이다. 김일성 별장, 이승만 별장 같은 권력자의 별장이 있을 정도로 아름답고 고즈넉한 곳이며, 맛있는 음식이 많기로도 유명하다. 그 중에서도 소영식당은 여러 가지 음식을 다양하게 만들면서도 맛을 제대로 내는 집으로 알려진 곳이다. 이곳 음식 중에서는 겨울철 음식으로 도치알탕을 으뜸으로 친다. 강원도의 곰치탕과 더불어 최고로 꼽힌다. 그렇지만 도치는 끝에 ‘치’자가 들어간 만큼, 얼마 전까지 제대로 생선 취급도 받지 못했다. 이곳에서는 김치와 도치만을 사용해 담백하고 개운한 맛의 탕을 내놓는다. 그만큼 기본 재료인 도치가 좋다는 이야기이다. 톡톡 터지며 씹히는 알은 생선과 함께 새로운 맛을 선사한다. 담백한 탕에 가족들과 따듯한 밥을 먹어도 좋고, 친구나 동료들과 소주 한잔 해도 좋다. 탕이 부담스럽다면 홍합죽을 먹어 보자. 강원도에서는 홍합을 ‘섭’이라고 한다. 그래서 홍합죽을 ‘섭죽’이라고도 한다. 고추장 고춧가루에 끓인 홍합죽은 매콤하면서도 시원하다. 거기에 강원도답게 푹 고은 감자가 으깨어져 있어 걸쭉한 맛까지 ‘강원도의 맛’을 제대로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출 구경 후에 먹으면 속이 든든해진다. 양미리도 이곳만의 별미다.
소영식당 전화 033-682-1929
위치 강원도 고성군 거진항
| 추암, 삼척의 도루묵 |
도루묵 구이를 제대로 맛본 사람들은 가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도루묵이 머릿속에 빙빙 돌기 시작한다. 몸에 비해 엄청난 양과 커다란 크기의 알이 터지면서 입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그런 상상 때문이다. 입에서 잘게 부서지는 살도 한 입에 쏙 들어간다. 도루묵 알에 엉긴 끈적거림이 입 안에서 긴 여운을 남긴다. 이 생선은 예로부터 동해안이 최고의 산지이다. 이의봉의 <고금석림(古今釋林)>에 따르면, 고려시대 한 왕이 동해안에 갔다가 목어를 먹어보고 맛이 좋아 은어라 부르게 했다. 그런데 환도 후 다시 먹어 보았더니 맛이 없자, 다시 목어로 불러 도루묵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한자로 환목어라 부른다. 그런데 내 생각에는 가을이나 겨울에 최고의 맛인 도루묵을 먹었던 임금이 봄이나 여름에 이 생선을 찾았던 탓에 그렇게 맛이 없어 이런 일이 생긴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10월경 산란 준비를 하기 때문에 이때 도루묵이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물론 겨울까지 그 맛이 이어지지만, 12월만 돼도 알의 촉촉함이 줄어든다. 삼척의 항구식당은 도루묵 하면 전국에서 명성을 얻고 있는 집이다. 그렇다면 봄, 여름에는 어떻게 도루묵의 맛을 이어갈까. 그 비결은 바로 냉동에 있다. 10월경 도루묵이 최고로 맛있을 때 가격에 상관없이 재료를 사다 놓고 냉동 보관했다가 봄과 여름에 내놓는다. 상쾌하고 시원한 도루묵 조림도 좋고, 기름기 오른 알과 살을 구워 먹는 구이는 더욱 맛있다.
항구식당 전화 033-573-0616
위치 삼척시 남양도시장
| 구룡포의 과메기 |
과메기는 요즘 겨울철 대표적 별식으로 전국에 걸쳐 명성을 얻어 가고 있다. 날씨처럼 썰렁한 다른 항구와는 달리 과메기의 대명사인 구룡포항은 과메기로 인해 활기가 넘쳐난다. 전국에서 몰려든 상인들과 손님들로 과메기는 ‘분위기 업(up)’ 된 상태다. 사실 과메기를 처음 먹으면 그 비린 맛에 약간 비위가 상할 수도 있다. 그래서 요즈음은 물미역이나 미나리에 싸서 초고추장을 찍어 먹거나 김에 말아 먹기도 한다. 하여튼 구들구들한 과메기를 한 입 먹으면 첫 맛은 비린한 바다 냄새가, 그 다음에는 적당한 식감의 살코기 맛이 달콤하게 배어 나온다. 살 속으로 스며든 생선기름은 오랫동안 입 안에서 맴돈다. 여기에 시원한 소주 한잔을 곁들이면 새날을 다짐하거나 지난날을 날려 버리는 데 제격이다. 밀려오는 파도와 바다를 바라보며 기름진 과메기에 소주 한잔 하다 보면 여행의 설렘, 혹은 새로움에 대한 기대감은 최고조에 이른다. 과메기란 이름은 ‘관목어’, 즉 눈을 꿰어 말린 생선이란 뜻에서 유래한다. 원래는 청어를 주로 먹었지만, 청어가 귀해지면서 꽁치로 대체된 음식이다. 황태처럼 바람에 널려 말리지만, 말린다기보다는 숙성시킨다는 이야기가 더 맞다. 포항 구룡포에 부는 일명 ‘돌개바람’을 맞으며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한 다음, 기름기가 몸으로 스며든 과메기를 최고로 친다. 요즘 다른 지방에서 인공 건조시킨 과메기가 구룡포 과메기로 변신해 유통되고 있어 현지인들의 고민거리이다. 그런데 과메기만 전문으로 하는 식당을 찾는 건 조금 어렵다. 겨울철 한철 음식인데다가 겨울철이면 어느 식당이든지 과메기를 취급하기 때문이다. 구룡포 횟집 어디에서 먹어도 같은 맛이기 때문이다. 광어로 유명한 바다목장 해원(054-276-4989)을 이용해도 되고, 수협 근처에 있는 구룡포 포장마차 촌을 이용해도 된다. 복국으로 유명한 함흥식당(054-276-2348)에서 먹는 밀복도 별미이다.
위치 포항시 구룡포읍 구룡포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