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교육청이 급식비리 의심을 받고 있는 20곳의 학교에 대해 집중 감사에 나섰다. 교복구매 담합비리 의혹사건이 발생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비리 의혹이 제기돼 울산교육계가 적잖이 당혹스럽게 됐다. 이들 학교는 최근 국무조정실 산하 부패 척결단으로부터 급식비리가 의심된다고 통보된 바 있다.
최근 서울, 경남지역 등지에서 700억 원대의 급식비리가 사실로 드러나자 정부가 대대적인 점검에 나서게 된 것이 이번 감사의 발단이라고 한다. 부패 척결단은 이들 학교가 1천만원 이상의 식재료를 구매할 때 공개 입찰방식으로 낙찰업체를 정해하는 대신 비공개 수의계약으로 납품계약을 체결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은 급식재료구매 특성상 비공개 수의계약으로 납품업체를 선정하거나 견적서 없이 계약을 체결하는 등 일시적으로 관련 규정에 어긋난 단순착오였거나 행정적인 착오가 있을 수 있다며 대형비리가 확인된 것처럼 비취지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시교육청의 말처럼 단순행정적인 실수나 착오였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만약 불법계약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그 파장은 일파만파로 커질 수 있다. 학교 안팎에서는 이번 비리 의혹은 근본적인 문제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입찰비리를 근절하겠다며 일정한 금액 이상은 무조건 최저 경쟁 입찰방식으로 구매토록 한 것은 학교급식 담당자들이 재료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급식재료 구매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저렴하면서도 질 좋은 식재료를 선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저렴하면서 고품질의 급식 재료를 납품받아야하는 학교급식의 특성에 맞추려면 최저 경쟁 입찰방식으로는 질 좋은 식재료를 공급받기 어렵다. 경쟁을 통한 저가만을 고집하다보면 식재료의 질적 저하가 불 보듯 빤하고 그것은 곧 학생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조사가 급식 현실을 외면한 채 비리조사에만 초점이 맞춰진다면 학생들의 건강권은 제대로 보장될 수 없다. 원칙에서 벗어난 수의계약이라 하더라도 재료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불가피한 사정 등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관용을, 개인비리가 확인되면 일벌백계하는 식의 합리적인 기준아래 철저한 감사가 이뤄져야 한다.
실제로 지난해 울산지역 학교에서 발생한 식중독 사고에서 보듯 영세업자들의 복잡한 유통단계에서 빠져나간 중간마진으로 식재료의 질은 떨어졌고 결국 최악의 식재료가 공급됨으로써 식중독으로까지 이어졌다. 현재의 최저 경쟁입찰방식 아래서는 가격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제대로 된 식품인지를 걸러낼 수 없다. 이참에 현재 최저입찰방식의 급식구매시스템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까지도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할 것이다. 기사입력: 2016/05/03 [18:09] 최종편집: ⓒ 광역매일
http://www.kyilbo.com/sub_read.html?uid=177433§ion=sc30§ion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