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8차 상산 산행일지
때: 2016년3월 19일 (토)
곳: 북한산 족두리봉
만난곳:독바위역
참석자: 김상희, 윤한근, 윤신한, 엄형섭, 이성렬, 이종원, 김부익 총 7인
뒤늦게 상근 취업을 하게 되어 토요일 일정도 유동적이나 명색이 상산회 founder 이면서 작년 무출석자이었던 것이
송구하여 부랴부랴 신회장단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도착하여 9시 반에 출발하였다.
독바위는 서울시 지명사전에 “은평구 불광동 수리봉 부근에 있는 바위로서, 모양이 독과 같이 생긴 데서 유래된 이름이다.
옹암이라고도 하였는데, 인조반정 공신들이 이곳에서 모의를 하였다고 한다”라고 적혀 있다.
한 10분 걸은 후 숨을 고르면서 오늘의 산행대장 윤공이 언젠가 상대산악반 등반 떄 한 대원이 ‘좀 쉬운데로 갑시다.”라고
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은 대장이 의상봉 능선으로 돌렸다고 하니,우리는 얌전히 따른다.
오르며 자연히 Alpaha Go가 화제가 된다. 19년 전 Gary Kasparov(당시 체스의 세계챔피언)가 IBM Deep Blue에
졌을 때 예견된 일이나, 그 진전이 너무 빠르고 AI의 종합적 능력이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50여 년 전에 Robot의 아버지 Isaac Asimov (1920-92)가 robots에게 부과한 3대 원칙이
1. 인간을 해치면 안 된다.
2. 1.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인간의 명령에 복종한다.
3. 1.과 2.를 지키며 자신을 보호한다.
이었는데, 이제 하나를 추가해야겠다고 한다. “인간에게 이기면 안 된다.”고.
대장이 정하고 한근이 세밀히 답사한 코스를 걷는데 왼쪽이 계속 트여있는 능선으로 쾌적하고 아름답다.
드디어 눈앞에 멋진 바위가 막아서는데, 이것이 ‘족두리봉’ 즉, 독바위다. 이 전회장에게는 좀 달리 보이나 보다
– 여인의 맨 가슴으로. 해발 370m로 그다지 높지는 않으나 꽤 가파라서 오르며 정신을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
올라보니 바위 맞은 편 면이 수직으로 고소공포를 느낄 정도이면서도 멀리 북한산 주봉들이 시야에 들어 온다.
사진 촬영 후 가파른 면을 다시 내려와 향로봉 쪽으로 전진한다.
Park ranger가 직등반을 막고,대장은 우회로로 우리를 이끈다.
향로봉과 비봉 사이에 있는 ‘Buena Vista 마당바위’로 올라서니 백운대, 인수봉, 만경봉 등 삼각과 기타 봉우리들이
panorama로 펼쳐진다. 넋를 잃고 보다가 일행들이 도착하여 자리를 펴고 앉는데, 대장이 보이지 않는기라---.
한참 후 통화가 되었는데 필자를 찾으러 사모바위까지 뛰어갔다가 돌아 온 것이 아니겠는가.
내가 그만 앞서다가 왼쪽으로 올라 왔고 대장은 내쳐 간 것으로 알고 추격을 하게 된 것.
“다시는 대장을 앞서지 않기로 다짐합니다.”, 용서 받고 식사를 시작하는데
세상에 이런 일이. 산동성에서 중국집을 전전하다 돌아 온 내 앞에 펼쳐진 것들은
– 생굴무침, 새조개무침, 벌교참꼬막(염상구’s), 묵은지+두부, 더덕무침, 전과 떡
– 모두 맛도 기막히고, 얼마나 실하게들 했으면 마님들이 그런 작품들을 정성껏 준비해 들려 보냈겠는지 존경합니다.
귀주성 마오타이에서 제조사 사장이 직접 보내 온 백주(眞的)를 겯들여 들고 있는데, 필자가 몸담고 있는
회사의 Board Meeting 후 party에 초청된 아름다운Uzbekistan 미희들에 대한 보고를 했겠다.
이단장이 여러 해 전에 그 나라를 방문하여 기다리던 자리에서 보니 아가씨들이 별로 예쁘지 않길래
그 많은 김태희는 다 어디 있소 하고 물으니 그 대답이 “서울로 갔습니다” 였다고.
구기동으로 하산, 목살을 듬뿍 넣은 김치전골을 벌려 놓고 이공이 내 놓는 Ballantine을 다 비운 후 3시 반에 일어나
네 사람은 산행에 참석하지 못한 승기와 호경이 기다리는 가락시장으로 떠났습니다.
1-2 주 내에 남도에는 동백, 매화, 산수유, 벗꽃, 목련이 순차적으로 또는 함께 피겠지요.
매년 되풀이 되는 성스러운 향연을 감동적으로 묘사한 글이 있어 첨부합니다.
萬事如意 身體建康 김부익
Quote-
동백꽃은 해안선을 가득 메우고도 군집으로서의 현란한 힘을 이루지 않는다. 동백은 한 송이의 개별자로서 제각기 피어나고, 제각기 떨어진다.
동백은 떨어져 죽을 때 주접스런 꼴을 보이지 않는다. 절정에 도달한 그 꽃은, 마치 백제가 무너지듯이 절정에서 문득 추락해 버린다.‘눈물처럼 후드득’ 떨어져 버린다. – 중략-
매화는 잎이 없는 마른 가지로 꽃을 피운다. 나무가 몸속의 꽃을 밖으로 밀어내서, 꽃은 뿜어져 나오듯이 피어난다. 매화는 피어서 군집을 이룬다.
꽃핀 매화숲은 구름처럼 보인다. 이 꽃구름은 그 경계선이 흔들리는 봄의 대기 속에서 풀어져 있다. 그래서 매화의 구름은 혼곤하고 몽롱하다. 이것은 신기루다.
매화가 질 때, 꽃송이가 떨어지지 않고 꽃잎 한 개 한 개가 낱낱이 바람에 날려 산화(散華)한다. 매화는 바람에 불려가서 소멸하는 시간의 모습으로 꽃보라가 되어 사라진다.
가지에서 떨어져서 땅에 닿는 동안, 바람에 흩날리는 그 잠시 동안이 매화의 절정이고, 매화의 죽음은 풍장이다. 배꽃과 복사꽃이 다 이와 같다. –중략-
산수유는 다만 어른거리는 꽃의 그림자로서 피어난다. 그러나 이 그림자 속에는 빛이 가득하다. 빛은 이 그림자 속에 오글오글 모여서 들끓는다.
산수유는 존재로서의 중량감이 전혀 없다. 꽃송이는 보이지 않고, 꽃의 어렴풋한 기운만 파스텔처럼 산야에 번져 있다. 산수유가 언제 지는 것인지는 눈치채기 어렵다.
그 그림자 같은 꽃은 다른 모든 꽃들이 피어나기 전에, 노을이 스러지듯이 종적을 감춘다. 산수유가 사라지면
목련이 핀다. 목련은 등불을 켜듯이 피어난다. 꽃잎을 아직 오므리고 있을 때가 목련의 절정이다. 목련은 자의식에 가득 차 있다.
그 꽃은 존재의 중량감을 과시하면서 한사코 하늘을 향해 봉우리를 치켜 올린다. 꽃이 질 때, 목련은 세상의 꽃 중에서 가장 남루하고 가장 참혹하다.
누렇게 말라 비틀어진 꽃잎은 누더기가 되어 나뭇가지에서 너덜거리다가 바람에 날려 땅바닥에 떨어진다. 목련꽃은 냉큼 죽지 않고 한꺼번에 통째로 뚝 떨어지지도 않는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채, 꽃잎 조각들은 저마다의 생로병사를 끝까지 치러낸다.목련꽃의 죽음은 느리고도 무겁다.
천천히 진행되는 말기암 환자처럼, 그 꽃은 죽음이 요구하는 모든 고통을 다 마치고 나서야 비로소 떨어진다. 펄썩, 소리를 내면서 무겁게 떨어진다.
그 무거운 소리로 목련은 살아 있는 동안의 중량감을 마감한다. 봄의 꽃들은 바람이 데려가거나 흙이 데려간다.
가벼운 꽃은 가볍게 죽고 무거운 꽃은 무겁게 죽는데, 목련이 지고 나면 봄은 다 간 것이다.
- 김훈의 ‘자전거 여행’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