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언어 영역 만점 비결
동아일보 2010-12-28
《최상위권일지라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과목별 만점을 받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과목별 만점’이란 고지에 깃발을 꽂기 위해선 ‘단 한 문제’라는 마지막 능선을 넘어야 한다. 바로 수능 변별력 확보를 위해 출제진이 내는 최고난도의 문제 말이다. 이 문제를 푸느냐, 못 푸느냐에 따라 만점을 받는지, 1등급에 머무르는지가 결정된다. 특히 최상위권 대학의 최상위권 학과 진학을 목표로 한다면 과목별 만점이란 고지를 점령해야만 하는 것이다.
올해 수능 언어 영역에서 만점을 받은 수험생에게 물었다. 당신의 만점을 결정한 단 한 문제는 무엇인가. 그 한 문제를 넘어서기 위해선 어떤 ‘필살기’가 필요한가. 이 질문에 언어 만점자 서울 강서고 3학년 김동산 군(18)이 속 시원하게 답해주었다.》
* 언어의 비결? 암기다!
수능 언어영역은 종합적 사고력을 평가한다. 이에 따라 독해력과 문제이해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묻는 문제가 다수 출제된다. 언어영역 최상위권 학생들은 대부분 이미 독해력과 문제이해력을 갖추고 있다. 독해력이 있어야 지문을 이해할 수 있고 문제이해력이 있어야 문제가 묻는 정확한 뜻을 간파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최상위권 학생들은 지문을 읽고 문제를 푸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문제풀이형’ 공부법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지문을 이해한 뒤 문제를 풀어내는 ‘기술’을 반복적으로 연마하는 동안 어휘나 어법 같은 작은 부분을 눈여겨보고 암기하는 과정을 간과하기 일쑤라는 것. 어휘나 어법은 문제를 푸는 기술로는 정복할 수 없고 ‘무지막지’한 암기로만 공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언어영역 만점자 김동산 군은 “대부분의 어휘, 어법 관련 문제는 문맥을 잘 이해하면 풀 수 있지만 최고난도문제는 단어의 뜻을 확실히 알지 못하면 풀기 어렵다”고 말했다.
2011학년도 수능 언어영역 38번 문제를 보자. 37번부터 39번까지 이어지는 비문학 지문으로는 서로 다른 단어들이 합쳐져서 만들어지는 ‘결합어’를 설명하는 글이 나왔다. 지문 자체가 어법과 관련한 지식과 어휘를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내용이었다. 고난도인 38번이 문제였다. 지문내용을 이해한 뒤 이를 기반으로 해서 고어(古語)가 다수 등장하는 ‘보기’ 문장을 분석하는 문제. 하지만 지문에 나오는 ‘부사격 조사’ ‘관형격 조사’와 같은 어려운 용어의 뜻을 모르면, 문제를 풀 수조차 없는 것이다.
김 군은 “특히 ‘보기’에는 15세기 고어인 ‘거우루엣’ ‘그르멜’이 등장해 최상위권 학생들이 더욱 어렵게 느꼈다”면서 “어법지식, 어휘력, 지문 독해력을 동시에 갖춰야 이 한 문제를 넘어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문제 속 어휘를 암기하라!
‘매일 언어영역 문제를 풀면서 문제풀이의 감을 잃지 말자.’ 기본실력을 이미 갖춘 언어영역 최상위권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김동산 군도 고2 때까지는 이런 생각이었다. 기출문제, 문제집 등을 반복해 풀며 1등급을 유지해왔다. 오답개수는 한두 개였다. 김 군은 유독 반복해 틀리는 문제를 살펴봤다. 어휘·어법문제였다. 그는 2학년 말 ‘서울대 경영학과’로 목표를 정하면서부터 ‘언어 만점’을 달성하는 쪽으로 공부법을 바꿨다. 곧바로 어휘·어법 ‘암기’를 시작했다. 기출문제, 모의고사 문제에 나온 문제 중 어휘·어법문제에 집중했다.
“고3이 되면서 하루 언어영역 모의고사를 2, 3회 풀었어요. 이때 어휘문제는 꼭 표시해 뒀다가 A4용지에 별도로 적어뒀어요. 문맥상으로 언뜻 이해하고 넘어간 어휘라도 정확한 뜻을 모르는 어휘는 해설지나 사전을 샅샅이 뒤져가며 그 뜻을 기억했어요. A4용지에 10∼20개의 단어를 적어 틈틈이 외운 뒤 또 다른 종이에다 새로운 단어를 적어 외웠죠.”
하루에 꼭 한 개씩은 비문학 지문을 풀었다. 비문학 지문에는 어휘나 어법과 관련한 어려운 표현이 다수 등장하기 때문이었다. 비문학 지문을 익숙하게 접하다 보니 어휘·어법 지식이 절로 쌓였다는 것이 그의 설명. 김 군은 “시간 날 때마다 신문을 읽거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시사용어를 공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