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레저문화의 탈출구를 만들고 자연의 낭만을 꿈꾸게 만들었던 캠핑이란 카테고리가 이제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오래 전부터 캠핑을 하던 주변의 캠퍼들이 캠핑을 자제하고, 일반인들도 더 이상 캠핑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심지어 캠핑이 싫어져서 안 간다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한국은 어떤 문화가 생길라 치면 ‘소비문화’가 선행된다. 특히 남자들은 비상금과 카드를 올인해서 취미 생활에 금칠을 해야만 직성이 풀린다. 사진을 찍는 취미를 가졌다면 최소 풀프레임 DSLR을 가져야만 하고 그 것이 캠핑이라면 ‘스노우피크’ 거실형 텐트 하나 정도는 있어줘야 말이 된다. 그 비싼 스노우피크가 우리나라에서 이런 고속 성장을 한 배경에는 캠퍼들의 장비병 때문이다. 물론 스노우피크 제품이 좋긴 좋다. 하지만 비슷한 성능에 반값을 하는 제품들도 발에 치일 정도다.
초기 캠핑 모습은 어땠나, 텐트에 침낭이면 됐다. 의자가 있으면 좋았고 이너매트가 있었으면 반가웠다. 이제 이런 건 기본 장비에도 못 들어간다. 키친테이블, 화로대 테이블, 캠핑용 오븐, 휴대용 전자레인지, 냉온장고, 프로젝터 등 거의 이삿짐 수준에 캠핑 장비를 가지고 와서 하루 종일 이삿짐 내리는 사람도 있다. 문제는 이런 분위기가 처음 캠핑을 시작하는 사람에게도 영향을 준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어렵게 텐트를 쳤건만 거대한 거실형 텐트들 틈에서 초라한 자신의 텐트를 보니 원시인이 된 느낌이다. 설상가상 지나가는 아저씨가 안쓰러운 눈길로 사이트를 훑어보고 가거나 이웃 텐트의 아이가 손가락질하며 “엄마 저 집 텐트는 왜 저래” 하는 말을 들으면 장기를 팔아서라도 스노우피크를 구입하고 싶어진다. 그렇게 장비병이 시작 되고, 캠핑이 거추장 스러워지고, 캠핑보다는 캠핑장비 구매와 중고거래 하느라 주말을 버리게 된다.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나? 캠핑은 자연과 만나기 위한 최적, 최소의 장비를 생각해야 할 때다.
업무시간을 이용해 갖은 장비를 검색하고 중고거래에 가서 한 두번 돈 날리고, 카페 공동구매에 참여하고, 우여곡절 끝에 장비를 산더미처럼 갖춘다. 출발전에는 주차장까지 캠핑장비를 여러 차례 왕복하며 싣고, 안 들어가는 장비는 다시 집에 들여 놓는다. 교통체증과 씨름하며 캠핑장에 도착한다. 캠핑장에 도착해서 운이 좋으면 바로 짐을 내려놓을 수 있지만 운이 없으면 또 여러 차례 차에서 캠핑장소까지 왕복을 하며 짐을 내려야 한다. 텐트를 친다. 바닥공사를 한다. 타프를 친다. 내부 세팅을 한다.
그 사이에 어두워져 조명기구를 설치한다. 밥할 준비를 한다. 우여곡절 끝에 밥을 먹고 잠을 잔다. 다음날, 이제 조립은 분해의 역순, 왔을 때 그대로 반대로 답습해야 겨우 집에 갈 준비가 끝난다. 아직 집에 갈 길은 멀다. 피곤함을 이끌고 긴 시간의 교통정체를 겨우 끝낸 뒤에야 비로소 집에 도착 할 수 있다. 고생으로 시작해서 고생으로 끝나는 것이 캠핑이다. 장비병을 없애고, 서울을 벗어난 곳에서 거주하는 자들만이 캠핑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그 돈이면 호텔가서 잔다
새로 생긴 캠핑장이라고 가보면 안쓰러운 시설만큼 안쓰러운 마음자세로 캠퍼들을 맞는 주인장들을 보곤 한다. 그래도 가격은 시설의 수준에 상관없이 일정하다. 전국적인 담합이라도 하는 건지 휴양림이나 시도단위에서 운영하는 캠핑장을 제외하곤 가격이 어이없는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다. 서울 근교에 인기 있는 캠핑장의 경우 1박은 받지도 않고 2박만 받으면서 7만원에서 10만원 정도의 가격을 받는다. 아무리 시설이 좋아도 결국 캠핑은 캠핑이다. 땅바닥에서 자고, 하우스키퍼도 없고, 컨시어지 서비스도 없다. 가끔 호텔들은 이벤트 가격으로 1박에 10만원대 요금이 나오기도 한다.
5성급 호텔의 구름 같은 침대에서 서비스 정신 투철한 직원들의 보살핌 속에 하룻밤을 보내는 것과 아무리 시설이 좋다고 한들 잠자리를 처음부터 셀프로 구성해야 하고, 차가운 땅바닥에서 먼지 마시면서 비슷한 돈을 낸다는 것은 왠지 억울하다. 그렇게 가격을 계속 담합할 거라면 차라리 그냥 호텔가서 자는 게 낫겠다.
이웃이 무섭다.
사진 : 박하사탕 캡쳐
최근 캠퍼들이 많이 겪는 일이다. 정다운 이웃사촌을 만나서 오순도순 음식도 나누어먹고 아이들이 같이 뛰어 놀고 참 아름다운 광경이다. 하지만 어디서건 본질을 망각하고 도에 지나치는 사람들이 있다. 평생 동안 쌓인 이야기를 오늘 다 풀어놓아야겠다고 결심한 사람들인지 밤새 이야기 꽃을 피워 잠을 못 자게 만드는 것은 아주 양반이다. 술 먹고 주정에 노래까지 부르면서 오로지 혼자서 그 밤의 낭만을 모두 차지하는 이웃을 만나면 대책이 없다.
보다 못해 주변 사람들이 항의하거나 캠핑장 사장이 와서 경고를 하고, 심지어 경찰이 출동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 단계에 이르면 그 캠핑장 사람들은 잠을 다 잤다. 간난아이를 데리고 와서 밤새 애가 우는 것 정도는 모두들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이런 주도에 심취한 아저씨들을 이웃으로 만나면 캠핑장의 밤은 악몽으로 변한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어쩌겠나. 이런 일을 겪은 사람들은 다시는 캠핑장을 찾지 않게 된다.
한국 캠퍼들의 종합 시나리오는 이렇다.
사진 출처 : 영화 블레어윗치 캡쳐
아이들도 보채고 나이 먹고 마땅한 취미도 없어 시작한 캠핑이다. 유명한 캠핑장에 한달 전에 부지런을 떨어 겨우 예약을 잡아놓았다. 캠핑비가 비싸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여기는 유명하다고 돈을 더 받는다. 캠핑비도 비싸고 캠핑을 가기 전에 마트에서 장을 보면 그 비용도 만만치 않다. 지갑이 가볍다 못해 날아갈 지경이다. 주말이라 수도권을 나가는 차들이 가득하다. 어쨌든 자동차의 한계 중량에 가깝도록 짐을 꽉꽉 채워서 어렵게 도착한 캠핑장이다. 겨우 세팅을 끝내고 등뒤에 주르륵 흐르는 땀이 느껴지면 이제 좀 쉬어야지 하고 의자에 겨우 앉아 본다.
마누라는 어디서 이상한 소리를 들었는지 이런데 나오면 남자가 다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편다. 겨우 앉았던 의자에서 일어나 저녁밥을 준비한다. 아까 먹은 고기가 덜 익었던지 불편한 배를 어루만지며 노곤한 몸을 겨우 눕히는데 이번에 구입한 이너매트로는 부족했는지 등이 차다. 이너매트는 좋은 걸로 업그레이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잠이 막 들려던 차에 이웃집의 말소리가 바로 귀 옆에 대고 말하는 것처럼 들리면서 잠이 달아난다.
그 집 남편이 발기불능인 것도 알 게 됐고 아이가 수학쪽, 특히 미적분쪽이 취약한 것도 알게 됐다. 그러다 갑자기 이웃집 여자가 “밥만 먹고 사냐?”라는 고성과 함께 부부싸움으로 번져간다. 곧이어 여기저기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고성이 오가는 것을 보니 사태가 심상치 않다. 경찰차의 사이렌소리를 들으며 겨우 잠이 든다. 내일 집에 가기 위해 할 일을 생각하니 잠결에도 아득해져 온다.
첫댓글 장기라도 팔아서에서 빵 터졌습니다! 하 하 하
한국에선 캠핑할 필요 없겠네요
나옜날엔 무전여행으로 다닐정도로 인심도 좋았건만, 지금은 과시성 입니다. 켐핑뿐아니라 인생살이 모두가
과시를위해 쓸데없이 돈을퍼
쓴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