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여행을 많이 해본 것은 아니지만 20여 회의 해외출장 동안 항공사제공 무료숙박 기회가 2번 있었습니다.
두 번 다 안개 때문입니다.
1997년 무렵에 대만 회사에서 업무를 마치고 작별인사를 하니 counter part 왈 ‘공항에 안개가 많이 끼어서 한국의 너희 회사 갔다 오는 우리 직원들이 여기 내리지 못하고 태국까지 갔단다. 비행기가 뜰 수 있을지 모르겠다.’ 라는 겁니다.
아니 이렇게 화창한 날씨에 안개라니…농담으로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는 공항으로 가는데 신기하게 공항 부근에만 안개가 심하게 끼어있는 것입니다.
대만의 국제공항은 타이페이 시내에서 30여 킬로미터 떨어진 바닷가에 있는데 공식명칭은 초대총통인 장개석의 호를 따서 中正國際機場이라고 하는데 장개석공항, CKS공항이라고도 합니다.
타이페이 시내에도 국내용 송산공항이 있는데 건물이 참 아름답습니다.
출경수속과 해관통과를 마치고 탑승대기실에 들어서니 항상 홍콩에서 출발한 캐세이퍼시픽이 창 밖에 보였었는데 오늘은 안 보이는 것이 정말 결항을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몇 시간을 기다리라고 하더니 밤이 늦어서야 결항 결정을 하고는 결항수속을 시작합니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전화카드를 나누어 줍니다. 당시는 휴대폰이 보편적이지 않던 시절이라…
나도 하나 받아서 서울 회사에 보고하고 집에도 전화를 했습니다.
다음은 승객들을 한 사람씩 이름을 부르더니 여권과 비행기표를 회수하고 passenger card를 나누어 주더군요. 이제부터는 이 카드가 내 신분증입니다.
처음에는 줄을 서라는 말 떨어지자 바로 가서 줄을 섰는데 가만 보니 그럴 필요가 없었습니다.
승객 수가 모두 수백 명으로 많다 보니 먼저 줄 선 사람이나 나중에 줄 선 사람이나 자기 카드 받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습니다. 되려 먼저 줄 선 사람이 줄에 오래 서 있게 되더라고요.
나중에는 뒤에 한참 앉아 있다가 줄이 완전히 짧아진 다음에 줄에 가 서니 오히려 좋았습니다.
다음에는 면세품 영치입니다. 면세로 구입한 물품은 공항 밖으로 나갈 수가 없으니 세관직원이 나와서 모두 수거하여 보관합니다. 면세점에서 받은 종이가방이 있다면 그것만 주면 되지만 내 가방에 면세품 몇 개만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세관직원에게 물어봅니다. 가방 좀 얻을 수 있나?? 없다네…할 수 없이 내 가방을 통째로 맡겨둡니다. 속옷, 양말, 회사제품견본 등도 모두…
이 때 물어본 세관직원이 다음 날 다른 사람하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한국말이 아주 유창한 겁니다. 괜히 서툰 영어로 더듬거린 꼴이지요.
자 이제 호텔로 갑니다. ‘공항건물 밖 어느 곳으로 가면 버스가 있으니 버스를 타라’는 안내방송에 따라서 버스를 탑니다.
도착한 곳은 도원국제호텔-삼국지 도원결의의 바로 그 도원과 한자가 같은데 공항이 있는 곳의 지명입니다.
수부 직원이 소리치기를 두 사람씩 짝을 지으라네요. 주변을 둘러보다 눈이 마주친 사람에게 “당신 혼자요? 그럼 나랑 잡시다” 라고 말합니다. 다행히 한국사람이네요. 자면서 이야기 해보니 고향사람이었습니다.
수부에 다가서니 두 사람인 것을 확인하고 열쇠와 식권 4장-저녁과 아침 두 장씩-을 줍니다.
간단한 수속에도 사람이 많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려 10시에 저녁을 먹게 되었네요.
아침에 다시 공항에 가니 타고 갈 비행기가 와 있습니다. 홍콩 쪽 승객이 없어서 인지 작은 비행기 입니다. 비행기에 들어가니 널찍합니다. 무게편중을 피해서 승객들을 군데군데 떨어뜨려 놓은 것 같습니다.
2006년 무렵에 일본 도쿄에서 일을 보고 나리타 공항에서 수속을 마치고 탑승을 기다리는데 평소보다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한참 뒤에 결국 결항 결정을 하는데 이유는 인천공항의 안개 때문 입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결항결정 당시에는 인천공항에 안개가 없었는데 내가 탈 비행기가 내릴 시각이 되니 안개가 끼더랍니다.
나리타 공항에 근무하는 아시아나항공 현지직원들이 한국말을 잘 하는 줄 알았더니 잘 못하네요. 항상 하던 말은 잘 하지만 결항에 관련된 방송은 못하고 일본어와 영어로만 방송을 해줍니다.
음향시설도 별로이고 말도 너무 빨라서 알아들을 수 없어 옆자리의 일본인에게 물어봅니다. “뭐라는 거냐?" 이 사람이 차분한 말로 자세히 설명을 해줍니다.
이전에 한 번 경험이 있어서 느긋합니다.
여기서는 싱글룸과 트윈룸을 구분하여 줄을 세웁니다. 공항에서부터.
뒤에서 한참 앉아있다가 줄이 짧아지자 줄 뒤에 섭니다. 줄을 서 있는데 미모의 여자가 다가와 ‘여기 서있지 말고 나하고 같이 트윈룸 줄로 가자’ 살짝 기대했는데 전혀 없었습니다.
보딩패스를 반납하고-여권은 회수하지 않네요.- 면세품을 영치합니다.
호텔은 공항 바로 옆의 홀리데이 인 도쿄입니다. 버스로 10여분쯤 걸립니다.
저녁을 먹고 맥주자판기를 물어보니 각 층 엘리베이터 앞에 있답니다. –일본은 술 파는 편의점이 많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호텔에는 꼭 캔맥주자판기가 있습니다. 대개의 자판기에서는 얼음도 나옵니다.- 잔돈을 바꾸고 긴 맥주캔 두 개를 사고는 방으로 들어갑니다.
방에 들어서니 엄청 큽니다. 우리 집 전체평수보다 더 큰 방입니다. 아하 싱글룸이 부족해서 뒷줄에는 트윈룸을 주었구만…뒷줄에 선 보람이 있네…
내가 가 본 어떤 호텔보다 크고 시설도 좋습니다…화면도 크고 음향도 좋습니다…침대도 거의 더블만큼커다란 게 두 개...그럼 뭐해…나 혼잔데…어떤 침대에서 잘지 잠시 고민…ㅎㅎㅎ…
아침 8시 반 비행기이니 6시에 호텔에서 버스를 타라는 안내를 들었지만 늦잠 자다 7시 넘어 버스를 탑니다. 내가 안 가면 비행기 못 뜨잖아…
다시 발권을 받으려 아시아나 데스크에 줄을 서니 직원들이 줄 뒤로 다니면서 ‘8시 반’을 외쳐댑니다. 나잖아…앞줄로 끼어들어 발권을 하고 출국수속도 마찬가지로 빨리 끝내줍니다.
나보다 더 늦는 사람도 있습니다. 3명이나 더 타고 문을 닫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