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마음, 새 출발을 다짐해 보는 2011 신묘년 토끼해 아침. 서울동물원 동물나라 식구들의 새해소망은 과연 무엇일까? 단연 최고 인기스타의 등극을 꿈꾸는 마음일 것이다. 서울동물원에서는 2011년을 달굴 스타동물로 단연 지난 12월 9일간의 탈출을 감행하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말레이곰 ‘꼬마’의 행복 찾기」를 꼽았다. 이어 꼬마의 인기를 누르고 새로운 스타예감을 꿈꾸는 5대 얼짱 동물들을 소개해 본다.
1. 9일간의 탈출 … 말레이곰의 사랑 만들기
지난 12월 6일 오전 10시 20분 경, 우리를 청소하던 사육사의 눈을 피해 긴 앞발을 이용해 T자형 고리장치를 풀고 우리 밖으로 탈출, 10km 떨어진 청계산과 이수봉을 오가며 도피 행각을 벌였던 말레이곰 ‘꼬마’.
서울동물원 사육사는 물론 경찰, 소방관 등 1800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인력과 소방헬기, 수색견 13마리가 동원되는 등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펼쳤지만 ‘꼬마’는 숨바꼭질에서 우위를 점하며 포획팀을 따돌렸다.
몸무게 40kg의 미운 7살 수컷 말레이곰 ‘꼬마’는 20년 연상인 부인과의 불협화음 때문이라는 억지(?)추측까지 낳았다. 모든 국민들의 불안과 동정심을 한몸에 받으며 그의 인기는 서울동물원 최고의 인기스타 등극을 일치감치 점지해 놓고 있었다.
동남아시아 열대지역에서 주로 서식하는 말레이곰은 곰 중에서도 가장 몸집이 작고 온순한 성격으로 공격성이 없으며 인간에 의한 남획으로 국제적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 주로 벌집에서 꿀을 뽑아 먹고 흰개미, 벌, 나무열매, 잎, 작은 척추동물 등을 먹는 잡식성으로 주로 밤에 사냥하고 낮에는 나무 위에서 잠을 자거나 햇볕을 쬔다.
올 봄 따뜻한 계절이 오면 서울동물원에서는 사육사와의 만남의 시간을 통해 말레이곰 꼬마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엮어 나가기로 했다.
2. 레서판다 ‘상큼’과 ‘앵두’의 사랑 만들기
지난 2005년 국내 최초로 공개된 희귀동물인 레서판다 부부 ‘앵두’(♀ 8살)와 ‘상큼’(♂ 9살)의 사랑 만들기 결과가 기대된다. 전 세계적으로 3000마리 정도가 미얀마, 히말라야 동북부, 중국 서북부 등지의 아열대 지역에서 살아가는 레서판다는 하루 종일 나무 꼭대기에 매달려 살아가지만 요즘은 2세 출산을 위한 신방(?) 꾸리기에 한창이다.
보통 요즘 같은 1월에 짝짓기를 해 90~150일 만에 1~4마리의 새끼를 낳는 레서판다는 짙은 밤색의 부드러운 털이 밀집되어 있고 다리와 배에는 검은 털, 양 뺨과 눈 및 콧등에는 흰색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꼬리는 길고 탐스러우며 9개 정도의 띠가 있어 매우 화려하다.
식사시간이면 행여 사육사가 떠나갈세라 앞발을 사람 손처럼 들어 사육사를 붙잡고 먹이를 먹는 등 애교가 많으며, 명확한 야행성은 아니지만 낮에는 나무 위에서 꼬리를 머리에 감고 자며 밤에 내려와 지상에서 먹이를 구한다. 곰인지 너구리인지 구별하기 힘든 독특한 외모에다 사막여우처럼 앙증맞고 귀여워서 인기를 얻고 있다. 레서판다는 자이언트 판다에 비해 몸집이 작아 붙여진 이름으로 붉은 색을 가지고 있어 ‘레드판다’라 불리기도 한다.
현재 서울동물원의 레서판다 ‘상큼’과 ‘앵두’ 부부는 말레이곰 ‘꼬마’의 바로 옆집에서 살아가는 탓에 관람객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고 있지만 이들의 2세 출산을 바라는 사육사의 지극정성으로 이들은 짝짓기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은밀한 신방을 꾸리고 있어 운이 좋을 때만 산책을 나온 레서판다를 만날 수 있다.
3. 스리랑카 아기코끼리 남매 … 가자비 수겔라와의 만남의 시간
지난해 9월 30일 새벽 5시, 춥고 어두운 인천공항 활주로를 가로질러 40시간의 긴 여정 끝에 스리랑카로부터 들어 온 아기코끼리 가자비(♂6살)와 수겔라(♀7살). 이들은 멸종위기동물로 동식물교역금지라는 국제법을 뛰어 넘어 들어온 행운의 상징동물이다.
현재 서울동물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코끼리 3마리(칸토 ♂30살 / 키마 ♀30살 / 사쿠라 ♀ 27살)의 고령화로 우리나라 코끼리의 대가 끊길 위기에 처해 있던 중 새로운 2세 출산의 특명을 받고 들여온 이들을 위해 스리랑카 경제개발부장관과 대사 등 양국 대표자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거대한 코끼리 기증행사도 가졌다.
지난 연말부터 국내의 구제역 파동으로 따뜻한 내실에서 바깥출입은 물론 관람객들과의 만남의 시간도 허락되지 않는 아쉬움이 있지만 따뜻한 봄날을 기다리며 사육사와의 친교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서울동물원에서의 생활을 위해 스리랑카에서 지금까지 돌봐 온 사육사까지 직접 채용해 특별 관리를 하고 있는 정성을 보이고 있으며 따뜻한 봄이 오면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는 먹이주기 행사 등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어 금년 서울동물원이 추천하는 최고의 인기스타가 될 것을 예감하고 있다.
4. 러시아에서 온 아기 북극곰 삼손 … 아름다운 이별연습
지난해 10월 29일 러시아로부터 서울동물원을 깜짝 방문한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수컷 북극곰 ‘삼손(Samson)'은 올겨울을 서울동물원에서 보낸 뒤 2월 말경이면 일본으로 떠나는 아름다운 이별연습으로 사육사들의 가슴을 찡하게 울리고 있다.
지난 2008년 서울동물원 대표적인 장수 동물이었던 북극곰 ‘민국’을 저세상으로 떠나보낸 뒤 다시는 북극곰을 만날 수 없다는 절박한 상태에서 ‘삼손’의 방문은 서울동물원 모든 식구를 기쁘게 해 주기엔 충분 했다. 또한 북극곰 ‘삼손’의 서울동물원 깜짝 방문은 ‘민국’ 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겐 겨울철 서울동물원의 ‘귀한 손님’의 대명사로 꾸준한 발길이 이어져 왔다.
그러나 국제적으로도 두 번 다시 국내 도입이 불가능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아쉬움 속에서 서울동물원 사육사들은 북극곰 ‘삼손’과의 아쉬운 이별연습을 해야만 한다. 이유는 북극곰의 구입가격 2억 3천만 원(한 마리 가격)의 예산이 확보되지 않는 상태와 암수 두 마리를 한꺼번에 구입해 외로움을 달래주어야 한다는 의지에서 서울동물원에서는 ‘삼손’을 붙잡고 있을 명분이 없는 것이다. 현재 러시아에서 온 이방인 아기북극곰 ‘삼손’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모 상사는 ‘따뜻한 서울동물원 겨울여행’축제가 끝나는 2월 말경이면 일본으로 떠나게 될 것이라며 아쉬움을 전한 상태이며 서울동물원 사육사들은 조용한 이별연습을 못내 아쉬워하고 있다.
흰곰이라고도 불리는 북극곰은 얼음이 덮인 해안 근처나 섬 또는 빙산을 타고 수백km도 이동하는 북극의 대표동물이다. 또한 후각과 청각이 발달되었으며 수영도 잘 해 시속 4~6.5km의 속도와 2분 이상의 잠수능력도 가지고 있다.
5. 어린왕자가 첫눈에 반해 사귀는 사막여우
“넌 정말 예쁘구나! 나랑 놀자. 난 너무 심심해…”(어린왕자). “난 너하고 놀 수 없어. 난 길들여지지 않았단 말이야”(사막여우) 동화 ‘어린왕자’에서 어린왕자가 자기 별에 두고 온 장미꽃 한 송이를 떠올리며, 사막여우로부터 ‘길들임(관계 맺기)’의 의미에 눈뜨게 되는 우화의 첫 만남 현장이다.
지난 2009년 새로 오픈한 서울동물원 100주년 기념광장 정문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동물 사막여우를 만나 보는 건 어떨까. 그곳에선 어린왕자가 여러 별을 여행하며 자기 별에 두고 온 ‘장미꽃 한송이’를 그리며 ‘길들임’의 의미를 터득하는 과정에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사막여우는 전문 사육사가 다가가도 슬슬 피할 정도로 사람을 경계하는 등 다른 어떤 동물보다도 길들이기가 쉽지 않다. 사육사들이 혀를 찰 정도로 ‘길들이기가 힘든’ 사막여우와 관계를 맺기 위해 매일 조금씩 다가가며 공을 들이는 어린왕자의 모습이 절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
특히 어린이와 여성 관람객은 사막여우를 보고 첫눈에 반한 어린왕자처럼 ‘애완견 치와와를 닮았다며 앙증맞고 귀여운 사막여우에게서 눈을 떼지 못할 것이다. 담당사육사는 “고양이, 개, 여우를 섞어 놓은 듯한 생김새지만 성격은 영락없는 여우”라고 말한다.
사막여우는 몸무게 약 1,5kg에 길이24cm 정도로 여우 종 중에서 가장 작은 체구에다 더운 사막에서 열을 잘 발산 할 수 있도록 얼굴 크기만한 큰 귀를 가겼다. 사하라지역 원주민들의 사냥에 의해 멸종되다시피한 희귀종으로 학명은 ‘펜스 폭스(Fennce-Fox). 서울동물원100주년 기념광장에는 비슷한 크기의 프레리독, 미어캣 등 조그맣고 앙증맞은 희귀동물들의 귀여운 모습을 함께 만날 수 있다.
글/강형욱(서울동물원 홍보마케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