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원 덕일초등학교 교장
늘 생글생글… 마음이 건강하니 공부가 즐겁다
학생수 500명이 넘는 전주 덕일초등학교는 비교적 중규모에 속한다. 규모면에서 보면 100명이 채 안 되는 여느 혁신학교와 다르다. 하지만 학생들의 가정형편은 그리 넉넉지 않다. 200명 정도가 조손, 한부모, 다문화, 새터민의 자녀다. 공교육의 정상적 기능이 절실한 학교다.
창의력이 샘솟는 협동학습
5학년 국어시간. 수업 주제는 ‘서평’이다. 선생님이 칠판에 9장의 백지를 붙여놓는다. 학생들과 순서대로 하나씩 떼어낸다. 서평과 관련된 내용을 찾아내기다. 종이를 떼내니 각종 내용들이 나온다. ‘징그럽고 더러워’, ‘책을 읽는 느낌’, ‘똥싸고 있네’, ‘뷰티풀 선생님’ 등이다. 학생들은 모두 고개를 가로젓는다. 반 학생의 이름이 나오자 모두 연신 웃어댄다. 이어 ‘책의 내용 소개’가 나오자 아이들은 함박웃음과 함께 박수를 친다. 또 ‘책의 가치 평가’가 나오자 또 “맞아요”라며 박수를 친다.
그럼 서평의 대상은 뭘까. 선생님이 준비한 가방속에서 책을 꺼내든다. ‘성경’, ‘사전’, ‘참고서’ 등에 이어 ‘그런 편견을 버려’라는 책을 나오자 또다시 경쾌하게 박수를 친다. 다시 교과서에서 서평에 관한 내용을 읽기 시작한다. 잠시 도서관처럼 침묵이 흐른다. 3~4분이 지나자 선생님이 묻는다. “편견이 뭘까”다. 아이들은 손을 들어 ‘개인생각’, ‘평균’, ‘나쁜 생각’, ‘자신의 생각’, ‘무조건 그렇다는 생각’ 등을 말한다. 선생님은 의미를 설명한다. 이어 사례도 제시한다. “엄마가 장래직업으로 치과의사만 좋다고 하시는데 준영(학생)이는 다른 것을 좋아하면, 그런 엄마의 편견이에요”라고 설명한다. 아이들이 “맞아요 맞아요”라며 자신의 상황에 비추며 박수를 보낸다.
편견에 대한 이해를 마친 뒤 학생들은 ‘모둠’ 모양으로 책상을 재배치한다. 그리고 학습지와 주사위, 사탕을 꺼낸다. 학습지에는 마블 또는 윷놀이 판 형태가 그려져 있다. 학생들은 주사위를 던져 칸마다 제시된 낱말풀이를 상의한다. 그리고 모둠별로 주제를 놓고 토론을 통해 겨루기를 실시한다. 협동학습이 이뤄지는 생기발랄한 교실에 창의력이 샘솟는다.
아침운동으로 스트레스 ‘확’
올 초 중학교 배정문제로 아픔을 겪은 덕일중학교와 인근에 위치, 교사들의 열정이 더욱 요구되는 덕일초등학교는 몇 가지 특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첫째가 체험활동이다.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반영했다. 3월에는 교과와 연계한 전통체험을 실시하고 4월에는 학교 주변의 전주천에 나가 쑥을 캐고 물고기도 구경했다. 5월에는 문화혜택이 부족한 학생을 고려, 스크린의 영화를 감상했다. 여름에는 수영을, 겨울에는 스케이트도 타볼 요량이다. 굳이 사설학원을 이용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아침에는 축구교실을 연다. 시간은 7시 50분부터 8시 30분까지다. 아침에 학생들이 즐겁게 등교하도록 하기 위해 마련했다. 이병수 혁신담당 교사는 “학생들로부터 신청을 받아 현재 70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다. 축구로 스트레스를 해소해서인지 종전의 폭력도 사라지는 효과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여학생들을 위해서는 라인댄스를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강당 옆에 조성된 공간을 활용하여 학생들이 직접 식물을 가꾸고 기르며 수확의 기쁨을 누리도록 하는 ‘텃밭가꾸기’를 비롯해 정규수업 전에 아침독서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질적인 수업을 위해 정서적인 안정을 위해 운영하는 이 학교만의 특성이다.
“아이들 표정이 밝아졌어요”
좀처럼 학교에 관심이 없는 학부모들이 혁신학교로 지정된 뒤 열의가 넘치고 있다. 학년별 대표 6명이 모두 모였다. 학교의 변화에 대해 물었다. 아줌마들의 넘치는 수다가 시작됐다. 각각의 요지는 이렇다. “언제부턴가 아이들이 아침에 일어나 빨리 학교에 가고 싶어한다.” “표정이 밝아졌다. 애들 성격에 변화가 왔다. 선생님과 너무 맞는 것 같다고 좋아한다.” “지식만 전달하는 교실이 아니라 아이들이 많이 생각하도록 하고 있다.” “전에는 무조건 과외와 학원을 붙였다. 그런데 애들이 학교를 더 좋아한다. 성적도 좋아졌다. 이제 사교육할 생각이 없다” “처음에는 혁신학교라고 해도 우습게 알았다. 믿기 어려워서다. 그런데 아이들이 좋아하니 우리도 좋다.” “학부모 의견을 반영해주니 좋다.” “저소득층이라 문화혜택이 적었는데 학교에서 챙겨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전에는 야간이면 골목에 아이들이 서성거렸는데 이제 없어졌다” 등이다. 이제 시작이라 아쉬움이 없지 않지면 변화를 감지하며 즐겁고 행복한 모습들이다.
이같은 현상에 두고 이병수 혁신담당 교사는 “학교가 건강해지는 것 같다. 그렇다고 바로 성과를 내고 싶지는 않다. 학교혁신은 성과주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차근하게 자리잡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승원 덕일초 교장
교장공모제를 통해 지난 해 9월 부임했다. 등교시간이면 학교앞에서 교통안내를 하고, 아침에 유니폼을 입고 아이들과 함께 축구를 하기도 하다. 서교장의 실천의지다.
△ 학부모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주위 여건이 비교적 열악하다. 교사들의 학생에 대한 사랑이 반드시 필요하다. 학생에 쏟는 애정의 결과인 것 같다.
△ 간판이 교장실 대신 상담실이다
어려움을 토로하고 싶은 아이들이 많다. 언제라도 상담하기 위해서다. 어느 학생에게는 ‘아빠’를 해주기로 했다. 아픔을 나누고 고통을 해결해주고 싶다.
△ 아침에 ‘틈새축구’를 하는 이유는
집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 오기도 싫어하는 경우가 있다. 학교에 오면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스트레스를 운동으로 풀면 다른 비행이 사라질 수 있다. 흡연, 욕설, 낙서 등이 없어진 이유중 하나다.
△ 칭찬샤워가 뭔가
아이들에게 칭찬해주기 운동이다. 많은 칭찬으로 샤워시킬 정도가 되자는 뜻에서다. 매우 좋아한다. 또 아이들이 ‘안녕하세요’ 대신 ‘사랑합니다’를 몸짓으로 표현한다. 나도 힘이 난다. 애국조회도 칭찬조회로 바꿨다.
△ 혁신에 따른 어려움은
계획과 달리 실행이 어려웠다. 교사에 짐이 되고 소통도 어려워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미니스쿨’을 만들었다. 학년별 단위로 논의한 결과를 존중해서 결정하는 의사결정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효율적이다. 모두 신기하게 생각한다.
△ 가족관계와 취미는
이서초등학교에 근무하는 부인과 사이에 특수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장녀 지혜(28), 우석대학교에 재학하고 있는 장남(26) 화석군을 두고 있다.
주말이면 전주 안디옥교회에서 주일학교 교사로 어린이들을 지도하고 있다. 시간이 나면 건강관리 일환으로 평소 해왔던 테니스를 즐기며, 틈나는 대로 테너색소폰을 연주한다./새전북신문 박규만기자
첫댓글 참 교육을 실천하는 모범사례이군요. 이 모범사례가 평범한 일상이 될 그 날까지 우리 선생님들의 화이팅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