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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요코하마 아시안컵 남자 결승전 판젠동 VS 마롱)
(출처 : 유튜브)
판젠동이 정말 오랜만에 마롱을 국제대회에서 이겨보네요..
분위기가 마치 2003년 세계선수권 대회 왕난 ㅡ 장이닝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당시 왕난때문에 장이닝은 2번 연속으로 세계선수권 대회 4강과 결승에서 떨어져서 정상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가...
왕난이 갑자기 정치를 한다며 탁구계를 잠시 떠나 있는 동안 거의 모든 대회를 싹쓸이하며 세계 챔피언에 오릅니다....
결국 왕난이 얼마 안가서 탁구계로 복귀하며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둘이서 다시 만났는데 ..왕난 입장에선 아직 후배에게 자리를 물려줄 수 없다는 각오가 대단했고 장이닝 역시 왕난이 없는 동안 어부지리로 1위를 한 것이 아니라 명실상부한 1위의 자리를 굳히고 싶었을 것입니다...
결과는 왕난이 처음 3세트를 따냈지만 이후 장이닝이 컴백하면서 3ㅡ3을 만들었지만..
결국 7세트에서 왕난이 이기며..3연속 세계 선수권 우승을 차지하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비록 이번대회는 세계선수권이나 올림픽은 아니더라도...그 중요도나 긴장은 위에서 언급한 왕난 ㅡ 장이닝 대결에 비할 정도였습니다...(물론 이번 세선이 진정한 두 스타의 명암을 가르는 대회겠지만요)
마롱은 절대로 지고 싶지 않았던 게 티가 날 정도로 버리는 포인트가 없었고..
판젠동도 마롱이 없으니 허울뿐인 1위다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경기로 감히 제가 보기엔 역대 최고급의 텐션이 있던 경기였습니다...(그래서 외려 화끈한 공격대결은 별로 없었습니다)
한 포인트 한포인트가 정말 쉽게 결정됨이 없고 치열한 수싸움이 지속되었거든요...
그냥 아예 지구상이 레벨이 완전히 다른 둘이 모든 기량을 다 꺼내놓고 펼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마롱이 가진 장점은 물흐르듯 자연스런 탁구...백핸드 포핸드 모두 약점이 거의 없는데다가 가끔 터지는 포핸드의 폭발력도 가지고 있으며..두뇌플레이에 강하고...승부처에서도 가진 기술을 다 보여줄 정도로 멘탈이나 기술적인 완성도가 최상급인 선수고...
판젠동이 가진 장점은 대단히 강한 포핸드를 바탕으로 하는 특유의 공격성과 함께...
말도 안되는 동물적 감각과 피지컬을 이용해 상대가 예측할 수도 없는 믿기지 않는 샷들을 날리는 능력...
한포인트 한포인트에 모든 정성을 다해 어지간한 상대는 어찌해볼 틈조차 주지 않는 집중력과 에너지 등이 있겠는데요
특히 서로가 서로를 만나면...
마롱의 노련한 게임운영과 두뇌플레이 vs 판젠동의 예측불허의 플레이와 화이팅이 항상 충돌을 하는데요..
그냥 평상시대로라면 아무래도 수싸움에서 한수위인 노련한 마롱이 우위를 점하는데요..그래서 판젠동은 마롱을 만나면 리스크를 걸고 조금 더 공격적이고 적극적으로 달려들어서 마롱을 흔들어놓는 것이 필요합니다
1세트만 해도 늘 보던 대로 마롱이 쉽게 이기나 했었습니다...
특히 판젠동의 백핸드가 너무 말을 듣지 않아서 백핸드에서 에러가 속출하니 포핸드마저 덩달아 크게 밀리며 판이 너무 쉽게 게임을 내주고 말았죠...
2세트 초반에도 백핸드 대결에서 크게 밀리며 다시 범실이 속출..이대로 쉽게 경기가 끝나나 했습니다..
하지만 판젠동이 요즘 또 달라진 게...예전보다 피지컬과 파워만을 앞세우는 게 아니라 경기내에서 전략을 더 자주 자주 바꾸며 운영도 노련해지고 있는데요..
(4강이었던 하리모토와의 경기에서도 평소에 우직한 공격형 스타일을 다소 버리고 하리모토의 미들라인을 의도적으로 노리면서 공의 템포를 바꾸자 하리모토가 크게 당황하며 범실을 많이 하게 되면서 하리모토 특유의 패기나 공격성 등을 많이 사라지게 만들었죠)
2세트 중반부터 잘 보시면 판젠동은 마롱이 계속 백핸드로 승부를 걸어오자..
포핸드로 가볍게 전환해서 드라이브를 건다거나 ...
코스를 미들라인으로 바꾼다거나...
서브리턴에서도 그 동안은 백플릭을 걸면 바로 다음공격에서 마롱이 백핸드 ㅡ 백핸드를 거니 이번엔 백플릭 대신 스탑을 이용해서 숏게임을 또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10ㅡ10 듀스에서는 놀랍게도 그 동안 침묵했던 백핸드 랠리득점과 백 플릭이 터지면서 경기를 가져왔고요...
결과론적이지만 이 시점에서 오늘 경기의 절반은 판에게 넘어간 거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마롱은 너무 쉽게 경기를 가져가려다보니 1세트부터 2세트 내내 판젠동의 백쪽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는데 ...판젠동이 이를 극복해버리니까...팔색조 같은 마롱의 장점이 퇴색되고 외려 수싸움에서 밀리게 된 것이죠...
마롱은 다양한 경기전략과 예측치 못한 공들로 상대를 흔들어어 하거늘..너무 같은 패턴에 의존하다 보니 본인 경기흐름도 망가졌을 뿐더러 판젠동의 흐름을 점차 살려주게 된거죠...
이후에도 판젠동은 백쪽으로 온 공을 미리 예측하고 있다가 포핸드로 전환해 갈기거나..점차 백에서도 자신감이 붙자 백핸드 다운더라인도 터지고...백핸드 랠리에서도 점수를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물론 3세트는 마롱이 밀리니까 경기 템포를 갑자기 확끌어올려서 판젠동에게 빠른 포핸드 어택을 퍼부으며 경기를 가져왔지만..거기까지 였습니다..
경기후반으로 갈수록 외려 백핸드 랠리는 판젠동이 더 강해보일 정도가 돼버리니...
경기흐름을 마롱이 다 내어준 것이죠...
마롱이 포핸드 포핸드 랠리라든가 좀 더 다양한 전술로 판젠동을 당황하게 해야 하는데..초반에 판젠동의 백핸드가 심하데 흔들린 것이 외려 독이 된 듯 합니다..
이제 마롱으로서는 더 물러설 곳이 없습니다...이번 세선이 그래서 굉장히 중요하고..만일 이번에도 판젠동이 이긴다면 명실상부하게 판젠동의 세상이 열릴 수도 있어 보입니다..
장이닝이 누적된 패배를 극복하고 2003년 이후로는 왕난을 넘어선 것처럼.. 마롱과 판젠동의 관계도 중요한 기로에 서 있는 듯 합니다..
첫댓글 한번더 영상을 보게 되네요! 탁구를 더 재밌게 봤어요!
명경기였습니다 분석으로 다시보니 이해가 더 잘되네요~
이제는 백핸드의 실력이 승패를 좌우하는 듯 합니다. 더해서 강한 멘탈!
저도 서로 지고싶지않았던 마음이 절실하게 느껴졌던 경기였습니다. 인생 최고의 경기 1순위와 승리자가 이경기로 바뀌었지만 주인공들은 그대로네요.. 아무튼 최고였습니다. 이 경기 직관한사람은 최고의 축복이었겠네요
인간이 대결하는거 같아 보이지 않았슴요.
참 대단한 경기력인데 보는 재미는 없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