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는 길에 아파트 우편함을 살펴보니 아파트 관리실에서 각 세대마다 보낸 자료가 들어있었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경비원 축소운영" 제하 통지문이었다.
간단히 내용을 살펴보니 내년도 최저임금 7530원 인상을 앞두고(현 정부내 1만원 인상까지 염두에 두고) 전체적인 관리비 인상이 불가피해 아파트 경비원을 약 30여명 줄인다는 내용이었다. 이외 보완대책으로 현관자동문 설치, CCTV 추가설치, 경비실 인터폰 통합운영 등이다.
문재인정부들어 발표된 여러정책중에 향후 우리 사회에 가장 충격을 가져올 정책중 하나가 최저임금 인상이라고 본다.
사회전체적으로 부의 편중완화 등 모두가 잘사는 공정한 사회 만들기 취지로 추진되고 있는 정책이 최저임금 인상이나,
너무 단기적으로 급격히 추진되고있는 느낌이다. 최저임금 인상정책은 사회의 다수가 근로자이고 사장은 소수인 현실에
비추어볼때 분명히 대중의 지지는 받을 것이다. 차기 정권 재연장까지도 염두에 둔 포석이리라.
최저소득에 기반한 하류층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주자는 정책 취지는 좋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20%가까이
최저임금 인상을 할경우, 기존 시스템으로 사업을 벌인 상당수 자영업자와 인건비를 기반한 제조업체에게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다. 현재 편의점, PC방, 카페, 치킨점 등 프랜차이즈 간판을 걸고 사업을 운영중인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 매월 버는 수입은 300만원 언저리일 것이다. 조금 잘되는 곳은 월 400~500만원일테고 이보다 못한데는 월 100만원~200만원일 것이다. 비싼 상가임대료와 인건비, 프랜차이즈업체가 가져가는 수익 등 현재의 시스템에 고착되어 사업을 영위해온 자영업자들이 인건비가 20%이상 인상될 경우 월 200만원 이하로 버는업체일수록 한계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이경우 자영업자들이 취할 액션은 1)기존 알바를 자르거나 감축한다. 2)알바를 그만두게 하는 대신 인건비 절약을 위해 부부 위주로 운영한다. 3)이마저 불가능할 경우 사업체를 폐업한다.
저임금에 기반한 제조업체는 어떨까? 여전히 서울 구석진곳에는 봉제공장들이 많이 남아있고, 섬유산업 등 저임금에 기반해 사업을 벌이고 있는 업체들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다. 경방 등 일부 제조업체들이 이미 더 저렴한 인건비를 찾아 베트남, 방글라데시 등 공장이전을 고려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고있다. 한국, 일본은 한때 제조업 강국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공장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고 향후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현대자동차 고졸 초임과 수당을 합하면 연봉이 5500만원 상당이다. 해외임금은 중국 월 30만원, 베트남 10만원 선이다. 제조업은 인건비 싸움이고 인건비를 얼마나 줄이느냐에서 경쟁력이 나온다. 이제 우리나라는 이런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
일자리가 해외로 빠져나오면 그 자리를 IT 등 신사업이 메워야 하는데 일자리 측면에서는 말이 되지않는다. 한때 미국의 코닥은 고용인원이 30만명이었다. 그러나 코닥이 몰락하고 코닥의 전성기와 비슷한 수익을 거두고있는 스냅쳇의 고용인원은 12명 정도에 불과하다. 서비스업이 제조업을 대체한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약 15년전 본인이 미국의 한 대학에서 연수시 미국의 최저임금이 시간당 6~7불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은 시간당 10불이 약간 넘는 수준이다. (참고로 일본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원 수준이다.) 2000년대 초반 미국의 1인당 GDP는 한국이 2만불일때 이미 5만불이 넘었다. 1인당 GDP기준으로 볼때 한국의 최저임금은 미국 등 선진국보다 결코 적다고 할수 없다. 당시 미국도 디트로이트, 일리노이 등 제조업에 기반한 도시들이 저임노동에 기초한 메이드인차이나 제품과의 경쟁에서 밀려 Rust Belt(녹슨 공업지대)라는 오명을 받고 몰락하고 있었다. 2008년 서프라임사태 당시에는 GM,Chrysler,Ford 등 자동차업체들이 일본 도요타나 한국의 현대차에 밀려 한계상황까지 직면하지 않았던가?
내년 이후 변화될 우리 사회의 한 모습은 1)자영업자의 경우 1~2인 위주, 특히 부부위주로 운영되는 점포들이 많아질 것이다. 2)키오스크 등을 활용한 무인점포들이 더욱 늘어갈 것이다. 주식투자가라면 당연히 무인화기계 관련업종을 주목해야할 것이다. 3)인건비에 기반한 제조업체들의 인원 감축 또는 공장이전이 본격화될 것이다.
얼마전 부천 상동역인근에 새로생긴 스터디카페가 인터넷에서 광고를 하길래 찾아가보니 키오스크를 활용해 무인으로 운영하는 점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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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는 키오스크 2대가 놓여져있고 안내게시문 내용에 따라 돈을 넣으면 지정석 번호가 새겨진 일일이용권이 발급되었고, 이용자가 점원의 도움없이 자율적으로 공부하다가 퇴실하는 시스템이었다. 이 업체는 이미 전국에 여러개의 점포를 낸 프랜차이즈업체였다. 점심시간 자주가는 인근 베트남쌀국수 집도 안내데스크대신 무인키오스크가 결제를 받고있다. 내가 알기로 이러한 무인키오스크 대당 가격이 500만원 언저리로 알고있다. 알바 한명을 쓸 경우 내년부터는 월 180만원 정도 들텐데 키오스크는 단순히 1년으로만 따져도 월 40만원 수준이니 알바비는 충분히 뽑고도 남을 것이다.
같은 건물 1층에도 이미 커다란 변화가 일고있다. 오랫동안 1층에 있던 씨티은행이 나가고 다이소가 입점했다. 핀테크금융 활성화로 은행매장이 더이상 많이 필요치않고, 은행 등 금융권에서도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 씨티은행이 대규모 구조조정과 은행축소작업을 벌인다고 신문에서 기사를 읽어본적은 있으나 눈앞에서 이런 일을 부딪치다보니 참으로 신기할 따름이다. 우리나라도 당분간 경제가 팍팍할수록 일본처럼 다이소같은 저가상품 판매점들이 더욱 인기를 얻을 것 같다.
한편, 상동주변 경매물건과 상권분석을 하다보니 요즘 프랜차이즈형 스터디센터(독서실)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6번출구앞 토즈스터디센터, 7번출구앞 크라스플러스 스터디센터와 비에이블스터디센터, 2번출구앞 아카데미라운지 독서실, 4번출구쪽 플랜에이스터디센터 등 프리미엄급 독서실이 얼핏보아도 7개정도 들어서 있다. 2년전 목동에 토즈스터디센터가 처음 들어올때 고급진 인테리어가 너무 신기해서 탐방을 한 적이 있다. 당시 프랜차이즈 가격을 물어보니 100평정도에 대략 3억 5천정도로 들었던 것 같다. 최고급 인테리어로 싸바르기에 그정도 인테리어비가 들것으로 예측은 했지만 과연 그 돈을 들여 충분한 영업수익이 나올지는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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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상동 메가스터디학원 옆에 오픈한 플랜에이 스터디센터를 와이프와 함께 견학해보니, 정말이지 미치도록 공부하고 싶도록(?) 인테리어시설이 되어있었다. 내가 상상했던 이상적인 스터디센터의 모든 모습이 구현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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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이용료는 18만원부터. 보통 이 일대 기존 독서실들이 13만원 수준인데 약 5만원 정도 비쌌다. 알바를 쓰지않고 여자사장이 직접 운영하고 있었다. 초A급 인테리어에 과연 프랜차이지 가맹점들이 그정도 돈을 들여 충분한 수익이 날지는 의문이나 이 일대 수험생들에게는 축복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편 기존의 독서실 업자들이 구식의 인테리어시설로 이러한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에게 제대로 경쟁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회 전체적으로 프랜차이저의 갑질이 문제되고 있기는 하나, 프랜차이즈의 경쟁력에 대해서는 의문이 없다. 일반인이 독서실 목적으로 상가를 경매받는다 하더라도 개인이 인테리어해서 이정도 수준까지 따라오기에는 한계가 있다.
세탁실의 크린토피아부터 무인빨래세탁점(셀피아,워시프랜즈 등), 이브자리, 파리바게트, 토즈스터디센터 등등 수십년전부터 실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 하나씩 프랜차이즈의 조용한 혁명이 일고있다. 동네세탁소, 동네빵집, 동네이불집, 동네독서실은 이미 하나 둘씩 망하면서 최고급의 프랜차이즈 점포들이 대체하고 있다. 아직 어떤 분야가 프랜차이즈화되지 않았을까? 상가경매를 하다보면 늘 이런 고민도 함께 해야한다. 상가를 경매받아 임대주지않고 창업할 시, 그냥 독고다이로 인테리어해 자신이 가진 모든 열정을 쏟아부어 창업하는 형태인가?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 시작할 것인가? 창업은 참 어렵다~~
첫댓글 마음에 와닿는 글 잘읽었습니다
이번달에 출간될 성공적인 수익형연금형 부동산 투자법의 책의 내용에 수록하느라 저도 여러곳을 탐문해보니 대부분 서점운영자가 독서실을 임대하여 운영하거나 경매로 저렴하게 낙찰받아 고시원 스크린골프장 쉐어하우스 당구장 미용실 토즈같이 시간당 대여해주고 수익을 얻고 있더군요
지금 원장님께서 운영하시는 소호사무실과 스터디허브도 앞서가시는 모습이라 존경스럽기만 합니다.
글도 잘쓰시고 아시는것도 많고 아주 재미나게 잘읽었읍니다~
혜안이 대단하시네요
대세는 따라야지요
좋은 정보주시네요 역시 남들보다 더 앞서가야 성공하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