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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식 박사의 대담한 미래 2030 요약
(미래학자·한국뉴욕주립대 미래연구원장)
1부 한국의 선택
기본 미래 “제2외환위기 거쳐 잃어버린 10년으로”
지금부터 5년 후 나타날 한국의 기본 미래는 잃어버린 10년이다. 기본 미래란 현재의 정치, 경제, 사회 등의 시스템이 크게 바뀌지 않은 채 지속된다고 가정했을 때 일어날 가능성이 큰 미래다. ‘한국판, 잃어버린 10년’ 이를 피부에 와 닿게 표현하면, 5~15년 이내에 국내 30개 그룹 가운데 15개 이상이 사라진다는 말이다. 이 점은 예측이 아니라 확실하게 예언할 수 있다. 한국의 모든 기업은 10~20년 이내에 생존의 변곡점에 이를 것이다. 그 전에 기존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 쇠락을 맞게 된다. 한국의 미래 시나리오에 대한 필자의 결론은 이렇다. ‘한국은 IMF 구제금융위기에 준하는 큰 위기나 GDP의 –5%가 넘는 극심한 경기 후퇴를 겪고 나서야 위기의 본질을 깨닫고 생존을 위한 필사적인 개혁에 필요한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그때까지는 국민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한다. 생존을 위해 가장 먼저 대비해야 할 것은 제2의 외환위기 가능성이다. 구조조정을 미루고 개인, 기업, 정부의 부채를 늘려가면서 부동산 가격 정상화를 미룸으로써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는 시나리오다. 버틸 수 없는 상황에 몰린 부동산 거품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급격하게 환율을 밀어 올리게 되면 제2의 외환위기는 피할 수 없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한국은 되살아날 수 있는 마지막 동력까지 상실할 수도 있다. 일본이 바로 그런 경우다.
첫 번째 외환위기는 기업과 은행의 부채가 주요 원인이지만, 제2의 외환위기 때는 가계부채 증가와 정부 재정적자 및 총부채의 위기로 그 성격이 달라진다. 외국 자본이 우리를 보는 시각은 ‘아직 외환위기가 재발하지 않은 나라’다. 그래서 신용등급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지 않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버블의 급격한 붕괴, 정부부채의 증가, 가계부채의 증가, 무역수지 흑자폭의 감소, 기존 산업의 성장 한계로 말미암은 잠재성장률 급락과 종신고용 붕괴, 저출산 고령화 후폭풍, 정부의 뒤늦은 정책 등이 한꺼번에 몰리면 어떻게 될까? 이번 정부가 밀어붙이는 경제민주화가 실패하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 만약 이런 일들이 모두 현실화된다면, 금융위기에 취약한 우리는 2016~2018년 제2의 외환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현재 사회, 경제, 산업 시스템은 이미 성장의 한계에 도달했다. 물론 이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1인당 GDP 2만 5천~3만 달러까지 성장할 수는 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다. 정치, 경제, 산업, 사회 등 모든 영역에 걸쳐 근본적인 재설계 수준의 개혁이 없으면 20~30년 이내에 한국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나 경제적 비중이 현저하게 낮아질 것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노력하면 2050년에는 1인당 GDP가 세계 2위로 올라갈 것이며, 현재 몇몇 수출 대기업의 번영과 세계시장에서의 선전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는 환상 속을 헤매고 있다. 이는 시대착오적 발상일 뿐만 아니라 위기감을 떨어뜨려 변화의 시기를 놓치게 하는 위험한 착각이다. 한국은 이미 소수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정체되기 시작했다. 개인들의 실질소득이나 생활의 질은 이미 오래전부터 정체되었다. 이대로 내버려두면 머지않아 더 나은 미래를 만들 가능성에 대해 냉소하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팽배해지고, 대규모의 국민적 저항이 일어날 것이다.
조로화의 씨앗은 어떻게 뿌려졌나
한국 경제 조로화의 씨앗은 급격한 경제성장을 목표로 했던 박정희 정부의 경제개발 계획에서 뿌려졌다. 박정희 정부의 경제개발은 조국 근대화, 산업화, 압축 성장을 내세웠고 개발동원체제에 의존했다. 대표적인 개발동원체제인 새마을 운동과 국토개발사업은 개발과 성장의 효과와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국민의 암묵적 동의를 이끌어냈지만 강압, 인권, 재벌 지향 성장, 정경유착 등의 많은 부작용이 묵과되었다. 수출과 경제 성장도 수많은 특혜를 주면서 재벌 중심 구조로 이끌어 나갔다.
박정희 정부에서 잉태된 부실은 다음 정권에서 극대화되었다. 1980년대 들어 한국은 첫 번째 넛크래커 현상에 빠졌다. 저급 기술, 낮은 임금, 단순 노동력을 기반으로 한 단순 조립형 제품을 생산해서 미국과 유럽에 싼값으로 파는 전략으로는 더 이상 성장을 할 수 없는 단계에 돌입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전두환 정부는 부실기업을 일괄 정리하고 이 과정에서 벤처나 중소기업을 육성하지 않고, 상당수의 회사를 대기업에 몰아주는 특혜를 제공했다. 다행히 1980년대 후반 세계는 저유가, 저금리, 저물가라는 3저 현상을 맞이했다. 이에 한국 경제는 3저 현상의 혜택, 10년 이상 이어지는 세계 경제의 호황, 삼성의 반도체 산업으로의 성공적 전환과 조선 산업의 성장 등을 통해 회복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베이비붐 세대가 경제의 핵심세력으로 등장하면서 내수시장도 성장하고, 부동산과 주식시장도 활성화되어 부의 외형적 규모도 커졌다. 1차 넛크래커 현상을 극적으로 빠져나온 한국은 1990년대 들어 자동차, 전자, 정보통신 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1996년 선진국의 모임이라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도 가입했다. 하지만 한국 경제는 OECD 가입 1년 후인 1997년 외환위기를 맞고 쓰러지게 되었다. 김영삼 정부에서 정권 말기의 레임덕과 업적 부각 욕심 때문에 기업 구조조정의 때를 놓쳤기 때문이다. 준비 없이 실행된 자본자유화와 맞물려 통제되지 않은 몇몇 대기업과 금융기관의 누적된 부실이 한순간에 도미노처럼 터져 나오면서 한국 경제는 무너지고 말았다.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의 조기졸업이라는 또 하나의 신화를 세계 역사에 남겼다.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국의 산업은 IT와 조선, 자동차 위주로 재편되면서 이들 분야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하지만 빠른 경제회복을 위해 김대중 정부가 펼친 고환율을 기반으로 한 강력한 수출촉진 정책, 부동산 및 주식 시장 등의 자산시장 촉진 정책, 무리한 소비 촉진 정책 등은 양날의 칼이 되어 우리에게 되돌아왔다. 고환율은 수입 물가를 상승시켜 내수 기업과 서민 경제는 더욱 어려워졌다. 경제위기와 강도 높은 물가안정 정책으로 임금 상승이 더뎌지자 개인들의 빚이 늘어났다. 부동산과 주식 투기로 번 돈으로는 소비를 늘려 나갔다. 외형적으로는 경제회복이 되었지만 결국 손에 남는 것은 소비중독과 빚뿐이었다. 이렇게 되자 부의 불균형이 심화되었고, 국민들은 이때부터 상대적 빈곤을 실감하기 시작했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부의 불균형은 더욱 심화되었고, 부동산 버블은 붕괴 직전에 멈춰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 정부 또는 다음 정부에서 억지로 멈춰 놓은 부동산 버블 붕괴의 시계가 다시 돌기 시작한다면 예고된 재앙이 시작될 것이다.
삼성의 몰락, 5년 안에 시작된다
필자가 예측하기에, 삼성전자의 위기 혹은 몰락은 빠르면 3년 늦어도 5년 후부터 시작될 것이다. 우리는 벌써 세계 1위 휴대폰 업체였던 노키아의 몰락을 목격했다. 통상 IT 기업의 생존기간은 평균 10년 정도이다. 이 가운데 1등의 자리를 유지하는 기간은 평균 3~5년 정도에 불과하다. 이 점을 근거로 삼성의 미래에 대한 기본 예측이 가능하다. 삼성은 현재 세계 1위 휴대폰 업체이다. 지난 3년간 매출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주가도 급등했다. 이 추세라면 대략 1~2년은 좀 더 선전할 수 있다. 하지만 마지막 축제의 기간이 끝난 2~3년 뒤에는 현재의 제품과 사업전략이 한계에 봉착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이 시스템적 성장의 한계에 도달하기 전에 나타나는 알렉산더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보고 있다. 이것은 알렉산더 대왕이 전쟁에서 연전연승했지만, 승리한 후 군대를 쉬게 해야 할지, 아니면 힘들더라도 승기를 유지하기 위해 계속 새로운 전쟁을 해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 현상을 말한다. 오늘날 삼성은 성장이 최고조에 이른 시점에서 시장점유율을 계속 확장해야 할지, 아니면 핵심 역량 유지에 집중해야 할지 결정하기 어려운 딜레마에 빠져 있다. 삼성의 핵심 역량은 부품표준화와 제조자동화를 중심으로 하는 제조경쟁력이다. 만약 삼성이 계속 핵심 역량에 집중한다면 시장점유율 증가 속도가 떨어지면서 주가 하락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반대로 무리해서라도 계속 시장점유율을 높이려 하면 성장의 핵심 요소인 핵심 역량의 질적 저하를 감수해야 한다. 중국, 일본, 유럽, 미국 기업에게 빠른 속도로 추격을 당하고 있는 삼성이 제조경쟁력을 잃어버리면 치열한 전투 중에 팔 하나를 잃은 장수 꼴이 된다. 이것은 판 자체를 바꾸어 새로운 시장을 스스로 만들어 내지 못하는, 혁신을 하지 못하는 1등 기업의 한계다.
삼성은 2~3년 이내에 자체 시스템의 한계와 기존 시장 시스템의 성장 한계에 동시에 직면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들이 만든 기존의 상품을 완전히 부정하는 수준의 상품 전환을 하지 않은 채 진행하는 노력은 쇠퇴의 시간을 지연시키는 마약 효과에 불과하다. 삼성 같은 거대 기업의 최대 약점은 인재, 기술, 자본, 마케팅 능력의 부족이 아니다. 바로 ‘자기 부정’의 어려움이다. 현재 삼성의 조직과 문화에서는 자기 부정이 어렵다. 유일한 길은 DNA와 문화가 완전히 다른 새로운 회사를 만들어 새로운 시장 시스템에 적응시키는 것뿐이다. 필자의 질문은 이것이다.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앞으로 노키아와 애플의 반격이 시작되고, 모토로라를 인수한 구글의 배신이 드러나고, 중국 스마트폰이 가격이 아닌 혁신으로 거센 추격을 해올 것이다. 그러면 삼성의 장점들이 서서히 와해되는 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애플은 혁신성을 잃더라도 독자적인 운영체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힘을 잃는 속도가 느릴 것이다. 하지만 삼성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진영 안에서 1등이라는 약점을 갖고 있다. 한 번 소비자의 마음을 잃는 순간, 안드로이드 진영의 다른 회사로 소비자들을 급속하게 빼앗기며 추락할 수 있다.
잃어버린 10년, 이미 시작되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고려해야 할 기업은 삼성뿐만이 아니다. 조선 산업은 더 큰 문제다. 현재 조선 산업은 우리나라가 세계 1위지만 2009년부터 중국이 한국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중국 조선업체들은 저가 선박에 만족하지 않고 고부가가치 선박, 해양설비 분야에까지 속속 진출하면서 한국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그 영향은 벌써 나타나고 있다. 2013년 조선, 해운, 에너지 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STX 그룹이 해체되었다. 한국의 조선회사들은 앞으로 5~10년 이내에 상당수가 구조조정될 것이다. 철강업도 2012년에 이미 전 세계적으로 25% 정도의 공급과잉에 빠진 상태이다. 앞으로 신소재가 계속 개발되면 철강의 수요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석유화학 산업도 위기이다. 중국기업들은 이전에 증설한 설비를 이용해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생산물량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미국과 중국은 천연가스의 1/6가격에 불과한 셰일가스를 대규모로 채굴할 것이다. 이런 현상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88.7%인 한국의 석유회사들에 큰 위협이다.
자동차 산업도 넛크래커 현상에 빠질 가능성이 많다. 지구온난화로 휘발유 자동차 시장의 축소는 불가피하다. 미래형 자동차인 하이브리드나 전기자동차로 급격히 패러다임이 전환될 것이다. 휘발유 자동차는 중국과 인도가 잠식해 오고 있고 미래형 자동차는 일본, 유럽, 미국이 앞서가고 있다.
한국 기업이 넛크래커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자본과 노동 등 생산요소의 집중 투입을 통한 단기적인 생산량과 매출 확대 전략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대신 생산성 향상, 기술 개발과 경영 혁신을 위주로 하는 기업의 체질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미래형 산업을 위한 연구개발의 확대, 글로벌 수준에 맞는 경영의 선진화, 노사관계의 선진화 등을 통한 체질 개선도 시급한 과제이다. 앞으로 2020년 이전에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한국의 제조업에 근본적인 위기가 발생하게 된다.
한국은 2018년 인구의 14%가 65세 이상인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2026년은 총인구의 20%가 고령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이른바 고령화의 저주가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 먼 미래가 아니다. 고령화의 저주는 국가재정 부담을 크게 늘려서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될 뿐만 아니라, 평균 생활 수준의 하락, 부동산 가격 하락, 내수 시장 규모 축소, 사회 활력 저하, 저축률 하락으로 말미암은 경제 펀더멘털의 약화, 농촌 및 중소도시의 경제 파괴 등의 문제를 양산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내수 시장의 급격한 침체다. 연구에 따르면 한 나라에서 인구의 25%가 65세 이상이 되면, 그 나라의 평균 생활 수준이 18% 정도 하락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2030년이 되면 지금과 비교해서 평균 18% 정도 생활 수준이 하락할 수 있다. 20년밖에 남지 않았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국가 재정에 큰 영향을 준다. 저출산, 저수입으로 인해 세금이 줄어들고 사회복지 비용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세금을 늘리면 노동 기피 현상이 생기고, 높은 세금을 보전하기 위한 임금 인상 요구가 늘어난다. 이 때문에 기업의 임금 비용이 상승해서 기업 경쟁력이 하락할 것이다.
부동산, 잃어버린 10년으로 가는 방아쇠
1970년 강남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일기 시작한 부동산 투기 열풍은 이제 끝났다. 필자는 2010년부터 10년 동안 3번 정도의 조정기를 거치면서 가격 정상화가 될 것으로 예측한다. 부동산 가격 정상화는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초혼이 늦어지는 이유는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데다, 집값과 전세, 월세가 너무 올라서 사회적 안정성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어떻게 하면 경제에 주는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아파트 가격을 정상화하느냐를 논의해야 할 때이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가격이 하락할 요인이 많다. 앞에서 말한 한국의 위기 요인이 모두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여기에 생산인구의 감소와 전체 인구의 감소가 더해진다. 인구 구성과 1~2인 가구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는 이론적으로는 아직도 주택 부족 상태이다. 하지만 2007년 고점 가격을 기준으로 한 실질적인 주택 구매 여력을 가진 유효 인구 구성이나 유효 가구 구성 측면에서 보면 공급 과잉 상태이다. 즉 우리나라 주택은 중산층들이 살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넘어선 것이다.
현재 가장 일어날 확률이 높은 부동산 미래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정부의 대책이 먹혀들지 않고, 동시에 전 세계가 장기적 저성장에 들어가면서 강력한 경기상승 모멘텀의 지원을 받지 못해서 결국 일본처럼 최소 6~7년에서 길게는 10년 이상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부동산 가격 폭락 국면으로 서서히 진입한다.” 거품과 폭등의 시기는 끝나고 부동산 가격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ㆍ사회적 고통이 개인, 기업, 국가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필자의 시나리오는 3단계로 구성된다. 1단계(2010~2011)는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이다. 부동산 경기 회복에 대한 마지막 기대를 하는 단계다. 급격한 경기 침체를 두려워하는 정부의 과감한 부동산 완화 정책으로 일정한 수준의 시장가격을 겨우 유지한다. 1단계의 조정 기간에 중대형 아파트의 실질 가격은 50~60%대 하락했다. 1차 조정은 글로벌 경제 위기에서 이어지는 작은 불황 탓에 신용창조 속도 감소와 부동산 담보대출 부담으로 말미암은 아파트의 실 구매 수요 감소가 주요 원인이다.
2단계(2014~2016)는 부동산 디플레이션이다. 이 단계에서는 집값을 올리는 요인들이 모두 사라진다. 우리나라의 절대적인 인구증가가 멈추고, 생애 첫 집을 사야 하는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의 인구가 감소한다. 반면 시장에서는 뉴타운과 제2기 신도시를 통해 공급물량이 쏟아진다. 반면 베이비 붐 세대가 본격 은퇴하면서 미래 생활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파트를 팔게 된다. 3단계(2020년 무렵)는 부동산에 대한 뉴노멀이 형성되는 단계이다. 이때는 버블 붕괴가 상식이 된다. 우리나라 부동산은 거품이 완전히 빠진 이후에도 절대로 2007년 이전의 환경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부동산 붕괴 후의 뉴 노멀은 ‘평생 집을 사지 않는 것’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집은 사는(buying) 것이 아니라 단지 사는(living) 것’이 상식이 되는 시대가 올 가능성이 크다.